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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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누란지위(累卵之危)에 놓였다. 위헌 논란의 계엄령 선포와 탄핵안 가결로 인한 혼란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정치적 위기보다 더 깊고 큰 경제위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이하 반도체특별법)이 올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게 가장 큰 걱정거리다. 지구상에 가장 흔한 원소인 규소(Si)로 가장 가치 있는 상품을 만드는 반도체 산업은 군사력과 경제력 등 세계의 패권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반도체는 21세기 4차산업혁명·디지털·인공지능(AI) 등 미래 신산업의 핵심 분야로 삼성전자는 30년 이상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를 유지했다. 또 우리 반도체는 2023년까지 11년 연속 수출 1위 상품으로 전체 수출의 20%대를 차지하는 기둥이다. 세계 반도체 패권경쟁에는 우리만 힘을 쏟는 게 아니다. 미국·중국·일본·EU 등은 반도체 지원법을 잇따라 만들고 빼앗겼던 반도체 패권회복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K-반도체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지난 17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는 고 구본무 LG선대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가 아들인 구광모 LG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의 변론준비기일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2023년 2월 28일 소송을 제기한 지 이날로 659일째다. 이날 재판도 채 10분도 되지 않아 끝났다. 민사소송법(제199조)에서는 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5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정해놨으나 무용지물이다. 2024년 사법연감을 보면 민사 합의부의 1심 선고 평균기간이 약 473일인데 LG상속 소송은 이보다도 40% 가량 더 시간이 걸렸고 여전히 진행형이다. 원고 측 증인 1명의 신문 외에 아직 제대로 된 재판도 못했는데 또 해를 넘기게 됐다. 2년 동안 '변론준비기일' 여섯차례에 변론기일은 두차례밖에 열지 못한 '완행 재판'이다. 올초엔 법원 인사로 재판장이 교체되면서 새 재판부가 다시 사건기록을 검토하느라 재판은 또 늘어졌다. 이번 상속소송은 가족 내 다툼이지만 장기화되면서 LG라는 기업의 경영이나
내년 국내 경제 상황도 수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반도체협회 등 11개 주요 업종별 협회와 함께 실시한 '2025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를 보면 그렇다. 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바이오·기계 업종은 '대체로 맑음'으로, 자동차·이차전지·섬유패션·철강·석유화학·건설 분야는 '흐림'으로 전망됐다. 이번 전망을 보면 한국의 경제 버팀목인 반도체와 조선 등도 밝은 전망보다는 구름이 낀 상태로 보이고, 자동차와 이차전지는 더욱 어두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예측 불가능의 파도가 몰려오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자국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을 눈앞에 뒀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게다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계엄령 해제에 이은 대통령 탄핵 추진 등 국내 정치는 우리 경제를 시계제로의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재계에서 가장 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50주년을 맞은 오늘(6일), 삼성전자는 축하 대신 이례적으로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45년 만에 벌어진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발의 등 정치적 혼란 때문이 아니다. 삼성전자 DS부문의 한 임원은 이날 "여느 금요일과 다르지 않다"며 "그동안 삼성 반도체에 대한 다양한 지적과 요구가 있었지만, 이제는 우리가 열심히 할테니 지켜봐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는 회사 내부에서 반도체진출 50주년에 대한 별다른 행사 없이 조용히 하루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삼성 반도체의 시작은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모토롤라 출신의 반도체 엔지니어 강기동 박사가 한국 최초의 3인치 반도체 전공정(패브리케이션) 공장을 세우기 위해 '한국반도체주식회사'를 설립했고, 이듬해 10월 4일 경기도 부천에 첫 공장을 준공하면서 한국 반도체 제조의 역사가 시작됐다. 그해 12월 6일, 한국반도체의 주거래은행인 상업은행 광화문본점이 대출 만기 연장을 거부하
인사(人事)는 기업의 방향성과 철학을 가장 명확히 드러내는 메시지다. 변화냐 안정이냐, 혁신이냐 균형이냐를 판가름하는 기업의 의지를 잘 드러내는 창이다. 누구를 어떤 자리에 앉히느냐가 세상에 전하는 그 기업의 의지다. 최근 대한민국 주요 대기업들의 인사 발표는 각 그룹의 미래 전략과 조직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다. 특히 4대 그룹(SK그룹은 지난해 기준)의 사례는 한국 경제를 이끄는 주축으로서 이들이 어떤 길을 택하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올해 현대자동차 그룹의 인사는 단연 화제의 중심이었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최초로 외국인인 호세 무뇨스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한 것은 현대차의 글로벌 기업으로의 변신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자신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현대차는 과거 '현대맨' 중심의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의 일원으로서 폭넓은 관점과 다양성을 수용하고 있음을 인사를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회사의 청산가치 밑으로 떨어졌다. 청산가치는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금액으로 회사가 해산될 때 주주들이 나눠 가질 수 있는 돈이다. 삼성전자가 다른 기업이었다면 청산하라는 말이 나왔을 법한 주가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순자산(자본총계)은 약 383조 5266억 원이다. 반면 13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보통주(302조원)와 우선주(35조원)를 합쳐 337조 원으로 순자산가치보다 약 13.7% 낮다. 주당순자산배율(PBR)은 0.88이다. 이는 현 기업가치가 청산가치의 0.88배라는 의미다. 최근 20년간 삼성전자의 PBR이 1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그러나 현재 삼성전자는 주가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그 시발점은 고대역메모리반도체(HBM)였지만 총체적인 시장의 신뢰하락은 '미래 비전'에 대한 불투명한 메시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주주들이 회사로부터 미래에 대한 답을 듣지 못했다는 얘기다. 확신이 사라진
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제 반도체 산업에서의 패권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기조는 이전보다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는 산업을 넘어 국가 안보와 국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미국은 이 반도체 패권을 통해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두뇌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이자 운영체제(OS)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미국이 만들어낸 글로벌 자본주의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 반도체가 활용됐다. 금융·기술·산업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시스템은 반도체 위에서 미국의 자산과 정책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한국은 이 시스템과 연계해 빠르게 정보를 전송하고 연산 작업을 보조하는 '메모리'와 같은 위치에 있다. 글로벌 시스템의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하면서도 독립성을 유지해 나가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트럼프 1기 때는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장비 금수조치를 하면서 한국을 추격하던 중국의 발목을 잡았고, 이로 인해 한국은 어부지리의 이득을 취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회장 취임 2주년을 하루 넘긴 28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어김없이 2주만에 열리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재판을 위해 서울고등법원 제417호 대법정에 섰다. 이날 재판에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목적과 위법성에 대해 다퉜다. 검찰은 삼성 미래전략실 주도 아래 이재용 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목적을 숨기고, 합병시너지를 과장해 무리한 합병을 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측은 이미 1심에서 배척된 공소사실을 검찰이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검찰의 주장과 달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미래전략실과 양사가 협의해 합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방은 일부 공소사실 변경내용이 있긴 했지만 지난 3년 5개월 동안 진행된 1심 내용의 도돌이표와 같은 것으로 보였다.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공방보다는 오히려 이 재판을 주재하는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의 진행방식이 더 눈길을 끌었다. 재판
#1. 4년전 일요일(10월 25일) 아침 8시쯤 지인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으로 가보셔야겠다." 그 순간 그 말에는 기자와 수화기 너머의 지인 사이에는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메시지가 있었다. VIP 병동에 누워있던 '이건희 삼성 회장의 타계'를 알리는 말이었다. 삼성의 공식사망 발표 2시간 전의 일이다. 재계의 큰별이던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타계한 지도 벌써 4년이 지났다. 생전 이 선대회장은 '초일류' 기업의 '초격차' 기술을 끊임없이 강조하며 위기의식을 불어넣었다. 이 선대 회장이 당시 끊임없이 위기를 말했지만 그가 말한 위기는 '현재'가 아닌 '미래의 위기'였다. 항상 CEO들에게는 "5년 후나 10년 후 먹거리가 뭐냐"고 물었고, 그 답을 가져오지 못하는 CEO들에게 "미래를 예측하기 참 힘들다. 나도 모르는데 누가 미래를 알겠냐"며 미래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만이 답이라고 "인재를 찾아오라"고 CEO들을 다그쳤다. 이 선대 회장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하면 기술적 반등에 기대서 삼성전자를 살지 모르지만, 우리처럼 장기투자를 하는 외국인들은 지금이 이 종목을 계속 들고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외국계 증권사 아시아헤드인 A 임원이 약 한달 전에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세가 1주일 정도 지속될 즈음에 한 말이다. 그는 단타가 아닌 수십년간 하나의 우량종목에 투자하는 외국인 장기 투자자 입장에서 미래성장성이 불투명한 삼성전자를 더 보유해야 할지를 판단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그후에도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공세는 이어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9월 3일부터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한 10월 8일까지 21거래일(휴일 제외)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 기간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총 발행주식의 약 2.6%인 1억 5440여만주를 내다팔았다. 10조원 어치를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던진 것은 유례 없는 일이다.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75년 동업의 운명을 가를 날이 다가오고 있다. 영풍과 고려아연의 관계가 경영권 분쟁으로 흔들리고 있다. 황해도 사리원 출신의 '최기호'와 '장병희'가 월남해 영풍기업사를 함께 세운 1949년 이후 최대 위기다. 초기에 절반씩 투자한 두 공동 창업자는 30년 이상 훌륭한 파트너로 사업을 키웠다. 발동기 장사를 하던 최 창업자가 외상으로 기계류를 광산에 대주면서 광업에 발을 내디딘 게 시작이었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사장을 맡으면 다른 사람은 회장을 맡는 식으로 영풍상사와 영풍광업의 사장과 회장을 번갈아 나눠 맡기도 했다. 1970년대에는 두 사람이 국내 고액납세자 상위 10위권에 들어가기도 했다. 일제시대 개발된 연화광산을 뿌리로 아연광 수출에서 아연제련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1974년 정부가 중화학공업화 6대 핵심 사업 중 하나로 비철금속공업 육성 계획을 추진한 게 고려아연의 시작이다. 석포제련소에 이어 영풍상사가 온산비철금속 단지 내 온산아연제련소를 건설한 게 시발점이다. 이
한달여만에 다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지난 8월 올림픽 공식후원사로서 파리올림픽에 참가하고 구글 캠프에 참석해 글로벌 기업 리더들과 만난 후 김포공항으로 귀국하던 그날, 이 회장의 얼굴에는 오랜만의 해외 일정에서 얻은 성취감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엿보였다. 실적으로 보여주겠다던 그 자신감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9월 30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 마주한 그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굳게 입을 다문 표정에선 재판의 중압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기자와의 짧은 인사에서도 긴장감이 묻어났다. 새로운 항소심이 시작됐고, 재판부는 내년 1월 선고를 목표로 일정표를 제시했지만 그 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점은 명확했다. 검찰이 2100여 개의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고 공소장까지 변경하며 긴 싸움의 서막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지난 1심 재판만 해도 3년 5개월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이 회장은 매주 재판에 출석해 100회 가량을 채웠고 그로 인해 회사의 미래를 위한 많은 시간을 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