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10년의 족쇄를 벗고…

이재용 회장, 10년의 족쇄를 벗고…

오동희 기자
2025.07.24 05:41

[오동희의 思見(사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년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5.05.30./사진제공=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년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5.05.30./사진제공=뉴시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하지만 그 과정에 남은 상처가 너무 깊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삼성이 다시 활기를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대법원이 지난 1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을 한 직후, 약 10년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사법 리스크의 족쇄에 묶여 있던 삼성의 한 전직 고위 관계자가 기자에게 전한 짧은 소회다.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무죄선고였지만 그만큼 안타까움도 컸다. 지난 10년 동안 초격차를 자랑하던 삼성전자는 힘없이 흔들렸다. 삼성의 침체에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핵심요인 중 하나가 삼성 총수가 장기간 피를 말리는 재판에 묶여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강산이 변할 만큼 긴 시간 동안 그랬다. 그 사이 어떤 이는 암에 걸려 투병생활을 했고, 또 다른 이는 수형생활 중 부모님을 여의는 천붕지통(天崩之痛)을 겪어야 했다. 억울한 세월에 마음의 병을 얻은 이도 있고, 그 과정을 지켜보던 누군가는 결국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상처만 남은 대법원의 무죄 판결에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두고 여전히 일부 시민단체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며 사법부를 비난한다. 재판부가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판결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이 회장을 무죄로 풀어줬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1심과 2심 재판부는 피고인 측 변호인들이 "검찰이 제출한 위법 증거를 재판에서 배제해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그 증거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면밀히 따졌다. 이를 토대로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위법 수집 증거 중 검사 주장 핵심 증거들에 대해 일단 증거 조사를 시행했고, 필요한 경우 개별 판단부분에서 그 내용을 살펴봄으로써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가치와의 조화를 도모했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들까지 모두 포함하더라도 공소 사실이 인정되지 않아 19개 혐의 전부 무죄라는 판단을 내렸고, 대법원도 이같은 2심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또 일각에선 앞선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선고에서 이 회장의 뇌물죄가 유죄로 확정됐는데 이번 대법원 선고는 이와 배치되는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는 주장도 횡행한다.

하지만 이 또한 잘못된 주장이다. 앞선 국정농단 사건 당시 대법원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청탁을 인정했다면, 이번 대법원은 삼성물산 합병이 오직 경영권 승계만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사업적 목적 또한 상당 부분 존재해 부당한 합병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수십 번 재판 현장을 찾아가 지켜본 기자 입장에서 법정에서의 재판부 판단은 엄격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일일이 다 따졌고 이를 탄핵하는 피고인 측 주장도 들었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이런 두가지 문제는 한두 번만 법정에서 재판을 지켜봐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확증편향의 감옥에 갇힌 이들은 이를 외면한 채 '유전무죄'의 프레임만 되풀이한다.

이 재판의 한 줄기인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논란과 관련한 책 '숫자로 경영하라 6'을 펴낸 최종학 서울대 교수는 1부의 제목을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혁명이다'라고 정했다.

최 교수는 이 재판에 전문가로 참여하면서 "회계부정이 아니다"라는 자신의 견해를 전했다가 살해 협박과 가족에 대한 위협, 회유 등을 끊임없이 받았다고 한다. 민주사회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신들만이 정의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믿음이 불러온 폐단이다. 이념에 사로잡혀 어설픈 논리로 논란을 부추기는 일은 끝내야 한다.

이제는 10년의 사법 족쇄를 풀고 삼성도 다시 뛰어야 한다. 그 선두는 이 회장의 자리다. 40년 삼성맨의 말처럼 50만명이 일하는 삼성 그룹이 다시 활기를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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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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