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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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누리는 풍요는 거저 생긴 게 아니다. 어려웠던 시절 가난에서 벗어나겠다는 굳은 의지와 슬기로운 대처가 있었기에 열매를 맺을 수 있었다. 어머니, 아버지 세대가 보여준 희생과 헌신 덕분에 자녀 세대는 과거보다 나은 삶을 누리는 것이다. 우리는 역경, 헌신과 노력, 발전과 희망이 교차한 그 시절을 '개발 시대' 또는 '산업화 시대'라고 말한다. 개발 시대엔 그에 맞는 전략이 필요했다.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하고 불편해도 참는 게 미덕이었다. 다양함보다 표준제품을 만들어 빠르게 납품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고 압축성장을 달성하는 비결임을 알고 있었다. 개성과 창의를 존중하는 '개개인성(individuality) 원칙'은 비용과 속도를 중시하는 '효율성(efficiency) 원칙' 앞에 무시된 것도 사실이다. 그야말로 소품종 대량생산과 속도전 시대였다. 고등교육도 개발 시대를 겪었다. 대학에 맡겨진 주된 책무는 소수 엘리트를 받아들여 산업역군, 과학기술인재, 유능한 행정가, 정치
지난 1월7일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를 참관할 기회가 생긴 필자는 다양한 국가와 기업의 제품을 둘러보면서 이번 전시회의 슬로건인 '다이브 인'(Dive in), 즉 몰입은 AI에 몰입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올해 CES에서는 AI 관련 전시품이 50% 이상 증가했고 로봇, 드론, 모빌리티, 가전, 헬스케어 등 전영역에 AI 기능이 광범위하게 적용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기조연설에서 물리적(physical) AI,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 시대를 예고했다. 물리적 AI란 AI 기술이 가상세계에 머물지 않고 현실세계에서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하거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대표적으로 로봇, 자율주행차다. 인간은 AI를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물리적 실체로서 경험하게 된다. 로봇은 인간의 형태를 지니고 인간의 동작을 모방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인간의 작업을 지
2025년 푸른 뱀의 해가 밝았다. 개인적으로 새해 다짐을 하듯, 기술 기업들 또한 전사적 사업 계획과 미래 전략을 치열하게 구상하는 시기다. 투자 혹한기가 길었던 만큼, 새로운 도약과 성장을 위한 목표 설정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기술, 매출, 투자 등 올 한해 유의미한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 이정표는 스타트업마다 가지각색일 것이다. 1994년 경영학자 짐 콜린스와 제리 포레스는 자신들의 저서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속에서 기업의 장기적 목표 설정 방법으로 'BHAG (Big Hairy Audacious Goal)' 개념을 처음 소개했다. 직역해보자면 원대하고 (Big), 발칙하며 (Hairy), 대담한 (Audacious) 목표이다. 무모해 보일 정도로 목표가 거대하더라도 이를 긴 호흡으로 진지하게 추구한다면 결국에는 조직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사업의 경계가 점차 확장되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화성을 개척하여 인간을 보내겠다고 하는 일론
일본 도쿄 내 고탄다역과 오사키역 사이를 흐르는 강-한국에선 강으로 부르기에 매우 작지만-인 메구로가와에선 매년 겨울이 오면 약 60일간 강변을 둘러싼 나무들을 화려한 벚꽃조명으로 장식하는 일루미네이션 행사가 진행된다. 비록 작은 샛강이지만 지역 커뮤니티 일원들의 노력으로 활기와 따뜻함이 넘쳐보이는 명소로 돌변한다. 하지만 치솟는 유틸리티 비용과 에너지 문제를 배경으로 일반 전기를 사용하는 게 만만치 않았는데 이곳 행사를 담당하는 조직원이 낸 기발한 아이디어로 이 화려한 행사가 거꾸로 환경을 지키는 '에코 일루미네이션'으로 변신했다. 이곳 메구로가와의 빛나는 겨울 벚꽃나무들을 감싼 램프들은 기존 일반 전기로 밝히는 단순한 조명이 아니다. 이 조명들을 밝히는 에너지의 원천은 현지 음식점에서 회수한 '폐식용유'다. 기름에 튀긴 음식들을 워낙 좋아하는 일본이기에 주변 식당 어디나 쓰고 버려지는 식용기름이 넘쳐나는데 이 튀김기름이나 프라이드치킨을 만든 후 기름을 별도로 모아 '바이오디젤연
드라마 '더 글로리'가 부각해놓은 학교폭력의 모습은 부모의 계층, 혹은 계층과 비례했다. 오히려 부모의 배경이 일탈을 증폭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학교폭력의 변화양상과 접목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게 했다. 이 드라마가 이전 학교폭력 관련 영화나 드라마와 어떻게 다른지 보려면 몇 작품을 회상해야 한다.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나 '말죽거리 잔혹사'에선 그 줄거리가 불량학생들의 일탈에 한정됐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선 학교폭력 가해자 4명의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지키려고 자신들의 권력과 재물을 이용하는 민낯이 그려진다. '더 글로리'에선 이러한 부모들이 지키려 한 아이들이 어떻게 괴물이 될 수 있는지 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과연 최고의 지위와 부를 가진 이들만이 그럴까. 이러한 점을 보인 드라마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경찰서장과 아울러 선후배 사이인 마을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20여년 전 대학 교정에서 한 선배에게 어느 은밀한 곳에서는 졸업도 하지 않은 80년대 학번 선배가 지금도 북한으로부터 송출되는 단파 라디오를 수신하는 시대착오적인 운동권으로 남아 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여전히 미국의 압제에 맞서 민족해방을 부르짖고 대한민국 정부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수령의 영도 아래 통일의 한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는 것이다. 1996년 즈음은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29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 직후였으니 '단파 라디오' 운운하는 게 얼마나 웃기는 말로 들렸는지 더이상 말할 필요도 없었다. 다만 내가 입학한 대학교의 한가운데엔 바로 직전 해에 발생한 한총련 사태로 시커멓게 불탄 건물 역시 자리하고 그 기묘한 풍경과 함께 선배의 말이 허투루 들리진 않았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2013년 8월 국가정보원이 수년간 추적해 통합진보당 정치인과 주변 인사들이 지하혁명조직(RO)을 결성해 내란을 음모했다는 수사결과를 대중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다이내믹 코리아'는 참으로 명명(命名)을 잘한 것 같다. 어느 순간 국가브랜드가 '다이내믹 코리아'로 붙여진 이후 학교에서만 배운 '조용한 아침의 나라'는 사라진 지 오래됐다. 수동적인 조용한 나라보다 능동적인 다이내믹한 나라가 훨씬 바람직한 코리아다. 이러한 역동적 표현이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였다고 하니 이미 20년이 넘어간다. 당시 본인은 일본에서 생활했는데 한국과 일본의 열기는 한마디로 쇳물이 펄펄 끓는 용광로 같았다. 당시 우리나라는 축구 성적표보다 세계 속에서 한국인으로서 자신감이 충만한 계기가 됐다. 그때 그 시절 내 자신이 해외에서 어깨가 으쓱하고 다니며 그러했으니까. 이 글을 쓰는 현재 필자는 'CES 2025'가 개최되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와 있다. "한국이 이 행사에 불참하면 CES는 망한다"고 농담으로 주고받는 한국의 위상이 최고인 그 행사다. 참가한 4500여개 기업 중 참가순위로 보면 미국(1500개사) 중국(1300개사) 한국(1
필자는 공공에서 직접투자업무와 투자자 대상 LP(재무적투자자) 업무를 모두 하다보니 다양한 스타트업 선발 행사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곤 한다. 2024년 하반기 '제1회 신격호 롯데 청년기업가대상'(이하 신격호창업대회)도 그랬다. 고(故) 신격호 회장은 우리나라 경제의 초석을 다진 대한민국 창업 1세대이다. 1940년대 일본으로 건너가 창업했고 1960년대 귀국, 기업보국(企業報國)과 도전정신으로 롯데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대회는 혁신적인 기술·솔루션·비즈니스모델을 보유한 스타트업, 과학기술 분야 유망주, 사회적 가치 창출과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겸비한 스타트업, 글로벌 시장의 유망주 등 '리틀 신격호'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자리였다. 주최 측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어 대학생창업부문 214개, 일반인창업부문 205개사 등 총 419개사가 참여했다. 여기서 대상 5개팀 등 모두 18개팀의 청년 창업가를 선정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스타트업이 있는 반면, 수상하지 못한 더 많
천년 고도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전면에는 여러 성인의 조각상이 있다. 그 가운데 순교자 생 드니주교도 있다. 전설에 따르면 파리 대교구 초대 주교인 드니 주교는 박해받다 결국 참수형을 당했는데 목이 잘리자 땅에 떨어진 머리를 주워 두 손에 받쳐들고 북쪽으로 한참을 걷다 멈춰 쓰러졌다고 한다. 훗날 그곳에 성당이 세워졌고 이것이 오늘날 파리 북부도시 생드니에 위치한 고딕 양식의 생드니 대성당이다. 프랑스 과학철학의 거장 미셸 세르 교수는 드니 주교가 참수된 머리를 들고 가는 모습을 떠올리며 이를 디지털세대 젊은이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다니는 모습에 비유한다. 드니 주교는 잘린 머리를 들고 걸었지만 21세기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길을 걷는다. 그러면서 미셸 세르는 디지털세대는 2개의 뇌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생물학적인 머리고 다른 하나는 '디지털 시대의 머리' 스마트폰이다. 참으로 창의적이고 기발한 발상이다. 오늘날 디지털세대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친
우리 모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 사회는 어느 때보다 극심한 혼란과 침통한 애도의 시간 속으로 빠져들었다.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혼란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빠르게 해결방향을 잡는 듯했다. 그러나 헌법재판관 임명, 국무총리 탄핵, 대통령 사법처리 등 문제가 말끔히 정리되지 않아 여전히 어지럽다. 수십 년 전 겪은 계엄의 트라우마는 아직도 많은 사람의 상처를 후비고 있다.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사고는 피해자와 유가족은 물론 온 국민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믿을 수 없는 끔찍한 사고 앞에서 참사의 트라우마는 아픔을 되새기게 한다. 이런 사건과 사고는 우리의 일상을 흔들면서 집단적 상실감과 불확실성을 가져왔다. 달력은 마지막 장을 남기고 버려졌지만 우리의 시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새해를 축하하는 상투적인 인사마저 조심스러울 정도다. 새해는 혼란과 애도를 넘어서 우리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불안과 절망의 시대, 우리는 희망을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이 기술을 활용한 의료기기 관련 논의도 진행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한 각국 규제기관의 고민이 깊어진다. 기존 의료기기 인허가 프레임워크가 생성형 인공지능엔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FDA는 최근까지도 생성형 인공지능 기반의 의료기기에 대해선 공식적인 움직임이 많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FDA는 관련 고민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최근 FDA가 내놓은 요약보고서를 통해 관련 방향성과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이 내용은 국내 관련기업과 규제당국에도 유용한 참고사항이 될 수 있다. FDA가 생성형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에 대해 먼저 강조한 것은 '리스크 기반 접근법'이다. 이는 이미 미국과 한국 등 여러 국가의 규제기관에서 의료기기 여부를 판단하고 의료기기 등급을 매기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원칙이다. 하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의 특성 때문에 여러
R&D(연구·개발)예산 삭감에 따른 기술혁신 중단 위기, 초기기업 투자 보릿고개 심화, 중국 직구 앱(애플리케이션)의 습격과 티메프 사태로 촉발된 이커머스 규제, 더 깐깐해진 IPO(기업공개) 심사, 신산업과 직역단체의 갈등. 벤처·스타트업업계가 뽑은 2024년 이슈 중 '톱10'에 오른 내용이다. 벤처기업협회는 업계 전문가 및 AI(인공지능)데이터 분석,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등을 통해 '2024년 벤처업계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이 중 7개가 벤처·스타트업에 부정적인 이슈였다. 연말에는 창업자에 대한 투자사의 과도한 연대보증 논란이 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해당 창업자는 투자 원금과 연 15% 이자에 대한 반환요구 소송을 당했고 자택도 가압류됐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자계약 과정에서 창업자의 36%가 '연대책임을 요구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합리한 투자계약 및 관행을 경험한 사례도 다수 나왔다. 창업자들은 과도한 이자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