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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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하지만 그 과정에 남은 상처가 너무 깊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삼성이 다시 활기를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대법원이 지난 1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을 한 직후, 약 10년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사법 리스크의 족쇄에 묶여 있던 삼성의 한 전직 고위 관계자가 기자에게 전한 짧은 소회다.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무죄선고였지만 그만큼 안타까움도 컸다. 지난 10년 동안 초격차를 자랑하던 삼성전자는 힘없이 흔들렸다. 삼성의 침체에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핵심요인 중 하나가 삼성 총수가 장기간 피를 말리는 재판에 묶여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강산이 변할 만큼 긴 시간 동안 그랬다. 그 사이 어떤 이는 암에 걸려 투병생활을 했고, 또 다른 이는 수형생활 중 부모님을 여의는 천붕지통(天崩之痛)을 겪어야 했다. 억울한 세월에 마음의 병을 얻은 이도 있고, 그 과정을 지켜보던 누군가는
융합이 분열보다 낫다는 건 자연의 원리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시스템의 본질이다. 에너지는 흩어질 때보다 모일 때 강하다. 나눗셈보다는 덧셈이, 덧셈보다 곱셈이 더 큰 힘을 만들어낸다. 21세기 글로벌 경제 전쟁의 최전선에 선 한국이 살아남는 유일한 해법은 통합을 넘어선 '융합'이다. 지금 세계는 17세기 영국 철학자 토마스 홉스의 주장처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장이다. 4년째 이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로 인한 중동의 불안정, 트럼프 행정부의 재등장과 함께 본격화된 관세전쟁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 속에서 한국 경제가 믿을 수 있는 건 정치도 이념도 아닌 경제의 중심인 '기업'이다. 지난 수년간 한국의 제조업은 '1등 DNA'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 선전해왔다. 반도체·자동차·조선·철강·석유화학·배터리·방위산업 등 제조업 전분야에서 이처럼 높은 경쟁력을 갖춘 국가는 전세계에 드물다. 오랜 제조업 강국이라는 독일이나 일본에도 유례
"솔직히 제 전망은 전망이 없는 것이 전망입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 회장)이 지난 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AI 정책 포럼'에서 한 인사말이다.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AI 시대를 향한 우리 현실을 대변하는 말이다.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 등장으로 본격화된 인공지능(AI) 시대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글로벌 양강 사이에서 한국이 어떤 생존 전략을 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AI 시대는 누가 더 많은 '경우의 수'를 빠르게, 그리고 적은 비용으로 실험하고 그 속에서 정답에 가까운 길을 찾느냐가 승부를 가르는 게임이다. 이는 비단 AI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래 산업을 여는 것은 대부분 '가보지 않은 길'을 탐색하는 과정이다. 그 길을 먼저 가본 쪽이 생존 확률이 높다. 중국과 미국의 미래먹거리 전략은 이 점에서 흥미로운 대비를 이룬다. 중국은 통제로, 미국은 자율로 빠르게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규제에 발이 묶여 출발선에서
8일 삼성전자가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2025년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1분기 매출 79조원에 영업이익 6조 6000억원의 기대 이상의 실적이 나온 원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그간의 우려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상황을 연출했다. 2년 전 반도체 부문의 약 15조 원 손실 이후로 불거진 삼성전자 위기론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최악은 아니라는 안도의 신호로 풀이된다.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쓰러진 2014년 이후 10년이 지났다. 삼성의 3대 총수인 이재용 회장의 지난 10년을 돌아보니 우려했던 것보다는 숫자가 괜찮은 편이다. 선대 회장의 와병과 겹친 사법 리스크로 수형생활의 어려움을 겪은 것을 감안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부침이 있긴 했지만 선대 회장 부재가 시작된 2015년 매출 200조 원에서 10년간 50% 성장해 지난해 매출 300조 원을 넘어섰다. 매출성장만 보면 나쁘지 않다. 다만 덩치가 커진 것에 비해 실속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영업이익은 2015
"이제 한국은 더 이상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아니다." 지난달 18일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가 서울 광화문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특별 강연에서 한 인삿말이다. 그의 발언은 여러가지 함의를 갖고 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표현은 1886년 미국 외교관 퍼시벌 로웰이 저술한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Chosun-The Land of Morning Calm)에서 비롯됐다. 당시 조선(朝鮮)은 외세의 영향력에 휘둘리는 힘없는 국가였다. '고요한 아침'이라는 표현은 사실상 조용히 사라져가는 약소국을 의미했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은 그 때와는 다르다. 윤 대사대리는 한국 사회의 역동성과 혼란을 묶어서 이 말을 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부르지만, 제가 한국에 부임한 지난 1월 이후에 그렇지 않았다. 한국에 도착한 후 매일매일 아침에 새로운 일이 벌어지는 것을 목격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 지난 12월 3
한국을 대표하는 재계의 두 총수가 각기 다른 무대에 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 단지 비슷한 시기에 해외 일정을 소화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각자가 서 있던 자리, 그리고 그들의 뒤편에 걸려 있던 그림까지 모든 것이 한국 기업이 처한 복잡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28일 이 회장은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1층 '둥다틴(東大廳: 동대청)'에서 열린 '국제공상계 대표 회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중국은 외국 기업에도 자국 기업과 동일한 대우를 해줄 것이니 적극 투자하라"며 트럼프의 공세에 맞선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그가 있던 자리 뒤로 펼쳐진 가로 16m, 세로 3m의 대형 산수화는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중국 지도부 뒤편을 가득 채운 대형 산수화 '유연금추도(幽燕金秋圖)'에는 중국 공산당의 국부인 마오쩌둥이 쓴 시 한 구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1%로 예상하면서 한국 경제성장률을 1.5%로 낮춰 잡은 것은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신호다. 1961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평균은 6.87%다. 개발도상국 내 최고의 성장세를 보였던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1954년 이후 70년간 단 세 번뿐이다. 1980년(-1.5%)은 군사 쿠데타로 인한 신군부 출범기였고, 1998년(-4.9%)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2020년(-0.7%)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원인이었다. 앞선 두 차례의 마이너스 성장 후 한국은 기저효과까지 반영돼 10% 이상 고성장했다. 하지만 2020년 전후 상황은 달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단기 반등에 성공했지만 2011년부터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한때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렸던 한국이 이제는 4룡 중 하나인 대만과 비교해도 초라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2023년 대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사 충실의무 범위 확대' 조항이 기업 경영에 미칠 파장에 대한 재계의 걱정이 크다. 현재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본회에서 통과된 개정안은 '회사를 위하여'라는 표현을 '회사와 주주를 위하여'로 바꿨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는 주주 보호를 강화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주주는 단일한 이익집단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주주 수만 510만 명에 달하며 이들의 이해관계는 천차만별이다. 10초짜리 주주도 있고, 10년짜리 주주도 있다. 일부 주주는 배당을 원하고 일부는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장기 투자자와 단기 투자자의 이해관계도 충돌한다. 결국 모든 주주의 이익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업 경영을 책임지는 이사들이 특정 주주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한국에 주재하는 외신 기자들 관심 키워드는 'BTS(방탄소년단)', '삼성전자', 그리고 '북한(North Korea)' 세가지다. 이를 제외하면 웬만한 국내 뉴스는 외국 언론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북한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관점에서,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투자적 관점에서, BTS는 K컬처의 대표 문화 상품의 관점에서 세계적 주목을 받는다. 그런데 이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BTS와 삼성전자가 정작 국내에서는 제대로 대접을 받을까? BTS의 팬클럽 '아미'는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명(유튜브 회원 8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BTS의 공연이 열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그런데 한국에는 BTS가 제대로 공연할 만한 K팝 전용 공연장이 없다. 현실적으로 축구장이나 종합경기장을 빌려 쓰는 것이 전부다. 그것도 스포츠 시즌 중이면 대관조차 어렵다. CJ ENM이 경기도와 함께 고양에 2015년부터 추진했던 'K-컬처밸리' 프로젝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삼성물산 합병 관련 항소심에서도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19개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가 선고됨에 따라, 대한민국 대표 기업인 삼성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3010여 일 만에 큰 틀에서 마무리됐다. 그러나 검찰이 오는 10일까지 이 사건을 대법원에 상고할지 여부를 두고 고심하면서, 삼성과 재계는 긴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반응이 나왔다. 지난 5일,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이재용 회장의 무죄 선고는 침체된 우리에게 (중략) 희망을 안겨준다"며 "검찰이 신중한 판단으로 상고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6일에는 검사 시절 이재용 회장을 기소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며 (중략) 공소 제기자로서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야당 중진 의원이나 기소 당사자였던 당국자의 이러한 발언은 이례적이다. 이 사건의 기소 초기부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했으나
지난 3일, 서울고등법원 법정을 나서는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얼굴에는 기쁨보다는 회한이 가득했다. 금융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한 2018년 11월 20일 이후 2268일(6년 2개월 18일) 만의 결과에도 크게 웃지 못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 19개 혐의 모두 무죄를 받았음에도 그랬다. 국정농단 관련 2016년 11월 8일 '삼성전자 본사 압수수색'부터 계산하면 3010일(8년 3개월)간은 삼성에게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삼성과 총수 일가를 동일시하지 말라는 주장이 있지만, 기업은 사람이 머물며 일하는 곳이다. 기업 총수는 그 자리의 무게만큼 큰 영향력을 미친다. 삼성이라는 거대 선단의 선장과 1등 항해사, 조타수, 갑판장 등 핵심 인물들 모두 재판을 받았으니, 그 기간 삼성은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은 항공모함과 같았다. 선고 후 법정을 떠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차장(사장)
새해가 밝았지만 기업인들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 못하다. 새해 첫달의 3분의 2가 지났지만 올해 한국 경제 성장에 대한 자신감은 보이지 않는다. 다들 긴축을 말하는 것을 보면, 위축됐다는 뜻이다. 최근 만난 A 기업 고위 임원에게 올해 사업 계획의 변경 여부를 물으니 "사업 계획대로 안한 지 한참 됐다"고 말한다. 지난해 11월경 A 그룹 총수와 계열사 CEO(최고경영자)간에 서로 논의했던 '2025년 사업계획'은 무의미해졌다고 한다. 위헌 논란의 12.3 비상계엄령을 시작으로 한 정치적 격변으로 사업계획에서 예상했던 환율범위를 훨씬 벗어나면서 당초 사업목표가 무색하게 됐다. 3조원 정도의 합작 투자를 하기로 했던 B국가의 국영기업은 계엄령(Martial Law) 선포 직후 "3개월만 투자를 홀딩하자"고 브레이크를 걸었다. 국제정세의 불안정성과 함께 국내의 정치적 혼란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기업들의 시름도 깊어진다. 경제가 살아야 국민들의 삶이 편해지는데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