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삼간 태울 상법개정안…외과수술식 접근을

초가삼간 태울 상법개정안…외과수술식 접근을

오동희 기자
2025.03.17 08:53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3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석 279인, 찬성 184인, 반대 91인, 기권 4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5.03.13.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3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석 279인, 찬성 184인, 반대 91인, 기권 4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5.03.13.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사 충실의무 범위 확대' 조항이 기업 경영에 미칠 파장에 대한 재계의 걱정이 크다.

현재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본회에서 통과된 개정안은 '회사를 위하여'라는 표현을 '회사와 주주를 위하여'로 바꿨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는 주주 보호를 강화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주주는 단일한 이익집단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주주 수만 510만 명에 달하며 이들의 이해관계는 천차만별이다. 10초짜리 주주도 있고, 10년짜리 주주도 있다. 일부 주주는 배당을 원하고 일부는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장기 투자자와 단기 투자자의 이해관계도 충돌한다. 결국 모든 주주의 이익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업 경영을 책임지는 이사들이 특정 주주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진다면 경영진은 필연적으로 소극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전략보다는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고 이는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이러한 규제로 인해 더 위축된다면 결국 피해는 국민 경제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흔히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다. 일부 대기업이 물적분할을 통해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발생한 것은 분명한 문제다. LG, SK, 두산 등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물적분할 과정에서 모회사의 기존 주주들이 불이익을 보는 일이 반복되면서 이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단순히 상법 개정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기업 경영의 근본 원칙을 흔드는 방식이 아니라 보다 정교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물적분할 후 재상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현재 기업들이 물적분할을 통해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기존 주주들은 신설 법인의 주식을 받지 못하고 모회사의 지분 가치만 희석되는 문제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물적분할 후 일정 기간 내에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기존 주주에게 우선 배정하는 등의 추가적인 주주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불공정한 기업 행태를 막으면서도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는 균형 잡힌 접근법이 될 것이다.

법 개정은 외과 수술과 같다. 문제가 발생한 지점을 정밀하게 짚어내어 수술해야지 무리한 절제는 오히려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기업 지배구조의 문제를 해결하려다 오히려 기업 활동 전반에 불필요한 제약을 가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주주를 포함한 국민 경제 전체로 확산될 것이다. 경제는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한 부분을 과도하게 규제하면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는 결국 국가 전체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인 대응이 아니라 냉철한 판단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의 더 심도있는 논의를 당부했는데도 이를 제대로 하지 않고 야당 주도로 통과된 점은 아쉬움이 크다. 일방적으로 특정 사례를 근거로 기업 경영의 근간을 흔드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보다는 한층 정밀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회는 기업의 성장과 주주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해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주주, 그리고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장기적인 경제 발전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단기적인 인기몰이나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진정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고려한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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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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