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각 분야 전문가들이 AI, K뷰티, 개인정보보호, 경영전략 등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여 독자에게 균형 잡힌 시각과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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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히 하늘을 올려다본 후 피어오르는 아련한 감정은 과거 특정한 한 시점의 감정만은 아니다. 그것은 흔한 일상이라 여긴 숱한 순간 속에 늘 있었던 것이다. 이른 봄 눈 사이로 피어나는 복수초, 시냇물 졸졸 흐르는 냇가에 부드러운 솜털에 싸여 노란 왕관을 준비하는 버들강아지, 수십 년을 견딘 처마 끝으로 늘어져 내리는 고드름,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돌들이 삐죽이 두서없는 울퉁불퉁한 흙길, 소심하게 휘청이는 시골마을 흙담, 소나기 오기 전 땅에서 뿜어져 올라오는 흙내음, 무심한 방안으로 스며들어 오는 창밖의 장맛비 소리, 뭉게구름과 새파란 가을하늘, 바람에 날리는 꽃잎과 낙엽들, 빈 가지를 고스란히 드러낸 겨울산. 오감으로 경험하는 모든 일상에 그대로 우리의 피안이 현존한다. 보통 우리는 뭔가 바쁘게 좇아다니느라 눈앞의 일들을 무가치하게 그냥 흘려보내곤 한다. 관념 속의 온갖 환상에서 헤매고 그 환상에 또 다른 환상을 겹쳐 거대한 환상의 세상 속에서만 살아간다. 그러다 가끔은 그 환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살고 있다. 지난 주말 저녁 식당 옆 테이블에 앉은 젊은 남성이 일행에게 "엄청 죽었네. 이태원은 얼마 안 죽었잖아" "나는 절대 안 죽을 자신 있어. 고개 숙이고 안전벨트 딱 붙잡고 응?" 큰소리로 떠들었다. 온라인엔 항공전문가가 넘쳐난다. 주워들은 철새도래지, 활주로 길이, 항공기 구조, 정치적 음모론까지 운운하며 아는 척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참사 속보에 달린 댓글에는 'ㅋㅋㅋ'를 남발하는 조롱도 있고 예수님을 사랑한다는 한 크리스천의 블로그엔 북한 지령의 테러라는 허무맹랑한 주장이 가득하고 어느 커뮤니티에는 내 또래거나 30대 중반 부모들이, 자식 키우는 사람들이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때 그랬듯 "놀러 갔다 오다 죽은 사람들인데 왜 국가애도기간을 정하는지" "왜 합동분향소를 만드는지" "그런 데 왜 내 세금이 들어가는지"를 따졌다. 한나 아렌트는 '생각 없음의 죄'가 가장 최악의 악이라고 말한다. '악의 평범성'은 한나 아렌트가 아돌
AI기본법이 2024년 12월26일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AI를 규율하는 포괄적 법으론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세계 몇 번째 입법인지는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AI 패권경쟁이 가속화하는 현시점에 한국 상황을 고려한 AI기본법이 제정됐다는 점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토터스미디어에 따르면 한국은 AI 국가역량이 2023년과 2024년 모두 종합 6위로 평가받았지만 보스턴컨설팅그룹이 2024년 12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등 5개국을 AI 선도국가로 평가한 반면 한국은 AI 안정적 경쟁국가군으로 분류해 선두그룹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됐다. 해외 언론매체나 컨설팅업체의 평가에 과몰입해 우리 경쟁력을 폄하할 필요는 없지만 외부의 객관적 시선에서 우리나라의 AI 경쟁력이나 준비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해볼 수 있다. 한국이 AI를 통해 다시 한 번 도약하려는 희망과 다르게 자체 경쟁력 확보를 통해 선도그룹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시점이라
연말연시, 많은 선물이 오가는 시기다. 가까운 사람, 또 고마운 사람들을 기쁘게 해줄 선물을 고민하며 나서는 쇼핑도 나름 즐겁다. 그러나 요즘은 모두가 애용하는 모바일 메신저에서 한두 번의 클릭으로 선물하기가 가능하니 그런 즐거움을 편리함이 대체한다. 가벼운 음료와 같은 기프티콘은 꼭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부담 없이 주고받을 수 있어 인기가 있다. 그러나 부담 없는 선물이라는 게 쉽지는 않다. 가벼운 선물을 받았더라도 메신저가 친구의 생일을 알려주면 나도 그냥 지나갈 수는 없다. 이럴 때 둘러보는 모바일 '선물하기'는 고급한우나 장신구, 해외명품까지 챙겨놓으니 이건 그냥 가벼운 서비스가 아니구나 싶다. 받은 대로 되돌려주고 선물의 가격까지 신경써야 한다면 마음을 주고받는다는 본래 의미는 이미 사라진 것이다. 우리는 이제 받은 경조사비를 액수까지 적어놓는 것, 인터넷에서 적정한 축의금을 검색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선물의 역사와 의미는 다양하게 추적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선물'
2020년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은 지구 전체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박물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 세계 박물관의 90%가 문을 닫아야 했다. 관람객 수가 줄고 수입이 급감하면서 여러 박물관이 문을 닫거나 사업을 축소하고 박물관 종사자들은 구조조정에 내몰렸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여러 노력이 이어졌는데 디지털 전환이 그 가운데 하나였다. "박물관에 방문하지 않고도 박물관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박물관은 관람객과 만나기 위한 새로운 접점을 모색했다. 그리고 이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가상박물관(Virtual Museum)이다. 대부분 가상박물관은 360 VR 또는 3D 렌더링 기술을 활용해 박물관의 전시관을 가상공간에 재현해 박물관 경험을 제공했다. 그러나 이 기술이 이때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12년 네이버와 협업해 상설전시관을 가상박물관으로 구축했다. 얼마 뒤인 2015년 구글이 익스페디션(Google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스미스소니언 미국 역사박물관의 3층에는 미국 대통령 전시실이 있다. 이곳은 대통령의 사적, 공적, 의례적, 행정적 활동을 통해 미국 대통령직의 복잡한 역할과 역사적 의미를 탐구한다. 900점 넘는 유물은 대통령의 역할과 문화적 위치를 생생히 보여준다. 이 전시실은 단순히 대통령의 역사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미국의 정체성과 민주주의의 상징이 됐는지를 조명한다. 대통령직은 미국 헌법 제정 당시 미지의 영역이었다. 조지 워싱턴은 "아무도 밟아보지 않은 땅을 걷는다"고 표현했다. 초기에는 정당이 없었고 내각 구성원도 4명뿐이었다. 모든 것이 새롭게 정의되는 과정이었고 그 부담은 대통령들에게 막중했다. 토머스 제퍼슨은 대통령직을 "굉장한 비참함"이라 했고, 존 애덤스는 이를 "친구에게 권하지 않을 자리"라고 했다. 대통령직은 단순한 영광이 아니라 커다란 책임과 고통의 자리였다. 전시실의 제목은 '미국 대통령: 영광스러운 짐'이다. 이 전시는 대통령의
지난번 칼럼에서 내장에 서식하는 세균, 곰팡이, 원생동물 따위의 미생물을 모두 합치면 사람 몸 세포(100조개)의 10배는 너끈히 넘을 것이라 본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 몸의 여러 기관에 늘 붙어사는 상재균(常在菌·resident flora)은 침입한 해로운 비상재균을 쫓아내니 결국 사람과 상재균은 공생하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 몸은 하나의 거대한 미생물 세계, 즉 세균생태계(microbial ecosystem) 미생물군집(microbiota, 세균총)을 이룬다. 또 코안에 900여종, 질(膣)에 300여종, 피부에 1000여종, 입속에 400∼600여종의 균총(균 군집)을 이루는데 사람이나 기관에 따라 종류나 수는 각각 다르다. 세균은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소화가 덜 된 음식찌꺼기를 분해해서 얻기에 소화기관에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장엔 무려 1500∼4000종의 미생물이 군집을 이룬다. 사람의 내장 세균 군집 중 소장 장액 1㎖에 10만여 마리의 세균이 있고 대장(大腸)
최근 화장품 고객사를 만나보면 글로벌 시장확대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실제로 동남아와 일본 등 해외매장의 화장품 매대를 가보거나 미국의 아마존 세포라 등의 판매현황을 보면 K-뷰티(Beauty)의 성장과 인기를 체감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의 부활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글로벌 무역 환경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한국 화장품 산업 역시 이러한 변화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다. 한국 화장품, 이른바 K-뷰티는 지난 10여 년간 혁신적인 제품력과 마케팅 전략을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최근 불안정한 국내외 정세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재등장할 가능성은 한국 화장품 산업에 중요한 도전 과제를 던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자국 산업 보호'에 초점을 맞추
눈이 내리는 계절이다. 어린 시절 새 하얀 계절의 느낌이 으스름 쌓이기 시작한 어느 겨울 신새벽에 누구의 흔적도 없던 눈 덮인 그 세상은 아직도 그대로다. 한 걸음 내딛기도 아까운 백색의 세상을 몇 걸음 걷다 아쉬움 반 설렘 반의 마음으로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보고는 한다. 눈 덮인 들판을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걷는 이 길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유명한 서산대사의 답설(踏雪)이라는 시다. 우리는 기억에 의지해 생존한다. 관계성을 바탕에 깔고 있는 인간이라는 단어처럼 관계의 정의도 각자의 기억에 의존한다. 내가 살아온 길, 상대가 살아온 모습, 서로가 공유하는 경험이 서로의 이정표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매 순간 그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질문한다. 그리고 그러한 기억들도 매 순간의 선택으로 재정립된다. 과거를 현재에 투영하지만 현재는 생동하며 변화하는 중이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보라는 것은 과거에 의지하지만 그것에 집착하지 말고 그 현상을 보라는 말이다. 예비 승려로서
김승옥의 '무진기행'에서 주인공 윤희중과 그의 외도 상대인 하인숙은 지루한 화투판 술자리에서 처음 만난다. 성악을 전공한 하인숙이 주변의 성화에 못 이겨 '목포의 눈물'을 권태롭게 부르는 장면은 하인숙의 이상과 현실 간 괴리를 나타내준다. 이미 유행가가 아닌 '목포의 눈물'은 "책임도 무책임도 없"는, 노래와 함께 희망마저 가물거리는 안개 낀 무진을 상징한다. 반면 그녀가 그리워하는 오페라 '나비 부인'의 아리아 '어떤 갠 날'은 안개가 걷힌 선명한 세계에 대한 희망이다. 안개로 상징되는 불명료한 추상성을 떠나 명료한 합리성으로 가고 싶은 하인숙의 내밀한 욕망은 노래를 통해, 확실성의 세계인 서울에서 온 윤희중에의 이끌림을 통해 현실로 흘러넘친다. 인간은 근원적으로 불확실을 두려워한다. 하여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본능이 현대문명을 이룩했다. 근대적 이성의 빛이 도래하기 이전의 세계는 암흑으로 가득했다. 야만과 무지, 주술과 운명론의 어둠에 의해 인간 실존이 아예 드러나지 않
AI(인공지능)기본법은 AI 혁신 가속화 및 안전한 AI를 위한 법·제도적 인프라로서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AI 개발·공급환경을 조성하면서도 국민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법·제도적 안전망으로 기능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미래 경쟁력의 핵심인 AI분야에서 글로벌 선도국가가 되려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규범 및 거버넌스 흐름과 보조를 맞춰 글로벌 호환성을 갖춘 진정한 AI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 현재 입법 중인 AI기본법은 거버넌스와 다양한 정책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AI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신속한 입법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AI가 사회·경제 전 분야로 확산함에 따라 각 분야 규제와의 충돌, AI가 접목되는 개별 분야에서 규제 필요성의 정도 등을 고려해 AI 혁신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혜택과 AI로 인한 부정적 영향에서 국민을 적절히 보호할 수 있는 유연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을 위한 AI 거버넌스를 법적으로 명확히 확립해야 한다. AI 경
인류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대부분 인간 이전에 신들의 세계가 있었고 이후 신이 창조한 인간이 어떻게 그들로부터 독립하게 되는지를 다양한 상상력으로 그린다. 그리스로마신화의 신들은 인간과 유사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강렬한 분노가 일상적이며 그 때문에 수시로 억압적인 힘을 휘두르는 것으로 묘사된다. 어쩌면 이러한 신화는 인류문명이 제어 불가능한 폭력들을 극복하는 것으로 이상적인 공동체를 구상하고 그 실현을 추구해왔다는 반증일 것이다. 인간이 같은 피조물인 동물과 스스로를 차별화하는 기조도 유사하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본능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제어능력 역시 인간 개개인의 능력을 지시하기보다 인간사회라는 공동체의 유지를 위한 요소로서 인정된다. 인간도 하나의 동물이며 타고난 본능은 당연한 것이지만 공동생활에서 모두가 자기 본능에만 따른다면 누군가는 자기 존재 자체도 유지할 수 없을지 모른다. 성범죄나 음주운전 등 타인의 안전에 위해를 가하는 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