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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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변호사 친구의 고민은 챗GPT다. "아무래도 우리 어쏘(로펌 주니어 변호사)가 챗GPT를 긁어서 보고서로 쓰는 거 같아." 매번 문체가 달라져서 의심하게 됐단다. 문체 의심은 '팩트' 의심으로 번졌다. 결국 그는 어쏘의 보고서 속 인용자료를 일일이 체크했다. 그럴듯한 시장점유율 표가 10년 전 수치였다는 걸 발견하고 너무 놀라 어쏘에게 화낼 기운조차 없었다고 한다. 만약 오류를 클라이언트가 발견했다면?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일일 테다. AI는 종종 치명적인 오류를 만든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애플이 아이폰에 장착한 AI가 기사 요약을 잘못해 말썽이다. 폰 잠금화면에 "(용의자) 루이지 맨지오니 총으로 자살-BBC"라는 알람이 떴는데, 이는 사실과 달랐다. BBC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루이지 맨지오니가 펜실베이니아 주립 교도소에 이감됐다"는 기사를 썼는데, 아이폰 AI가 요약을 잘못한 것. BBC는 애플에 "거짓 헤드라인을 만든 AI기능 철폐를 촉구한다"고 항의했다. AI
처단(處斷). '결단을 내려 처치하거나 처분한다'는 국어사전 속 이 낱말의 정의가 새삼 끔찍하게 다가온다. 심지어 유의어로 거세·처분·처형이 언급되는 '처단'은 지난 3일 밤, 대한민국의 전공의를 향해 돌진했다. 그날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포고령엔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파업·이탈 전공의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돌아오지 않으면 처단한다는 포고령은 의사 집단을 들끓게 하기에 충분했다. 계엄 해제 3일 후인 7일 오전 10시,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머리를 숙였다.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렸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제2의 계엄과 같은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담화문 어디에도 포
"크리스마스가 코앞인데 분위기가 안 난다"는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지난 주말 저녁 광화문에 다녀왔다. 서울시가 개최한 '윈터페스타'를 보러 가기로 했다. 광화문 인근 지하철역에 내리자마자 '아차' 싶었다. 광화문 일대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관련 대규모 집회로 떠들썩했다. 인파를 헤치고 행사장에 도착했지만 대형 스피커에서 나오는 집회 구호에 캐럴은 들리지 않았다. 아이들을 달래며 때마침 시작한 기타 공연을 보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눈앞의 기타 소리마저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상황이 이러니 관객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공연을 마친 연주자의 뒷모습이 쓸쓸하게 느껴졌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문득 우리 반도체 기업이 떠올랐다.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정치 이슈에 파묻혀 들리지 않는 상황이 광화문 행사장 풍경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1년 동안 우리 반도체 기업은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세계적인 AI(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오랜만에 '봄'을 맞는
지난 18일 아침 해가 채 떠오르지도 않은 시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한 회의실에 20여명이 모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동영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최형두 의원(국민의힘)이 공동 주최하는 'AI(인공지능)·모빌리티 신기술 전략 조찬포럼' 현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NIPA(정보통신산업진흥원)를 비롯해 학계, 산업계 인사들이 대거 나왔다. 과방위 여야 주요 의원들이 함께 주최한 자리인 만큼 각계의 적극적 참여가 돋보였다. 지난 8월부터 이날까지 8차례에 걸쳐 진행된 세미나에는 과기정통부, 네이버(NAVER), 현대차, SK텔레콤, KT, 딥엑스, 한국항공우주 등 정부와 주요 기업 관계자들이 나와 AI와 모빌리티를 아우르는 신기술 관련 정책 현안들을 발제했다. 두 의원이 매번 세미나에서 현안을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질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도 정부-기업 간 협력을 통한 데이터 수집, 반도체 경쟁력 제고를 뒷받침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R&D(연구개발
'개점휴업'.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세종 관가의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모든 부처가 일을 아예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등 굵직한 정책을 추진할 명분과 동력이 사라진 탓에 사실상 특정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이런 기류는 윤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토론회에 많이 동원된 부처들일수록 강할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는 총 30차례 토론회(마지막 일정 12월2일, 충남 공주) 중 직접 주관한 것 외에도 다른 부처 행사에 관계부처로 이름을 올린 횟수까지 모두 더하면 20번 넘게 참여했다. 특히 주택·도로·철도·공항 등의 건설이라는 업무 특성상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열린 토론회의 경우 거의 한 번도 빠짐 없이 등장했다. 민생토론회 당시 국토부가 떠안은 안건을 보면 △1기 신도시 조기 재건축 추진 및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1월10일)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빨리빨리'는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에게도 익숙하다. 'K-근성'을 한 마디로 축약해주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한밤의 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 가결까지 불과 12일 만에 한국 정치가 빛의 속도로 격변을 겪고 그 혼란을 수습해가는 모습에 외국인들은 혀를 내두른다. 그 자체로 한편의 K-드라마 같다는 평가다. 블룸버그통신은 20만 국민이 여의도에 일사불란하게 모여 질서정연하게 시위하고, 탄핵 국회 가결로 중간 매듭을 지은 데 대해 찬사를 보내며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기저에 깔려있다고 짚었다. 한때 빨리 끓고 빨리 식는 냄비근성으로 폄훼됐던 이 같은 특징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갈등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한국만의 강력한 에너지라는 해석이다. 실제 가난했던 한국이 짧은 시간 글로벌 공급망의 정상에 오르고 정치경제 및 대중문화에서 체급 이상의 펀치를 날릴 수 있었던 데는 현안에 빠르게 집중하는 삶의 방식이 유효했다.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후 시민들은 지체 없이 단결해 반발했다.
"실손 있어요? 몇 세대일까요?" 최근 지인이 병원에 가서 들은 말이다. 현 정부가 실손의료보험 개혁을 선포했고, 실손보험을 악용한 의료기관의 비윤리적인 행태에 언론의 지적이 이어졌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 허탈했다. 오히려 비윤리적인 행태는 더 고도화된 느낌이다. 실손보험을 이용한 과잉 진료 행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비급여 관리가 전제돼야 하는데 이번에야말로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정책인 의료개혁안에는 실손보험 개선안도 포함돼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29일 국민의 의료비 부담 감소와 필수 의료 서비스 강화를 위해서 연내 실손보험 개선안 마련을 관계부처 장관에게 지시했다. 일정대로라면 오는 19일 비급여·실손보험 개선안 관련 공청회를 열고, 연말에는 의료 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해야 하지만 대통령이 지시한 지 두 달도 안 돼 모든 것이 불투명해
경제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줄임말이다. 세상을 잘 다스려 백성을 구한다는 뜻이다. 과거 막부시대 서구의 이코노미(economy)란 개념이 일본에 들어오자 중국 고대사상인 경세제민의 뜻을 차용·사용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됐다는게 정설이다. 사실상 나라를 다스려 사회질서를 바로잡는다는 뜻의 정치와 적어도 동양권에선 크게 다르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정치와 경제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치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관계 역시 반영한다. 12월 대한민국의 자본시장 투자자들을 포함한 모든 국민은 더욱더 이런 가치와 관계를 몸소 느꼈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12월3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비상계엄상황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경제지표는 요동쳤다. 당일 2% 가까이 올랐던 코스피는 4일부터 4거래일 연속 파란불이 켜졌고, 1차 탄핵안 표결이 불발된 이후인 9일에는 3% 가까이 빠지며 연중 최저인 2360.18까지 종가가 내려갔다. 환율은 더 걱정스러웠다. 계엄 선포 직전 1300원대 후
비상계엄 사태,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윤석열정권의 2년6개월여 기간을 반추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각계각층에서 좋고 나빴던 이유와 각종 에피소드가 거론되는 가운데 그 어느 분야보다 공직사회가 중요한 평가의 대상에 오른다. 그리고 가장 '비정상적'이었던 정부기관을 찾아보라면 가장 높은 순위로 꼽힐 부처 중 하나가 '방송통신위원회'다. 비정상으로 평가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우선 수장의 교체가 유별나게 잦았다. 전임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돼 잔여 임기를 일부 소화한 한상혁 전 위원장을 포함해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이동관 전 위원장, 김홍일 전 위원장, 현재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정지 상태인 이진숙 위원장까지. 불과 2년6개월여 만에 4명이 방통위원장직을 거쳤다. 4~5년 임기를 마친 이명박정부(최시중·이계철) 박근혜정부(이경재·최성준) 문재인정부(이효성·한상혁)에선 방통위원장이 2명이었다. 수장을 교체한 이유도 비정상적이었다. 야당이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 가결 전 위원장
계엄 이후 일주일 만에 주가가 20% 가까이 급락했다. 지수 전체가 주저앉은 충격에 더해 회사 핵심 먹거리인 원전 사업이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겹쳤다. 이 때문에 미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사업구조 개편이 무산됐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겪은 지난 일주일은 비상 계엄이 기업을 흔든 사례의 일부다. 산업계 전반을 살펴보면 사실상의 '기업 계엄'이다. 국회에서 반도체 특별법과 인공지능(AI) 기본법 처리가 중단됐다. 부처 합동으로 추진 중이던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도 무기한 연기됐다. 원전처럼 정부 지원이 절실한 방산 수출 역시 된서리를 맞았다. 모두 근원 경쟁력이 저하된 가운데 불거진 일이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주가 "(삼성이) TSMC 추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일부 기술적 문제 때문"이라며 대놓고 삼성의 기술을 지적할 만큼 반도체 파운드리 격차는 오히려 벌어졌다. 석유화학과 철강은 중국의 물량 밀어내기 공세로 이미 코너에 몰린 지 오
국회가 2025년도 예산안을 처리한 지난 10일. 회의를 진행하던 우원식 국회의장이 잠시 머뭇거렸다. 우 의장은 "교섭단체 대표위원님, 정책위의장이 나와서 상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안건 처리 중 진행을 잠시 멈추는 것은 이례적인 장면이다. 통상 본회의는 원내 교섭단체 사이 협의를 거친 안건만 올리기 때문에 의원들의 찬반 토론 없이는 안건처리를 멈추는 일은 거의 없다. 우 의장이 이날 안건처리를 멈춘 것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무상교육 비용 47.5%를 국비로 지원한다'는 조항의 효력을 3년간 연장하는 것이 골자다.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조항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효력이 사라지는 일몰 규정에 따라 올해 말까지만 적용되고 사라질 예정이었다. 문제는 다음 안건인 2025년도 예산안이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낸 677조4000억원 규모 예산안에서 4조1000억원을 감액한 수정안을 본회의로 보냈다. 정부·여당은 예산
지난 수년간 기업들은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수많은 비용을 치렀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방지법(IRA)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기업은 계획에 없던 조단위 투자를 하거나 해외 공장을 매각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했다. 환율 변동, 운임료 증가 등으로 인한 지출도 컸다. 펜데믹 이후 곳곳에서 터지는 문제들은 기업을 위기로 몰았고, 기업은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한국 기업이 기댈 곳은 한국 정부 뿐이었다. 2022년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기업에 많은 것을 약속했다. 특히 52시간에 묶인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바꾸고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불확실성에서 생존해야 하는 한국 기업에 무엇보다 필요한 정책이었다. 임기 절반을 도는 시점에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지만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기업은 놓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3일 비상계엄 이후 기업은 현 정부에 대한 기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