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나기초의 저출산 대책은 경제적 지원 뿐 아니라 정신·육체적 지원까지 포함합니다."
일본 도쿄에서 600여㎞ 떨어진 오카야마현 나기초에서 만난 나가하타 미츠히로 부참사는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저출산 대책을 이같이 설명했다. 나기초는 버스가 1시간에 1대만 다니고, 철도는 없다. 고등학교를 다니려면 인근 도시로 나가야 하는 작은 마을이다.
외교부 공동취재단은 지난 14일 오카야마현 나기초를 찾았다. 이곳의 합계출산율은 일본 평균 출산율이 1명대에 머물던 시절 2019년 2.95명을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나기초는 인구 5600여명에 불과한 시골마을로 1985년 이후 40년 동안 인구가 감소하고 있었다. 2002년까지만 해도 이곳은 인구 감소로 인근 마을과의 합병 논의까지 이뤄졌다. 당시 주민 약 70%가 합병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투표 이후 자발적으로 다른 예산을 줄여 저출산 극복에 나섰다.
실제로 나기초는 매년 55억엔(약 516억원)의 예산 중 3억 엔(전체의 5~6%)을 육아·보육 지원금으로 책정한다. 이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을 위한 직접 지원금에 더해 '차일드홈'(Child home·보육시설) 운영 비용, 출산을 지원하고 지속가능한 양육을 돕기 위한 일자리 창출 비용, 학생들의 통학 지원비까지 다양하게 포괄하고 있다.
나가하타 부참사는 "보육시설에 맡기지 않고 집에서 키우는 가정도 동일하게 매달 1만5000엔을 지급한다"며 "아이를 어디에서 키우든 형평성을 맞춰달라는 주민 의견이 적극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인근 도시(츠야마시)를 오가는 학생이 많은데, 버스 정기권이 월 2만5000엔이나 돼 지원하지 않으면 젊은 가족이 떠나게 된다"며 "이 때문에 학생에게는 매년 24만엔씩 교통비를 지원한다"고 했다.
나기초에서는 차일드홈이라는 주민 자주(自主) 양육시설이 큰 자랑거리다. 부모를 위한 정신적 , 육체적 지원을 제공하는 곳이다.
나가하타 부참사는 차일드홈에 대해 "평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부모와 아이가 무료로 이용하는데, 같은 세대 부모나 지역 할머니가 당번제로 아이를 함께 돌본다"며 "1년에 100엔의 회원료를 내고 있으며, 아이만 보낼 경우 봉사료의 개념으로 1시간당 300엔을 부모가 내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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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어린이집 교사에 대해서는 봉사 개념이 아닌 연 300만엔의 사례금을 지급한다"며 "아이 키우는 부모끼리, 또 이웃 할머니들과 자연스럽게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교사도 확보하고, 육아의 어려움도 서로 이야기하는 구조가 기초에 뿌리를 내렸다"고 말했다.

나기초의 '일자리 편의점' 사업도 눈길을 끈다. 나가하타 부참사는 "아이를 맡길 곳이 생겼는데, 정작 오전 2~3시간 잠깐 일할 마땅한 일자리가 부족하다"며 "지역 기업들은 '조금만 도와줄 사람만 있으면 좋겠다'고 했고, 이를 연결한 결과 지금은 370여명이 등록해 연 1000건 이상 일거리 매칭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2019년에 시작된 이 사업은 육아 여성들의 일자리 문제와 지역 공동체 약화를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 주로 30~40대 여성들이 이용하며 평균 월 3만 엔의 임금을 받는다. 노무 정리부터 정원 가꾸기, 서예까지 다양한 업무가 이용자들과 매칭되고 있다.
나기초의 사례는 인구감소·저출산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경상북도·의정부 등 한국 지방자치단체들은 나기초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 교류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12일 도쿄에서 외교부 공동취재단이 만난 일본 어린이가정청 당국자는 "한국과 일본 모두 결혼율 저하, 육아에 대한 부담 등 구조적 원인이 매우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혼 층의 80% 이상이 '언젠가는 결혼하고 싶다'고 답하면서도 실제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이 두 나라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주민 스스로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행정과 정책이 이를 즉각 반영하는 선순환이 저출산 극복의 핵심"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그는 "주거비가 한국이 일본보다 심각한 것 같다. 일본은 월세 보조금 정책이 없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것도 필요하다고 하는 위기감이 있는 것 같다"며 "불임치료와 임산부 케어 분야에서는 한국이 일본보다 앞서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