[APEC 정상회의]
엔비디아 '블랙웰' 칩 中공급 등 우호적 발언 잇따라
美대두 수입 중단했던 中, 화물선 2척 분량 새로 구입
"치명상 피하자" 핵심사안 1년 유예 접점찾기 가능성

미국과 중국의 부산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펜타닐'(합성마약의 일종) 관세를 인하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중국이 미국의 펜타닐 관세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단행한 미국산 대두수입 제한조치와 '딜'을 하자는 신호다. 미국의 대중 100% 추가관세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등 서로에게 치명적인 핵심사안에 관해선 1년가량의 유예기간을 두고 당장 상호이익이 가능한 영역에서 접점을 찾는 모양새가 30일 연출될 수 있다. 손을 내민 미국에 대해 중국은 원론적 수준의 반응만 내놓았지만 최근 미국산 대두를 구매했다는 소식이 새로 전해졌다.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그들(중국)이 펜타닐 문제해결에 협력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것(관세)을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산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직전에 무역쟁점 중 하나를 직접 거론한 셈이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펜타닐 관세를 10%포인트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 직후 중국이 펜타닐의 원재료 단속을 소홀히 한다는 이유로 펜타닐 관세를 10% 부과한 뒤 3월부터는 세율을 20%로 인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처럼 펜타닐 관세를 인하할 가능성을 내비치며 "(대두문제 관련) 농민문제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미국산 대두수입 제한조치를 풀라고 요구한 셈이다. 앞서 중국은 미국이 펜타닐 관세를 인상하자마자 대두를 비롯한 미국산 농산물에 10~15%의 추가관세를 부과했고 현재 미국산 대두는 사실상 수입을 중단했다.
합의에 이른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대두문제 해결을 통해 지지층인 농민 유권자들의 지지와 중국과 협상에서 성과를 얻게 되고 시 주석은 관세부담을 낮출 수 있다. 미국이 펜타닐 관세를 10%포인트 낮추면 전반적인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평균관세는 현재 약 55%에서 약 45%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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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당장 상호이익이 가능한 영역에서 접점을 찾아가는 동시에 100% 추가관세와 희토류 수출통제 등 서로의 목을 겨눈 핵심조치에 관해선 일종의 유예기간을 두고 상황을 지켜보자는 게 미국의 협상프레임으로 보인다. 앞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5차 고위급 미중 무역협상 직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가 1년 동안 유예되고 미국의 대중국 100% 추가관세도 시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정부는 합의 기대감을 먼저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도착한 뒤 APEC CEO (최고경영자)서밋 연설에서 "시 주석과 무역협상을 타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으로 오는 전용기에선 펜타닐 관세 외에도 엔비디아의 '블랙웰' 칩을 중국에 공급하는데 동의하고 대만문제에 대해선 "(시 주석과) 얘기할 게 있을지 모르겠다"는 등 중국에 우호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중국에서도 우호적 신호가 잡혔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복수 소식통의 말을 인용, 중국이 최소 화물선 2척 분량의 미국산 대두를 구입했으며 연내 인도받는다고 보도했다.
다만 중국 측의 직접적 발언이 조심스럽다는 게 변수다. 5차 협상에 참석한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장관급)는 양국의 협상을 두고 "초보적 합의에 도달했다"는 정도의 반응에 그쳤다. 또 중국 외교부는 정상회담 하루 전인 이날 "미국은 실질적인 행동을 취해 양측의 협력에 필요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