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전쟁 직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들이 빠른 속도로 은퇴하고 있다. 필자는 그 세대의 가장 끝자락에 속하는 데도, 명예 퇴직하는 또래 친구들 소식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정도이다.
그 어느 세대보다도 많은 인구수로 공업화를 뒷받침하던 이 세대는 역설적으로 그 수명을 다할 때까지 우리 사회에 큰 충격과 변화를 줄 것이다. 이 세대는 과거 그 어느 세대보다 훨씬 더 오래 살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 대신 일할 미래의 젊은이는 더 이상 거의 태어나지 않고 있다. 입학생이 없어 초등학교를 닫아야 하는 모습이 더 이상 농촌의 일이 아니다. 출산율은 갈수록 충격적이다. 1970년대에 비하여 4분의 1 수준이다.
베이비 붐 세대들이 80세 이상의 노인이 될 2030년대에서 우리 한국인은 어떻게 살게 될까? 출산율이 이대로라면, 국민 다섯 명 중 두 명이 베이비 붐 세대 노인인 사회가 될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것은 일차적으로 베이비 붐 세대들의 책임이다. 우리 세대는 부모 세대와는 달리 많이 배웠음에도 우리가 도달한 지식에 맞는 경제 사회를 완성하지 못했다. IMF 사태의 충격으로 새로운 경제를 이루어 갈 새로운 사회적 연대와 배려를 착실히 쌓아갈 기회를 빼앗겨 버렸다. 대신 과거에 익숙한 방식으로 회귀해 버렸다.
토건과 낡은 성장주의의 관성은 한순간은 달콤했으나,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덫에 더 깊숙이 빠졌다.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수록, 자녀들을 더 치열한 경쟁에 밀어 넣어야 했다. 강남에서 초등학생 해외 연수를 보내자, 강북도, 수도권도, 지방도 보내야 했다.
영어듣기 시험으로 합격생을 가르는 외고 입시는 베이비붐 세대의 사교육 경쟁의 상징과 같다. 그것은 외국에서 많이 살다 온 아이들을 위해 강남이 만든 제도였다.
이른바 ‘스카이’ 대학의 법대를 포함한 문과 계열의 입학정원을 능가하는 외고의 존재는 대치동 사교육 시장의 메카였고, 강남에 살지 않으면 이른바 명문대학을 보내기 어렵다는 징표였다. 강남 아파트 값 폭등은 아파트 평당 1000만원이라는 마지노선조차 한순간에 박물관으로 보내버렸다.
◇우리 세대의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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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는 참으로 많은 돈을 아이들 교육을 위해 투자했다. 그러나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친 것은 무엇이었는가. 올해 서울 지역 외고 입시에서도 약 7000명의 중3학생들이 응시해서 약 5000명이 불합격했다.
이렇게 집단적으로 어린 그들에게 실패와 좌절의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유익하고 필요한 것일까.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친 것은, 점점 줄어드는 좋은 일자리 경쟁에서 다른 아이를 이기는 방법뿐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베이비 붐 세대 모두를 위해서는 어리석은 일이었다.
우리가 만든 사교육의 질곡과 부동산의 폭등으로, 젊은이들은 결혼을 미루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 우리 세대는 부동산 폭등과 사교육의 질곡, 그리고 미움과 분노의 사회를 물려준 나쁜 어른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 비극적 결말을 80이 넘은 노인이 되어 뼈저리게 겪을 것이다.
베이비 붐 세대의 결단이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사교육 문제를 최소화할 지혜를 찾아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과거의 낡은 성장주의가 아니라, 많이 배운 아이들을 받아 줄 새로운 경제를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