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노후대비' 열풍시대다. 한국 베이비붐 세대의 시작연도인 1955년생이 올해 62세, 종료연도인 1964년생이 올해 53세. 베이비붐세대가 900만명이라고 하니 어림잡아 한국인구 5천만명의 1/5. 한국인 다섯 명 중 한 명이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퇴직한 후 뭘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중이거나 이미 퇴직해 새로운 소득원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중이다. 그러니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가 전국민적 관심사요, 각종 노후대비용 보험, 연금, 투자상품이 홍수처럼 쏟아질 수밖에.
그런데 노후대비를 염려하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 황혼이혼이 퇴직 후 경제생활에 미치는 영향이다. 보통 결혼기간 20년 이상의 부부가 이혼하는 것을 황혼이혼으로 분류하는데, 2015년 통계에 의하면 2015년 11만5510건의 이혼사건 중 결혼기간이 20년 이상인 부부가 28.7%를 차지했다. 황혼이혼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트렌드다.
문제는 황혼이혼이 노후생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2014년 대법원이 퇴직금과 연금도 이혼시 재산분할대상이 된다고 판결한 후 공무원 연금법이 개정돼, 올해부터 공무원 이혼시 배우자의 분할연금수급권이 적용되며 앞으로 다른 연금법들도 점차 개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혼하면 쪽박찬다'는 얘기가 더 이상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사례를 보자.
올해 50세인 A씨는 20년간 공무원생활을 해 65세부터 월 160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A씨는 현재 결혼기간 20년인 처와 이혼수속을 밟고 있는데 이혼하게 될 경우 결혼기간인 20년동안의 공무원연금 절반을 처에게 줘야 한다. 은퇴까지 남은 10여년간의 상승분을 고려하더라도 A씨는 은퇴 후 월 100만원이 안되는 소득밖에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A씨의 다른 재산은 7억짜리 집 한 채인데 대출 2억 빼면 5억, 이혼시 처와 절반 나누면 2억 5천이 된다. 퇴직시까지 10여년 남았으니 조금 더 모은다 하더라도 A씨는 3억원 정도의 자금과 100만원 이하의 월소득으로 20년의 노후를 버텨야 한다. 3억원 미만의 작은 집을 한 채 마련한다면 최저생계비수준(2015년 1인 최저생계비는 65만원) 정도의 생활을 해야하는 것. 여기에 자녀들의 학자금과 결혼자금지원까지 생각하면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다.
A씨의 사례는 황혼이혼을 하는 부부들의 평균적인 경우다. 베이비붐 세대의 평균자산은 5억원을 약간 넘는 수준인데, 황혼이혼으로 자산을 반씩 나누고 퇴직금과 연금까지 반으로 줄어든다면 이혼 후 당장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퇴직 후 이혼하려던 계획을 수정하는 경우도 생긴다. 올 7월 명예퇴직예정인 은행원 P씨는 1년 전 퇴직과 동시에 명예퇴직금 5억을 포함한 재산 7억원을 반씩 나누고 이혼하기로 합의했지만 얼마 전부터 생각을 바꿨다. 불행한 결혼생활에서 해방되고 싶어 덜컥 이혼하자고 했지만 정작 퇴직이 몇 달 후로 다가오니 지금 재산의 반으로 노후를 살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진 것이다. 재산분할을 피하기 위해 별거를 제안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처가 수용할지는 미지수. 이럴 줄 알았다면 처와의 관계개선에 더 노력해 볼 걸 하고 후회중이다.
이혼상담을 하다보면 중년 이상의 남성들은 '평생 내가 먹여 살렸는데 왜 내가 재산을 나눠주느냐'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미안하지만 그건 본인생각일 뿐이다. 분할비율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어쨌든 이혼하면 배우자가 재산의 상당부분을 가져간다. 나눠주기 싫어도 법원이 강제로 나눠주게 만든다. 그러니 재산을 두 배로 불릴 자신이 없다면 배우자와의 관계를 개선해야 그나마 노후가 편안하다. 노후대비 재테크 고민할 시간의 반만 써서 배우자와의 관계개선을 고민하라. 결혼유지가 최선의 노후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