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으려면…

반도체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으려면…

오동희 기자
2024.12.30 10:00

[오동희의 사견(思見)]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국무총리(한덕수) 탄핵소추안 상정 관련 국민의힘 의원들이 단상을 점거하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막아서고 있다. 2024.12.27./사진=조성봉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국무총리(한덕수) 탄핵소추안 상정 관련 국민의힘 의원들이 단상을 점거하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막아서고 있다. 2024.12.27./사진=조성봉

대한민국이 누란지위(累卵之危)에 놓였다. 위헌 논란의 계엄령 선포와 탄핵안 가결로 인한 혼란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정치적 위기보다 더 깊고 큰 경제위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이하 반도체특별법)이 올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게 가장 큰 걱정거리다.

지구상에 가장 흔한 원소인 규소(Si)로 가장 가치 있는 상품을 만드는 반도체 산업은 군사력과 경제력 등 세계의 패권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반도체는 21세기 4차산업혁명·디지털·인공지능(AI) 등 미래 신산업의 핵심 분야로 삼성전자는 30년 이상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를 유지했다. 또 우리 반도체는 2023년까지 11년 연속 수출 1위 상품으로 전체 수출의 20%대를 차지하는 기둥이다.

세계 반도체 패권경쟁에는 우리만 힘을 쏟는 게 아니다. 미국·중국·일본·EU 등은 반도체 지원법을 잇따라 만들고 빼앗겼던 반도체 패권회복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K-반도체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시급한 이유다.

삼성전자(190,100원 ▲100 +0.05%)SK하이닉스(949,000원 ▲55,000 +6.15%), DB하이텍(93,000원 ▲1,600 +1.75%)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특별법이 빠른 시일 내에 입법화되기를 바랐다. 여기에는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위원회 설치 △5년 단위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기본계획 수립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특별회계 △국가전력망 및 용수 공급망 설치에 관한 사항 반영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과 인프라 투자 지원 △연구개발 종사자 중 근로소득 수준을 고려한 당사자간 서면합의로 '주 52시간 예외' 인정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정국은 국회 표결과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이 무한 반복되는 뫼비우스의 띠 안에 갇혔고, 국회는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위법적 비상계엄령 이후 사실상 본연의 기능인 입법의 시계가 멈춘 상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26일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를 열었지만, 여당의 의원총회와 본회의로 반도체 특별법 심사도 하기 전에 산회했다. 야당이 반대하는 '주 52시간 예외 규정'에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계는 서둘러 앞으로 나가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시계만 멈췄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때가 아니다. 싸우더라도 미래를 위한 먹거리는 준비해두고 싸워야 한다. 때를 놓치면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고 나락으로 빠진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내년 농사의 기반이 되는 씨앗은 지킨다(농부아사침궐종자: 農夫餓死枕厥種子)고 했다. 대한민국의 미래 씨앗은 반도체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가 잘하는 것을 더욱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우리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자국우선주의라는 넛크래커(호두까기 기계) 사이에 끼였다.

D램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국의 경우 자국산 D램 생산업체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성능이 처지는 중국산 D램을 사용하는 수요기업에도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내년에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전세계 D램 시장의 15%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는 위협적인 소식이다.

미국의 경우는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약 7조원(47억 5000만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최대 4억5800만 달러(약 6600억원)의 보조금과 5억 달러(약 7200억원)의 대출을 제공하기로 했다.

우리의 현실은 대조적이다. 국내의 경우 각종 규제에 막히고, 반기업 정서에 휘둘려 공장건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용인 클러스터 단지에 도로 확충을 정부와 지자체에 요청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력과 용수·도로 등 반도체 공장의 인프라를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미국이나 중국과는 큰 차이다.

고임금 연구개발직의 '주 52시간 근로' 예외 조항은 쟁점거리도 안된다. 속도 무제한인 독일 아우토반(고속도로)에 '도심 시속 50km'의 규제를 두는 것과 같다. 아우토반의 경쟁에서는 아우토반만의 룰이 있다. 미국이나 일본이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collar exemption·고연봉 관리·전문직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을 택하는 이유다.

장시간 일을 한다고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창의적 인재들을 시간의 틀에 가두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반도체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으려면 국회가 하루라도 빨리 반도체특별법을 통과시켜 기업만이라도 미래 먹거리를 챙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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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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