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시장
'법과 시장' 칼럼은 각종 송사 현장을 누비는 변호사들의 눈으로 경제를 읽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칼럼입니다. 나날이 복잡해지고 다양화되는 경제 관련 사건에 대해 법률 전문가적인 명쾌한 해석과 분석으로 독자들의 안목을 넓혀줄 것입니다. 또 시장에서 요구되고, 통용되는 법 논리와 경제 논리 간의 충돌점과 접점을 찾아내 대안을 제시하는 길라잡이 기능도 합니다. '법과 시장' 칼럼은 격주 월요일마다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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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상 사단법인과 재단법인은 모두 학술, 종교 등 비영리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지만, 사단법인이 사람으로 구성되는 인적 조직임에 반해 재단법인은 설립자가 출연한 재산으로 구성되는 물적 조직이다. 법인의 헌법격인 정관도 사단법인은 구성원 총회에서 결정하지만, 재단법인은 설립자의 재산 출연이 법인 성립의 전제가 되므로 설립자가 정관을 작성하고 이사를 선임한다. 그렇다면 설립자가 출연한 재산, 예컨대 사학재단의 부동산과 건물의 소유자는 누구인가? 재산의 출연자인 재단 이사장인가? 그렇지 않다. 출연된 재산의 소유권은 출연자가 아니라 재단법인 자체에 있다. 이사장은 정관에 따라 재단법인을 운영할 책임과 권한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민법은 이사장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그 직무를 행해야 할 뿐 아니라 이를 게을리 했을 때는 법인에 손해배상 책임까지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내용들을 종합하면 재단법인은 공익사업을 위하여 개인 재산을 털어 만든 것인 만큼 설립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출전한 우리 축구국가대표팀이 12일 첫 승전보를 울렸다. 16강을 향한 첫 번째 고비였던 그리스전에서 우리 선수들은 경기 초반부터 경기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모두가 하나로 똘똘 뭉쳐 갚진 승리를 이뤄냈다. 서울 등 대도시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는 수많은 붉은악마들이 장대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우리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빨간색 티셔츠와 우비를 챙겨 입고 나와 길거리 응원전을 펼쳤다. 우리 팀의 골이 터질 때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의 감동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우리는 8년 전 이맘 때 기적을 이뤄냈다. 첫 번째는 월드컵 4강 진출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전대미문한 대규모 길거리 응원전이었다. 우리들은 전통적인 축구 강국들에서도 볼 수 없었던 길거리 응원문화로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태극기를 든 길거
미국에서 1999년에 있었던 일이다. 비타민 건강식품을 생산하는 한 식품회사가 “산화방지 비타민을 섭취하면 암에 걸릴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제품에 표시했다. 그런데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입증할 현저한 과학적 의견일치가 없다는 이유로 표시를 금지시켰다. 결국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 이 사건에서 미국 대법원은 식품회사의 표현의 자유를 적극 옹호했다. 산화방지 비타민이 암 위험을 줄여준다는 연구가 존재하는 한, 식품회사는 이를 표현할 자유가 있다고 결정했다. 대신 아직 완전히 과학적으로 합의된 결론은 아니라는 표시를 덧붙이도록 해서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판례는 미국의 식품의 건강 효과 표시를 획기적으로 확대하였다. 비슷한 흐름이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에 일어났다. 비빔밥으로 유명한 전주에서 비빔밥 전문점 대표가 식품 허위 표시를 했다는 이유로 형사 법정에 피고인으로 섰던 사건이 있었다. 이 음식점은 비빔밥이 콩나물, 쑥갓, 고사리 등을 재료로
“알권리와 학습권을 위해 공개하겠다.” “알권리와 관련 없는 개인정보이고 단결권의 문제다.” 교원단체나 교원노조에 가입한 교사의 명단 공개문제는 이처럼 처음엔 공개 자체의 타당성이 쟁점이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1심 법원은 공개금지결정을 함으로써 후자의 손을 들어줬다. 교사의 노동조합 가입과 학생·학부모의 권리 사이의 사회적 논쟁이 가닥을 잡아가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법원의 결정에 따르지 않고 명단을 공개했다. 법원은 전교조의 신청을 받아들여 명단 공개를 거듭 금지하면서 이를 위반할 때에는 하루 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조 의원은 법원의 결정은 정치와 국회에 대한 사형선고라며 맞서 싸워 나가겠다고 했다. 스토리가 여기까지만이었고 이것뿐이었다면, 그래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조 의원은 전교조 교사의 명단 공개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이른바 ‘확신범’이다. 비록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긴 하지만 법원의 결정을 따르지 않음으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됐던 키코 사건에 대해 법원의 본안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은행 등이 판매한 금융상품 관련 소송이 봇물 터지듯 제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 기업은 주로 키코 소송을, 개인은 역외펀드 관련 소송이 대부분이다. 키코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이 상당수에 이르렀고 그 손해액이 실로 막대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는 많은 기업과 금융기관, 법원의 관심사였다. 키코에 대한 가처분 재판의 결과가 나올 때마다 언론과 기업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키코로 인해 파생된 피해와 기업에 미친 영향이 막대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라고 보인다. 키코는 넉인(Knock-In), 넉아웃(Knock-Out), 프리미엄, 레버리지 등 여러 용어를 이해하고, 그 손익에 관해 표를 그려본 후에야 구조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복잡하다.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 금액의 외
수출은 늘었다. 그러나 좋은 일자리는 구하기가 별 따기다.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었다. 10년만의 현상이다. 노령화 시대를 헤쳐 나가야 할 중년층과 고령층도 고용 불안에 내몰리고 있다. 베이비 붐 세대는 속속 은퇴 대열로 밀려나고 있다. 노동 시장 안에서도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에 필자의 서초동 법률사무소 건물 바로 옆 20여 층 건물에 국내 굴지의 공사가 입주했다. 건물 한 채를 아예 통째로 다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수백 명이 넘는 공사 직원들이 새로이 동네 골목에 등장했다. 점심시간이면 어디를 가든지, 공사 신분증을 목걸이처럼 차고 다니는 직원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의 당당한 모습이 보기 좋다. 그러나 이 동네에는 그들보다도 훨씬 더 많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람들이 서초동 법률사무소 직원들이다. 이들은 더 많이 일하고도 더 좋지 않은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에게 공사 건물은 하나의 성채와 같을 지도 모른다. 공사 직원들의 신분증 목걸이는 성곽
요즘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딸아이 걱정, 여동생 걱정, 아내 걱정으로 한숨을 내쉬기 일쑤다. 지난해에는 조두순 사건으로 시끌시끌하더니 이번에는 부산 여중생 사건이다. 조두순 사건은 8세 여아를 강간해 신체 일부의 기능을 영구상실토록 한 사건이다. 범인 조두순은 형법상 강간 등 상해로 징역 12년, 특정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전자발찌 부착 7년,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5년간 열람정보 공개라는 판결을 받았다. 조두순이 이미 강간치상 전과범으로 3년의 유기징역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자라는 사실은 알려진 바와 같다. 8세의 여아를 이러한 파렴치범으로부터 지켜내지 못한 어른으로서 부끄럽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 조두순 사건이 잊혀지기도 전에 또다시 부산 여중생 사건이 불거졌다. 아직 법원의 유죄판결이 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아동성범죄가 또다시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전국이 들썩이는 것이다. 특히 어린 딸이 있는 부모들의 걱정이 이
2월은 졸업의 달이다. 거리에는 손에 꽃과 졸업 사진첩을 들고 활짝 웃는 졸업생들이 눈에 띈다. 그들과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걷고 있는 학부모들도 이 날만큼은 기쁘다. 모두에게 축복이 있기를! 그러나 졸업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다. 졸업식 때마다 듣는 진부한 말이다. 이 말은 졸업생뿐 만 아니라 그들을 맞이하는 우리 사회에게도 맞는 말이고 중요하다. 나는 졸업생들이 첫 발을 내딛는 사회가 '신뢰 사회'이기를 바란다. 일본의 토요다 자동차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신뢰는 그저 한가한 도덕 문제나 신사들의 교양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자산이요 경제 문제이다. 졸업생들이 우리 사회에서 신뢰라는 자양분을 흡수할 수 없다면 그들은 새로운 도전을 패기 있게 할 수 없다. 적어도 이 사회가 그들을 패대기치지는 않을 것이고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 젊은이들은 창의적인 일에 도전할 수 있다. 신뢰성이 없는 사회에서는 ‘아이폰’이 나오기 어렵다. 스티브 잡스의 도전과 창의는 단지
한국 전쟁 직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들이 빠른 속도로 은퇴하고 있다. 필자는 그 세대의 가장 끝자락에 속하는 데도, 명예 퇴직하는 또래 친구들 소식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정도이다. 그 어느 세대보다도 많은 인구수로 공업화를 뒷받침하던 이 세대는 역설적으로 그 수명을 다할 때까지 우리 사회에 큰 충격과 변화를 줄 것이다. 이 세대는 과거 그 어느 세대보다 훨씬 더 오래 살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 대신 일할 미래의 젊은이는 더 이상 거의 태어나지 않고 있다. 입학생이 없어 초등학교를 닫아야 하는 모습이 더 이상 농촌의 일이 아니다. 출산율은 갈수록 충격적이다. 1970년대에 비하여 4분의 1 수준이다. 베이비 붐 세대들이 80세 이상의 노인이 될 2030년대에서 우리 한국인은 어떻게 살게 될까? 출산율이 이대로라면, 국민 다섯 명 중 두 명이 베이비 붐 세대 노인인 사회가 될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것은 일차적으로 베이비 붐 세대들의 책임이다. 우리 세대는 부모 세대와는
일본에서 준비하고 있는 한 캠페인을 이 나라 정권교체와 함께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발행 부수 40만부인 일간지 '일본 농업신문'은 농작업 사고로 사망하는 일본 농민 숫자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캠페인을 1년 동안 진행한다. 일본 정부 조사 결과 매년 400여명의 일본 농민이 농사를 짓다가 사고로 사망한다. 일본 농민의 절대적 숫자는 계속 줄지만 농작업 사망자 숫자는 줄지 않는다. 일본의 건설현장과 공장에서 발생하는 산재 사망 숫자가 감소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본 농업의 사망 사고 비율은 일본 건설업보다 2.4배 높다고 한다. 특히 농작업 사망 사고는 한번 일어나면 귀중한 생명 상실뿐 아니라, 농가 세대와 지역에 회복하기 어려운 공백과 충격을 준다. 그렇지 않아도 고령화된 농촌에서 고인이 농가 세대와 지역에서 담당했던 역할을 대체할 방법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 그러다 보니 한 농민의 죽음은 세대의 이농과 지역 사회의 큰 손실과 불안으로 이어진다. '일본 농업신문'의 목표는 사망자수를
수년간 기업회생과 파산에 관한 업무를 해왔지만 요즘처럼 기업회생이 많은 적은 없었다. 대한민국 전체가 어렵다고 했던 1998년 외환위기 시절에도 50여 건에 불과하던 회생절차 개시신청 기업수가 2008년도에는 110여건, 2009년도 현재 91건을 기록했다고 한다. 아직 2009년 상반기도 채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랄만한 수치이다. 로펌에서 회생사건을 접하다 보면 금융위기가 건설업계, 조선업계, 생산분야 등에 큰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된다. 이러한 수많은 기업의 회생과 파산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한국 기업들이 최근 세계경제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아시아나이제이션(Asianization)'이라는 말이 있다. 이 용어는 지금까지의 서구선진국 주도의 세계화에서 아시아 국가 주도의 세계화로 변화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가 미국에서 시작돼 아시아는 선진국에 비해 충격을 덜 받았을 뿐 아니라 선
우리는 세계 공용어로써 영어를 쉽게 떠올리고 영어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구사할 수 있으면 세계를 누비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여러 곳을 여행하다 보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나라가 많고 그러한 나라의 대도시 외곽지로 가게 되면 영어를 아무리 잘 구사하더라도 알아듣는 사람이 없어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해외진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즉, 해외진출을 하는 기업들은 영어를 구사하는 담당자가 해외업무를 맡아 해외현지와 의사소통하고 법률적 문제가 생기게 되면 현지에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로펌을 찾아 영어로 사안을 설명하고 영문으로 된 의견서를 받아보게 된다. 해외 현지에 진출하거나 진출하려는 기업에게 발생한 사안과 관련해 우리 로펌이 자문해 본 경험에 의하면 영어를 잘 하는 분들이라고 하더라도 상호 법률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 경우나 협상 과정에 있어서 그 처리가 쉽지 않은 경우를 자주 접한다. 특히 현지 언어, 법률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