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는 반추동물로 위장이 4개로 이뤄졌다. 풀을 뜯어먹고 위에 잠시 저장했다가 뱉은 뒤 소화효소와 섞어 씹으며 다시 삼킨다. 이렇게 음식물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세균, 곰팡이, 원생동물 등 미생물이 섬유질을 분해하는데 이때 메탄이 생성된다. 소는 이렇게 생성된 메탄을 트림과 방귀로 내뿜는다.
메탄은 대표적 온실가스로 대기 중에 약 9년간 머무른다. 300~1000년 동안 머무르는 이산화탄소보다는 훨씬 짧지만 열을 붙잡는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강하다. 온실가스 중 배출량 1위는 이산화탄소지만 메탄가스의 열을 붙잡아 지구를 데우는 능력은 훨씬 강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환경파괴 주범의 하나다. 소는 인간에게 그동안 자신의 많은 부분을 희생했지만 억울하게도 비난받는 모순의 가축이다.
심지어 인구의 5배가 넘는 가축을 보유한 덴마크의 경우 2030년 소방귀세까지 신설한다.
이 지구환경의 파괴범인 소 방귀의 원리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기발한 발명품을 개발한 일본 지방대의 한 교수가 화제다.
평상시에도 메탄가스를 저장해 전기를 발생할 수 있는 '잡초발전'이란 장치를 개발한 이시카와현립대학의 바바 야스노리 교수의 이야기다.
바바 교수는 소가 위에서 소화를 시키면서 메탄가스를 생산하는 원리를 이용해 잡초더미를 가져다 발효탱크에 넣어 소 위의 미생물로 메탄가스를 만드는 독특한 기술을 개발했다. 이렇게 생산되는 메탄가스는 가스레인지를 통해 요리에 사용되는 도시가스 역할을 하고 메탄가스를 전용 발전기에 넣어 전기도 생산할 수 있다.
바바 교수가 이 기발한 잡초발전 기술을 개발한 계기도 독특하다.
바바 교수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도호쿠대학에 다닐 때 피난민이 된다. 대피소에 오랫동안 피신해 있었고 가스나 전기를 전혀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한다. 당시 대피소에서 밖을 바라보면 하염없이 자라는 잡초만 눈에 들어왔기 때문에 이 무성해진 잡초를 전기로 바꿀 수 있다면 피난소에 있는 모든 사람의 생활이 편해질 것이라는 착한 생각을 했고 이후 관련 연구에 몰두했다.
마침 바바 교수는 그 당시 쓰레기에서 메탄가스와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를 학교에서 연구 중이었는데 쓰레기를 분리해서 작업하는 것보다 야외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잡초의 특성을 잘 살리면 더욱 효율적이라는 발상에서 소의 위 메커니즘 연구를 다시 시작했고 이 작업은 무려 10년 이상 지속됐다.
우선 들판에서 걷어온 잡초를 물과 함께 분쇄한 후 소의 위에서 추출한 미생물과 함께 분해·발효작업을 하면 가스탱크로 귀한 '메탄가스'가 집결된다. 이렇게 모인 메탄가스는 평상시엔 도시가스 대용이나 일반 전기로 활용되는 대체연료로 쓰인다. 보다 중요한 역할은 지진 등 재해로 가스와 전기공급이 끊긴 경우 주요 전기 공급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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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학교 인근 슈퍼마켓에 이 기기를 설치하면 거기서 버려지는 양배추 잎과 같은 야채 찌꺼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해 가스와 전기를 만들 수 있고 재해시 마을 사람이 모두 모여 따뜻한 음식은 물론 휴대전화도 충전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또한 잡초가 발효돼 메탄가스가 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효액이 나오는데 이 액체를 농가에서 비료로 사용해 양질의 채소를 생산하는 완벽한 리사이클링이 실현된다.
바바 교수는 잡초와 소 방귀 메커니즘을 결합한 이 참신한 기술을 기반으로 학내 벤처인 다이세이㈜를 설립해 이시카와현은 물론 다른 지역까지 진출해 비료회사나 농가와 함께 여러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계획을 세웠고 실제 여러 대기업에서 많은 문의가 들어온다.
갓 서른이 넘은 나이에 큰 재앙을 맞닥뜨린 망연자실한 그 순간에도 자신이 연구하던 분야를 어떻게 활용해야 재난상황을 이기는데 기여할까를 고민하고 10년 이상 줄곧 실천해 성공해나가는 모습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