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국내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111,300원 ▼6,300 -5.36%) 주가가 하루 만에 8.28% 떨어졌다. 업계 3위 롯데마트 운영사인 롯데쇼핑(113,300원 ▲1,500 +1.34%) 주가도 9.03% 빠졌다. 하루 만에 양사 합산 약 3900억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던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이 무색해졌다"고 토로했다.
양사는 유통의 중심축이 이커머스(전자상거래)로 옮겨가는 상황에서도 국내 시설 투자를 늘리고, 해외 사업을 확대하며 오프라인 유통사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같은 날 동시에 주가가 이례적으로 급락한 건 정치권 때문이었다.
최근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인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대표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 의지를 피력했다. '대형마트와 준대형점포(SSM)가 한 달에 두 번 반드시 공휴일에만 휴업해야 한다'는게 골자다.
이 법이 통과되면 대형마트 3사가 운영 중인 전국 393개 점포는 매월 2회 일요일에 쉬게 된다. 현재 해당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정한 152개 점포도 운영 기준을 되돌려야 한다. 전국 1450여개에 달하는 SSM 점포도 같은 규제를 받게 된다.
관련 내용이 알려진 이후 반발 여론이 거세졌다. 현실적으로 평일 마트 방문이 어려운 맞벌이 부부나 주변에 전통시장이 없는 신도시 주민들은 불편을 겪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요일에 대형마트가 쉬면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 가지 않고 쿠팡 등 이커머스로 주문하는게 현실"이란 반응이 대다수다. 이재명 대통령의 팬카페에도 "실용적인 접근을 해달라"며 입법에 반대하는 의견이 올라오고, 민주당 내에서도 신중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보다 강도가 센 유통사 영업규제 관련 입법안도 심사를 앞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복합쇼핑몰·백화점·아울렛·면세점 등도 영업시간을 제한 및 공휴일 의무휴업일 신규 도입(정혜경 진보당 의원 대표 발의) △대형마트 지역 협력 계획 미이행 시 강제금 부과(허영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 △대규모 점포 입지 사전 검토 및 등록 제한(김동아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두고 '시대착오적'인 법안들이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례로 스타필드를 비롯한 복합쇼핑몰은 애초 주말과 휴일 이용객 방문을 고려해 만든 '실내 놀이터' 콘셉트 매장이다. 특히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 갈 곳 없는 가족 동반 고객에겐 이미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전국 스타필드 4개 지점(코엑스점 제외)의 연간 방문객은 약 4500만명이며, 주말엔 수십만명이 찾는다.
AI(인공지능) 기술 발달로 이커머스에선 개별 고객의 소비 패턴과 선호 상품까지 세세하게 파악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이 문을 닫으면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고, 매장 근로자에게 휴식을 보장한단 논리는 유통업계 안팎에서 이미 '틀린' 전제가 된지 오래다. 새 정부가 일방 규제보단 급변한 유통 환경을 반영한 '실용주의' 정책을 펴주길 기대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