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일본 정권교체와 농업 캠페인

[법과시장]일본 정권교체와 농업 캠페인

송기호 변호사
2009.09.21 08:25

일본에서 준비하고 있는 한 캠페인을 이 나라 정권교체와 함께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발행 부수 40만부인 일간지 '일본 농업신문'은 농작업 사고로 사망하는 일본 농민 숫자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캠페인을 1년 동안 진행한다.

일본 정부 조사 결과 매년 400여명의 일본 농민이 농사를 짓다가 사고로 사망한다. 일본 농민의 절대적 숫자는 계속 줄지만 농작업 사망자 숫자는 줄지 않는다. 일본의 건설현장과 공장에서 발생하는 산재 사망 숫자가 감소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본 농업의 사망 사고 비율은 일본 건설업보다 2.4배 높다고 한다.

특히 농작업 사망 사고는 한번 일어나면 귀중한 생명 상실뿐 아니라, 농가 세대와 지역에 회복하기 어려운 공백과 충격을 준다. 그렇지 않아도 고령화된 농촌에서 고인이 농가 세대와 지역에서 담당했던 역할을 대체할 방법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 그러다 보니 한 농민의 죽음은 세대의 이농과 지역 사회의 큰 손실과 불안으로 이어진다.

'일본 농업신문'의 목표는 사망자수를 200명으로 낮추는 것이다. 신문사는 캠페인 추진을 위해 이미 관계자를 한국에도 파견해 세미나 참석, 한·일 공동 캠페인 제안 등의 여러 활동을 마쳤다. 신문사는 유럽이나 미국과는 다른 한국, 중국, 일본의 농작업 특성이 높은 사망률의 한 원인이라고 판단, 한·중·일 3국의 공동 캠페인도 추진한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동북아 농작업 사고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촉구할 예정이다.

동북아 3국의 농작업은 노인 인구가 맡고 있다. 농업 담당자들이 고령화되는 것은 이제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전문 농업노동자에 의해서가 아니라 영세한 농민이 농작업을 진행한다. 그러다 보니 농기계 조작 훈련을 전문적으로 받는 것도 아니고 사고 발생시 대처 능력도 떨어진다. 이 때문에 위급한 상황에서 타인의 구조를 받지 못하고 방치된 채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일본의 정권교체는 우정국 민영화로 인한 자민당 지지층의 좌절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일본 정객들의 이합집산이나 정치공학을 넘어 일본인의 삶에 근본적 변화가 있었다. 일본의 상대적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2위일 만큼 높았다.

국민 건강보험료 체납자가 470만 세대였고 끝내 국민건강보험증을 빼앗겼던 세대가 32만에 달할 정도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1670만명을 넘었다. 토요타 자동차 회사에서 발생했던 위장 파견 근로자 사건은 전후 일본의 성장 신화에 대한 국민적 반성을 불러 일으켰다.

그 결과가 일본 자민당 정권의 종식이다.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만들었다는 자민당의 공로 자랑은 변화를 바라는 일본인의 마음을 붙잡지 못했다. 경제 성장만을 보고 달려왔던 우등생 일본이 비로소 멈추어 자신들의 모습을 되돌아본 것이다. 물론 일본이 180도로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경제 성장의 바른 내용을 제대로 채우려고 노력할 것이다.

'일본 농업신문'의 캠페인이 목표를 달성한다면 일본의 농작업 사망자의 숫자는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일본의 새 정부가 추구하려는 사회와 경제가 아닐까. 세계를 누비면서 토요타 자동차와 소니 제품을 파는 것도 좋지만 일본 농작업의 비극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일본 선거 결과와 맥이 통한다.

'일본 농업신문'의 캠페인이 성공을 거두기를 희망한다. 한·중·일 3국이 안전한 농작업을 위한 국제적 노력을 함께 할 필요가 있다. 단지 54명이라는 경운기 교통사고 사망자 외엔 아직 정확한 농작업 사망자 통계를 갖고 있지 않은 한국에서도 생명을 지키는 캠페인이 일어나길 소망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