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시장
'법과 시장' 칼럼은 각종 송사 현장을 누비는 변호사들의 눈으로 경제를 읽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칼럼입니다. 나날이 복잡해지고 다양화되는 경제 관련 사건에 대해 법률 전문가적인 명쾌한 해석과 분석으로 독자들의 안목을 넓혀줄 것입니다. 또 시장에서 요구되고, 통용되는 법 논리와 경제 논리 간의 충돌점과 접점을 찾아내 대안을 제시하는 길라잡이 기능도 합니다. '법과 시장' 칼럼은 격주 월요일마다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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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다. 날씨가 좋다. 아이를 유모차에 앉히고 나가려는 순간, 아차 싶다.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해야지.' 농도를 확인하는 순간 외출을 포기했다. 환기를 할 수도 없고 공기청정기를 돌리려니 찝찝하다. 필터는 언제 갈았고, 청정기는 뭘로 닦아야 하나. 세정제를 꺼내 보니 한창 논란 중인 옥시사의 제품. 성분 표기를 들여다봐도 도통 알 수 없는 성분들. 황사와 미세먼지로 오염된 공기도, 집안에 있는 모든 화학물질도 공포스럽다. 최근 연일 보도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를 보면서, 왜 우리사회는 법적·제도적으로 이를 예방하지 못했는지 원망스럽기만하다. 우리 사회의 안전감수성은 어느 정도인가. 몇해 전 다룬 공사중지가처분 사건이 떠오른다. 경기도의 한 아늑한 마을, 경사지에 위치한 이 조용한 마을에 분쟁이 생겼다. 외부에서 이주해 온 주민이 신규 주택을 짓다가 안전성 문제로 이웃과 다툼이 생긴 것이었다. 경사지 바로 아랫집에 거주하는 이웃 주민은 안전을 문제 삼아 관할
최근 저작권 관련 문제가 뉴스에 자주 오르내린다. 저작자의 사후 50년이던 저작권 보호 기간을 저작자의 사후 70년으로 늘리면서 저작권은 더욱 보호되고 있는 추세로 가고 있다. 저작권 보호 강화 추세에도 많은 국가에서는 공중의 이익을 위해 저작권의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 파노라마의 자유(Freedom of panorama)가 그것이다. 이는 공공장소에 영구적으로 설치된 건축물이나 조각 등을 사진, 동영상, 또는 그림 등으로 만들어 배포하는 것을 관할 지역의 법률에 따라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파노라마의 자유는 촬영 대상물의 저작권자가 저작권 침해로 대응하는 것을 제한한다. 최근 유럽에서 파노라마의 자유의 규정을 제한하여 저작권의 권리를 강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2015년 7월 유럽연합(EU)은 파노라마의 자유 규정을 제한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내놨다. 만약 파노라마의 자유 규정이 제한된다면, 유럽 각지의 유명 빌딩이나 조각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 저
바야흐로 '노후대비' 열풍시대다. 한국 베이비붐 세대의 시작연도인 1955년생이 올해 62세, 종료연도인 1964년생이 올해 53세. 베이비붐세대가 900만명이라고 하니 어림잡아 한국인구 5천만명의 1/5. 한국인 다섯 명 중 한 명이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퇴직한 후 뭘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중이거나 이미 퇴직해 새로운 소득원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중이다. 그러니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가 전국민적 관심사요, 각종 노후대비용 보험, 연금, 투자상품이 홍수처럼 쏟아질 수밖에. 그런데 노후대비를 염려하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 황혼이혼이 퇴직 후 경제생활에 미치는 영향이다. 보통 결혼기간 20년 이상의 부부가 이혼하는 것을 황혼이혼으로 분류하는데, 2015년 통계에 의하면 2015년 11만5510건의 이혼사건 중 결혼기간이 20년 이상인 부부가 28.7%를 차지했다. 황혼이혼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트렌드다. 문제는 황혼이혼이 노후생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필자는 1994년 2종보통 자동차운전면허를 취득하고 23년째 운전을 하면서 수만 건의 도로교통법 위반행위를 한 운전죄인(運轉罪人)이다. 주위에서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추켜세우지만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지 않다. 첫째는 하루에도 몇 번씩 도로교통법 위반의 범법행위를 저지르고도 별다른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는 점, 둘째는 직업이 변호사라서 법 없이는 생계가 어려운 사람이니 그릇된 평가라는 것이다. 당장 오늘 아침에도 출근하면서 좌회전 신호를 늦게 켜는 도로교통법 위반 행위를 저지르고 말았다. 도로교통법 제38조 및 도로교통법시행령 제21에 따르면 '운전자는 우회전이나 좌회전 등 차의 진로를 바꾸려고 하는 경우 신호를 해야하고 신호는 고속도에서는 100미터 전부터, 그 외는 30미터 전부터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벌칙조항인 제56조에서는 이를 위반하면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지키지 않고 10미터 전에서 좌회전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공천 결과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갑질논란'에 연루됐던 인사들이 명단에 포함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비단 정치계에서 뿐만이 아니다. 최근 모 임원의 삼청각 무전취식 논란부터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대기업의 갑질, 교수의 학생에 대한 갑질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 '갑질'이 만연하다. '갑'의 횡포는 건설현장에서도 확인된다. 몇 해 전 가을, 한 중소건설사인 A업체의 담당자들이 사무실에 찾아왔다. 당시 서울시 S구에서 발주한 공사를 수주해 진행 중이던 A사는 발주처로부터 "교통혼잡을 해소해야 하니 작업시간을 단축하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통보대로 작업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이자 시공효율이 급격히 저하됐다. 공사기간이 1년 넘게 길어지고 그만큼 인건비와 장비 비용이 늘어 순손실만 10억원이 넘었다. 급기야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발주처 담당자들은 추가 공사비 지급을 약속하며 우선 시공을 마치라고 지시했다. A사는
최근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빅데이터 기술이란 단순히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저장·관리·분석하는 것을 넘어서 대량의 정형 또는 비정형 데이터의 집합과 이같은 데이터로부터 가치있는 정보를 뽑아내고 결과를 분석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비정형 데이터란 일정한 형태를 가지는 문서, 영상 등과 같은 데이터가 아닌 것이다. 정형화된 데이터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는 탓에 비정형 데이터의 효율적 분석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이 같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로부터 의미 있는 결과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문과 기술이 접목돼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어마어마한 데이터 중 유의미한 데이터를 가려내고 분석하기 위해 통계학의 힘이 필요하다. 또 데이터를 수집, 처리하기 위해서는 전산학의 힘도 빌려야 한다. 데이터 수집을 위한 웹 크롤링 기술, 데이터 처리를 위한 데이터마이닝 기술 등도 필수적이다. 특히 최근에는 데이터가 만들어질 당시의 상황을 판단해 해당 데이터에 가
연초부터 이른바 '강남 성매매 의심자 6만명 리스트'가 회자되고 있다. 사실 이전에도 외국업체인 애슐리 매디슨에 우리나라 공무원 수십명이 가입돼 있다는 '설(說)'이 있었는데 그 의혹이 제대로 해명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다시 성매매 관련자 명단이 나와 향후 그 처분에 관심이 집중된다. 장부를 경찰에 제공한 '라이언 앤 폭스'는 자신들의 장부가 강남의 대형 성매매 조직이 작성한 고객 명부로 6만6000명의 연락처, 차량번호, 직업, 특이사항 등을 담고 있고 특히 경찰관, 의사, 변호사, 대학교수 등으로 추정되는 인물 정보도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성매매 장부로 지목된 6만6000명의 명단을 받아 든 경찰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오죽하면 서울경찰청장이 성매매 리스트 수사를 "한강에서 바늘찾기 하는 것 같다"고 언론에 토로했을 정도다. 전부 8권의 장부이고 그 글씨도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이에 궁금한 것을 법적으로 풀어본다. 우선 성매매는 불특정인을 상대로 금품이나 그
C씨는 1년 전 아버지가 주신 자필유언장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는 중이다. 아버지는 1년 전 위암 진단을 받자 C씨를 조용히 불러 전 재산인 시가 60억 상당의 건물 두 채를 준다는 내용의 자필유언장을 주고, 비밀로 하라고 당부하셨다. C씨의 두 동생들이 알게 되면 분란이 생길까 염려하신 것이다. 최근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자 C씨의 두 동생들 아버지의 의중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C씨는 아버지의 유언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면서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그 유언장으로 건물 두 채를 자신이 상속할 생각이다. C씨는 과연 아버지의 자필유언장으로 건물 두 채를 무사히 상속받을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C씨가 아버지의 자필유언장으로 건물 두 채를 무사히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필유언장에는 그것만으로는 상속등기를 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민법은 자필증서,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녹음 등 5가지 유언방식을 정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공정증서와 자
요즘 뉴스를 통해 '드론'(Drone)을 접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드론이란 조종사 없이 무선전파의 유도에 의해 비행 및 조종이 가능한 비행체를 의미한다. 과거 액션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드론은 이제 개인의 취미생활에 활용된다. 카메라를 달아 촬영용으로도 자주 쓰인다. 이처럼 드론 시장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BI인텔리전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세계 드론 시장의 규모는 118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드론' 또는 'drone'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해 한국특허청과 미국특허청에서의 특허 추이를 살펴봤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후반에 간헐적으로 특허가 기록되다가 2013년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관련 특허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30여건의 특허만이 검색됐다. 반면 미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드론과 관련한 특허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증가해 전체적으로 130여건의 특허가 검색됐다. 2010년 이후 매우 활발하게 기술을 선점
한 쪽에서는 2011년 12월 중국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여기저기에서 본 적이 있다며 살아있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단국 이래 최대의 사기꾼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의 생사에 대한 상반된 주장이다. 양측 주장대로라면 생사불명(生死不明)이라는 미묘한 상태가 돼 버린다. 그렇다면 사람이 사망했다는 것은 법적으로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 다시 말하면 공적장부에 사람이 사망했다고 등재하려면 무엇을 제시해야 할까.(여기에서는 사람의 사망 시점과 관련한 뇌사 등의 부분은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사망신고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동거하는 친족, 친족·동거자 또는 사망장소를 관리하는 사람, 사망장소의 동장 또는 통·이장이 사람이 사망한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이내에 진단서 또는 검안서를 첨부해 사망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진단서나 검안서를 얻을 수 없는 때는 사망의 사실을 증명할 만한 서면으로 이에
최근 대법원은 커피믹스 상품에 사용하고 있는 남양유업의 'Looka'라는 상표가 무효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커피전문점 가맹점과 레스토랑 영업 등에 사용되고 있던 다른 상표권자의 선등록상표인 '카페 루카'(Caffe LUCA)라는 상표(텍스트가 삽입된 도형상표의 형태)와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이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근거는 무엇일까. 상표의 유사판단 기준에는 3가지 요소가 있다. 외관과 칭호, 관념이 그것이다. 구체적으로 외관은 두 상표의 외형적 느낌이 비슷한지, 칭호는 양측 상표의 발음이 비슷한지를 말하며 관념의 유사성은 서로 다른 상표의 의미가 비슷한지 여부를 일컫는다. 다만 이처럼 항목을 나눠 평가하더라도 구체적으로 두 상표의 각 요소가 비슷한지 여부는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 대법원에서는 분쟁 당사자들이 심판관이나 판사의 판단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논리를 구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이렇게 외관과 칭호, 관
얼마 전 한 중년남자분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군데군데 얼룩이 있는 셔츠에 한동안 수염을 안 깍은 듯, 초췌한 행색의 그 분은 자리에 앉자마자 두꺼운 서류봉투를 내놓았다. “집사람이 보낸 이혼소장을 받았어요.” 소장을 읽어보니 남편 나이 61세, 아내 59세, 두 사람은 20대 초반에 결혼해서 두 딸을 낳고 30여년을 같이 살았다, 아내는 결혼기간 중 남편의 폭언, 폭행과 지나친 인색함, 아내에 대한 무시와 냉대로 고통스러웠지만, 자식들 때문에 참았다, 금년 초 둘째딸이 결혼해서 엄마로서의 의무는 다했기 때문에 이제 이혼을 청구한다는 내용이었다. 폭행의 증거로 진단서, 병원진료기록, 폭행당한 모습의 사진, 부서진 살림을 찍은 사진이 있고, 엄마 말이 맞다는 딸들의 진술서도 붙어 있었다. 남자분의 허름한 행색과는 달리 그 부부는 남편과 아내가 각자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30억대 자산가였다. 겉으로만 보면 자식들 잘 키워 출가시키고 이제부터 부부가 함께 풍요로운 노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