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원화 스테이블코인 열풍의 명암

[우보세]원화 스테이블코인 열풍의 명암

지영호 기자
2025.06.27 04:3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서병윤(왼쪽) DSRV 미래금융연구소 소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025.03.05.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서병윤(왼쪽) DSRV 미래금융연구소 소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025.03.05. [email protected] /사진=조성봉

#. 넷스케이프는 1995년 8월 28달러로 상장해 연말 80달러를 넘어섰다. 이를 계기로 이듬해 나스닥에서 본격적인 닷컴 열풍이 시작됐고,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16일 연속 상한가를 친 골드뱅크, 150배 폭등한 새롬기술은 아직도 주식시장에서 회자된다. 도메인 선점을 위한 경쟁도 뜨거웠다.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특정 업종이나 단어를 포함한 도메인을 사들인 뒤 기업에 비싼 값에 되파는 게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열풍은 5년만에 싸늘하게 식었다. 닷컴 기업의 수익성에 한계가 드러나면서 투자금을 대는 곳이 자취를 감춘 탓이다. 경쟁적으로 투자를 늘렸던 닷컴 기업 대부분은 문을 닫거나 헐값에 팔렸고 구글이나 네이버처럼 절대강자만 살아남았다.

#. 특허청 지식재산정보 서비스 키프리스(KIPRIS)에서 원화를 의미하는 'KRW'를 뜻하는 상표등록을 찾아봤다. 이미 국내에서 약 200건이 등록을 마쳤다. 카카오페이나 미래에셋컨설팅 같은 회사뿐 아니라 개인으로 등록된 사례도 다수 있었다. 금융회사, 게임회사, 핀테크기업도 상표등록 경쟁에 뛰어들었다.

카카오페이는 이 상표등록 만으로 상한가 열차에 올라탔다. 3만원에서 놀던 적자기업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9만대로 날아올랐고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돼 두번이나 거래정지 됐다.

이달들어 자본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테마 중 하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관련주로 묶이면 불기둥이 섰다. 지난 5일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 '써클'은 보름여만에 공모가의 9배로 뛰었다.

국내 주식시장도 뜨거웠다. 대선 테마주로 예열을 시작한 관련주는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 불장을 주도했다. 카카오페이 외에도 코스닥 게임사 넥써쓰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KRWx' 발행 선언으로 주가가 2배 가까이 뛰는 등 관심을 받았다. 다른 스테이블코인 수혜주도 펄펄 날았다.

찬물이 끼얹어졌다. 국제결제은행(BIS)과 한국은행이 차례로 금융시장의 혼란을 경고하면서다. 안정성과 준비자산의 신뢰가 깨지면 '코인런'(대규모 상환 요구)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알람이 울리자 일부 종목에서 불기둥은 얼음기둥으로 바뀌었다.

스테이블코인 열풍은 30년 전 닷컴기업을 연상케 할만큼 주목받고 있지만 현실이 되기엔 갈길이 멀다. 특히 전세계 스테이블코인의 99%가 달러 기반으로 하는 시장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성공하려면 바늘귀를 통과해야 할 만큼 어렵다. 유로화나 파운드화, 엔화같은 국가간 거래에 자주 사용되는 통화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도 자리잡지 못했다. 2022년 테라 루나 사태처럼 기술적 오류나 해킹에 대한 우려도 남아있다.

그럼에도 스테이블코인을 외면하기 힘든 이유는 디지털자산이 가져올 미래를 포기할 수 없어서다. 이미 5억원 이상 해외 디지털자산 신고액이 131조원이다. 국내에 투자돼야 할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은 더 척박해진다. K콘텐츠, K컬쳐 등을 통해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선 한국의 위상을 고려할 때 뒤늦은 도전에도 가능성을 찾는 배경이다. 불기둥을 쫓는 부나방 행태 대신 지속적인 관심과 합리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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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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