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사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1%로 예상하면서 한국 경제성장률을 1.5%로 낮춰 잡은 것은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신호다.
1961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평균은 6.87%다. 개발도상국 내 최고의 성장세를 보였던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1954년 이후 70년간 단 세 번뿐이다.
1980년(-1.5%)은 군사 쿠데타로 인한 신군부 출범기였고, 1998년(-4.9%)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2020년(-0.7%)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원인이었다. 앞선 두 차례의 마이너스 성장 후 한국은 기저효과까지 반영돼 10% 이상 고성장했다. 하지만 2020년 전후 상황은 달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단기 반등에 성공했지만 2011년부터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한때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렸던 한국이 이제는 4룡 중 하나인 대만과 비교해도 초라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2023년 대만 경제는 4.3% 성장했으며 올해도 3.14%의 성장이 예상된다. OECD가 내놓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24년 2.1%, 2025년 1.5%, 2026년 2.2%다. 대만의 절반 수준이다.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같은 기간 3%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대한민국호의 성장엔진이 꺼져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세계의 중심 축인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며 경제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혁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제조업 리쇼어링(해외로 나간 공장을 다시 국내로 유치하는 정책)이다. 미국은 반도체·배터리·친환경 에너지 등 핵심 산업에 대규모 지원을 쏟아붓고 있으며, 관세장벽을 통해 미국 우선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또 다른 축인 중국도 미국과의 무역전쟁 속에 인공지능(AI)과 로봇, 우주산업에 이어 한국이 강점을 지닌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분야까지 지배력을 넓히고 있다.
반면 한국은 신산업 육성과 기술 혁신보다 각종 규제와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발목이 잡혀 있다. 기업이 혁신과 성장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이념에 빠진 규제 지상주의와 혼란한 정치상황은 한국 경제 성장에 족쇄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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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경제는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불가근불가원'이어야 한다. 정치권이 기업을 표심을 얻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거나 기업이 정치권의 특혜에 기대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양쪽 모두를 죽이는 길이다.
기업인과 정부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대조적인 모습이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다. 잡스는 회사 내에 대관 담당자를 달랑 2명(팀 쿡 때는 100명)만 둘 정도로 정치권과 멀리 했고 생산시설은 수익성과 생산성이 높은 중국을 택했다. 애플을 성장시키면서 정치적 논란을 철저히 피하려고 애썼다.
반면 머스크는 트럼프 2기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 역할을 하며 행정부 내 정부효율부의 수장자리를 차지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앞에 테슬라 자동차를 전시하며 영업맨을 자처하고 있다. 이런 행보가 먼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쉽게 판단하기 힘들다. 다만 불가근불가원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태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이카루스처럼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정치와 기업은 그런 관계다.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이 기각되면서 한 총리는 24일 다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자리로 복귀했다. 최우선적으로 산불진화 등을 챙겨야겠지만 이와 함께 상법개정안과 고액연봉자의 주52시간 근무 시간유연화 등 현장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세계는 경제전쟁 중인데 우리만 정치적 준내전 상황이다.
정치가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되선 안된다. 딛고 올라갈 디딤돌이 돼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지향하는 국민행복을 이룰 수 있다. 경기활성화를 통해 국민들의 등을 따뜻하게, 배는 부르게 하는 게 정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