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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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업체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의 공개로 다시금 역사 논쟁이 가열되면서다.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도입을 두고 갈팡질팡하면서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출판업계 관계자들은 “현 상황에서 내년부터 국정 교과서를 도입한다 해도 문제지만 당장 검정으로 대체한다 해도 시간이 촉박해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우려를 쏟아낸다. 역사교과서라는 중요한 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결국 피해는 애꿎은 일선 학교와 학생들에 돌아갈 것이라는 걱정이다. 혹시나 했던 역사교과서의 내용은 ‘역시나’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국민들이 우려한 점들이 고스란히 담겨서다. 대표적으로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기해 임시정부의 의미가 격하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과보다 공에 초점을 맞췄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효도 교과서’라는 비아냥도 제기된다. 게다가 베일에 가렸던 집필진의 면면
광해군일기에는 광해군 즉위 이듬해(1609년) 4월21일, 요즘으로 말하면 감사원에 해당하는 사간원이 간언하는 장면이 나온다. 선왕(선조)의 죽음을 막지 못해 쫓겨난 전직 어의 허준의 대궐 출입을 막아달라는 요청이다. 삭탈관직 당한 지 1개월. 광해군은 민간의 신분인 허준의 대궐 출입을 허용했다. 동의보감 집필 중 내의원 자료를 살펴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선왕을 살리지 못한 어의는 유배를 떠나는 게 당시 당연한 관례였지만 광해군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광해군은 신하들과 대립각을 세워가며 그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광해군이 허준을 싸고돌기는 상식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정도였다. 시작은 광해군이 즉위한 1608년 3월10일 사간원이 허준을 탄핵하면서다. 광해군이 들은 척도 하지 않자 사간원과 함께 양대 언론기관 중 하나인 사헌부가 가세했다. 엿새간 두 기관은 네 차례 탄핵을 반복했다. 광해군은 결국 허준을 삭탈관직했지만 대궐 출입을 허용해줬다. 왕과 신하들의 기싸움이 본격화
지난 3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선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가 펼쳐졌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월드시리즈 7차전 얘기다. 연장 10회까지 진행된 이날 경기는 컵스의 1점차 승리로 막을 내렸다. 4차전까지 1승3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컵스가 내리 3연승을 거두며 108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극적인 순간이었다. 1945년 한 팬이 애완용 염소를 데리고 야구장에 들어가려다 거부당하자 내뱉은 "다시는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에서 시작된 '염소의 저주'가 71년만에 풀린 날이기도 했다. 컵스의 감동적인 우승으로 5년간 팀을 이끌어온 테오 엡스타인 사장의 리더십도 다시 한번 조명을 받았다.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으로 부임한지 2년만인 2004년에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86년간 이어져온 '밤비노의 저주'를 깨뜨린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밤비노(사슴)는 전설의 홈런왕 베이브 루스의
"생각만해도 끔찍할 겁니다"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국민은 물론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한편에선 가슴을 쓸어내리는 기업이 있다. 미래에셋그룹 얘기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회장단 가입 요청을 고사한 것과 관련해서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그룹 차원의 기금 출연은 물론 검찰 수사와 이미지 훼손 가능성 등 악재를 비켜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는 평가다. 박 회장에 대한 전경련의 회장단 가입 요청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경련은 새로운 회장단 영입에 열을 올렸고 박 회장에게도 줄기차게 러브콜을 보낸다. 회장단 가입 기준도 기존 30대 그룹(공정거래위원회 기준)에서 50대 그룹으로 낮췄다. 30위권에 들지 못하던 미래에셋그룹(38위)을 회장단 영입 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다. 전경련의 박 회장 영입 노력은 지난해도 계속 이어졌다. 박 회장을 회장단으로 영입하기 위해 전경련 고위
‘순실의 시대’에 벌어진 국정농단으로 나라가 혼란스럽다. '국가와 결혼했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파혼도 얼마 남지 않은 듯 하고, 많은 국민들의 기대와 바람에서 출발한 이번 정권도 실패로 끝날 모양이다. 전직 대통령의 딸, 최초의 여성 싱글 대통령으로 과거 정권에서 늘 문제가 됐던 비리도 없을 것이며, 오직 국정에만 힘을 기울여 최소한 평균 이상은 될 것이라고 기대했건만 결국 공염불에 그쳤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에서 속속 드러나는 최순실과 비선조직의 국정 개입 정황은 실로 가관이다. 대기업의 총수들을 통해 돈을 뜯어내는 것은 기본이고, 행정력을 동원해 사소한 이권 사업도 놓치지 않으려 한 노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을 내려야 하는 권력자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편파적 성향인 확증편향(確證偏向)에 빠지기 쉽다. 그간의 경험에서 만들어진 세계관에 맞춰 세상의 정보를 걸러내길 원할 뿐이지, 새로운 가치관과 식견을 만
100만 촛불민심을 발화시킨 '최순실게이트'. 부산지역 유력 인사들이 떨고 있다는 '엘시티(LCT) 사업 비리 의혹'. '급'이 다른 이 두 사건은 헌정사 첫 '피의자 대통령'이 '엘시티 엄정 수사' 지시를 내리면서 미묘한 역학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여야 유력 정치인 연루설이 나온 엘시티 사건으로 최순실게이트의 물타기를 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정관계 로비리스트는 없다'고 못 박은 엘시티 수사팀은 이영복 엘시티 회장의 골프접대 명단을 확보해 로비수사의 첫 단추를 꿰고 있는 상황이다. 친목계를 같이 했던 최순실과 이영복. 이 두 사람은 권력의 장막 뒤에서 각종 이권에 개입한 범죄혐의의 유사성 말고도 '반칙'으로 일관한 삶의 방식이 비슷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대통령과 공모'한 최순실은 대기업들에게 돈을 내라고 강요했고 민간기업인 KT 인사에 간여하는가 하면 광고대행사 포레카를 백주대낮에 강탈하려는 시도까지 했다. 딸 정유라를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부정입학 시키
2014년 1월 21일(현지시간) 스위스 수도 베른. 당시 청와대를 출입했고,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대통령을 동행 취재했다. 포럼 기간 중 다보스에서 숙소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 기자단 숙소는 3시간 거리인 베른에 마련됐다. 풀(Pool) 취재 시스템에 따라 펜(취재)기자 2, 사진, 카메라 기자 각 1명만이 다보스행 열차에 오를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추억 속 이날이 떠오른 건 청와대가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압박했다는 보도 탓이다. 기사를 송고한 뒤 “시간 되면 저녁이나” 하자는 제안에 베른의 한 식당으로 향했다. CJ그룹의 고위임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냐”고 의아해 하자 “중동 일이 있던 참에 들렸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대화는 다보스포럼 ‘한국의 밤’ 행사에 참석한 이 부회장 얘기로 흘러갔다. 이 행사는 국가 투자설명회(IR) 장이다. 박 대통령은 포럼에서 정권 간판사업인 ‘창조경제’ 알리기에 힘을 쏟았다. 당시 청와대
박정환 대검찰청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은 각종 비리와 폭력으로 검찰 총장직에 오른 이태준 총장을 7년간 돕다가 배반의 흔적을 느끼고 등을 진다. 전통적 법조 집안 출신의 윤지숙 법무부 장관은 개혁을 외치지만 아들의 병역 비리라는 유일한 상처를 감추기 위해 이 총장과 손을 맞잡는다. 시한부 인생을 앞두고 인생을 제대로 살려는 박 검사의 두 고위직을 향한 복수는 ‘정의’라는 깃발 아래에서 투혼을 발휘하며 묘한 감동까지 덧칠한다. 지난 2015년 막을 내린 SBS 드라마 ‘펀치’의 주요 내용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검찰 내부의 생채기가 실제 상황처럼 묘사되자, 법조인들의 우려가 컸다. “드라마의 내용이 완전 허구”라는 등 원로 법조인의 비난이 쏟아졌고, “오죽했으면 이런 드라마까지 나왔겠느냐”며 탄식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드라마 내용을 가장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키워드가 ‘법은 하나’라는 대목이다. 7년 전 법과 원칙으로 모든 사안을 해결하기 힘든 현실에서 박 검사가 병역 비리를 캐기 위해
세계 3대 조직폭력단(조폭)으로는 미국 마피아와 일본 야쿠자, 중국 삼합회가 꼽힌다. 다수의 조직원을 구성해 불법수익을 얻을 수 있는 유형의 범죄를 저지르며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경찰청 산하 치안정책연구소가 펴낸 경찰의 조직폭력범죄에 대한 대책(2009년)에 따르면 조폭은 보통 피라미드 형태다. 상부로 갈수록 1인이나 소수로 이뤄져 있다. 이런 구조는 한국뿐 아니라 마피아 등 세계의 다양한 범죄조직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폭력행위에 관한 법률 4조1항에 상부조직원을 '수괴'로 표현하고 있다. 사전적으로는 '못된 짓을 하는 무리의 우두머리'라는 뜻이다. 마피아는 카포(Capo), 야쿠자는 오야붕(親分), 삼합회는 롱토우(龍頭)라고 부른다. 수괴 밑에는 하부조직원에게 직접 범죄 실행을 지시하거나 주도자라고 일컫는 '행동대장'이 있다. 마피아는 언더카포가 있고, 그 아래에 카포레짐(Caporegim)이나 캡틴(Captain)이 있다. 야쿠
또 번지수가 틀린 걸까? 정부가 서울과 경기 일부, 세종시 등 이상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역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연장하고 청약자격 조건을 강화하는 등 부동산 시장 진정책을 내놓았지만 부동산시장 열기는 계속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강북으로, 재건축 분양권에서 입주권으로 투기의 중심이 수평 이동했을 뿐이다. 정부의 11.3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하 11.3 대책)의 핵심 타깃은 서울 강남권이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이후 계속되고 있는 부동산시장 활황세를 주도하고 있는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의 재건축 단지, 사상 초유의 분양가 4000만원(3.3㎡당 기준) 시대를 연 그곳을 정조준했다. 과열 의심 지역에 규제를 집중시키는 이른바 '핀셋규제'다. 실제 11.3 대책 이후 강남 3구 분양권 전매 시장은 거래가 뜸해지고 천정부지로 뛰던 재건축 아파트 시세도 하락 반전했다. 대신 마포구, 영등포구 등 서울 강북권과 기타 경기 지역의 분양권 웃돈(프리미엄)이 하루가 다
"모든 직장인들은 행복하게 직장생활을 끝내는 '해피엔딩'을 꿈꿉니다. 하지만 직장인 99%의 마지막은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임명권자의 의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진실한 해피엔딩이 되려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마이엔딩'이 돼야합니다." 30년 전 대우증권 평사원으로 시작해 첫 공채출신 CEO(최고경영자)에 오른 홍성국 미래에셋대우 사장은 '사임의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지난 4일 이사회를 마지막으로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통합 미래에셋대우의 박현주 회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임을 택해 증권업계에서는 여러 말이 많았다. 그는 왜 '마이엔딩'을 선택했을까? 무엇이 수억원에 이르는 연봉도, 국내 최대 증권사의 CEO라는 타이틀도 마다하게 했을까? "30년 이상 같은 회사를 다닌 이후에 저의 거취를 타인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인생의 지도에 나침반을 놓고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수없이 고민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사실 언제 회사를 그만둘 것인지
2014년 12월 용산구의 한 아파트가 마음에 들어 매입을 심각하게 고려했다. 당시엔 1억2000만원의 대출을 받으면 살 수 있었다. 고민 끝에 좀 더 저축해 대출 부담을 줄이자는 생각에 구입을 보류했다. 아파트 값이 많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게 얼마나 바보 같은 결정이었는지를 깨닫기까진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파트 가격은 이후 거짓말 같이 급등했다. 지금은 같은 아파트를 매입하려면 2억9000만원의 대출을 받아야 한다. 그 정도 대출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결국 내 집 마련의 꿈을 무기한 보류했다. 1년 11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일어난 일이다. 이 기간 동안 저축한 금액은 얼마 되지 않는 푼 돈 수준인 반면, 해당 아파트는 무려 1억7000만 원 이상 올랐다. 강남 아파트와 비교하면 오름폭은 '새 발의 피' 수준이지만, 기자가 감당할 수 있는 대출 한계를 훌쩍 넘어섰다. "저축한 게 오히려 손해다", "그냥 과감히 매입했어야 했다"는 후회와 자괴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