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각 분야 전문가들이 AI, K뷰티, 개인정보보호, 경영전략 등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여 독자에게 균형 잡힌 시각과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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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에 가 '설레임' 아이스크림 있냐고/ 묻는다는 것이/ 망설임 있어요, 라고 잘못 말했는데/ 가게 주인이 아무 망설임 없이/ 설레임을 꺼내다 준다// 영화관에서 단적비연수 두 장 달라는 것을/ 단양적성비 두 장 달라고 말했는데/ 단적비연수 표를 내줬다는,/ 형식과 내용이 합일하는 이런 경이로움을/ 나는 사랑한다/ (…) // 해피 투게더를/ 햇빛 두 개 더, 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후배 시인이 아는 할머니 한 분은/ 헤이즐넛 커피를 해질녘 커피로/ 알고 있다." 고영민 시인의 신작 시집 '햇빛 두 개 더'(문학동네)에 수록된 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한 대목이다. 어떤 단어나 문장의 발음이 다른 의미를 지닌 언어로 들리는 '몬더그린'(mondegreen) 현상을 소재로 한 재미있는 시다. 나는 초등학교 때 OMR카드 답안지에 시험문제의 답을 표기하라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야구의 '5회말'을 떠올린 일이 있다. 왕년의 야구선수 가득염 투수를 야구와 농구를 겸하는 '
세계 7대 무역강국으로 수많은 국가와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교류를 활발히 이어가는 우리나라는 글로벌 환경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세계는 미국과 서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웨스트,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이스트, 그 외 다양한 발전도상에 있는 국가를 대거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로 삼분됐지만 우리나라는 3분화한 세계질서 속에서 국제관계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강대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사우스와도 전략적 협력과 함께 전략적 균형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3분화한 상황은 AI분야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되는 것으로 보인다. 초격차로 앞서가는 미국, 미국만큼이나 AI분야의 경쟁력을 높여가는 중국, 이들 2개 국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발전도상에 있는 다양한 국가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 번째 국가그룹에 속하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초거대 AI 모델을 보유한 세 번째 그룹에서 가장 앞서가는 국가 중 하나로 국제적인 AI 패권경쟁 속에서 전략적으로
미래는 아주 먼 것이든 바로 코앞의 것이든 우리가 결코 확실히 알 수 없는 것이다. 혹시 누군가 주변 건축물이나 환경이 지속될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고 주장하더라도 그것은 아마 '미래'와 관계없는 비시간적 요소에 대한 확신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미래를 떠올리는 순간, 자신이 존재하는 '지금-여기'의 시공간을 넘어서는 상상은 이미 실행되고 있다. 그런데 미래를 향한 앞선 시선은 희망과 불만이 합쳐진 복잡한 감정을 불러오곤 한다. 창조를 업으로 삼는 많은 예술가가 불안에 시달린다면 그들의 운명이 이러한 시간의 흐름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전에 한 번도 없었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낸다는 것은 아이디어의 기원이 되는 창조의 시점으로부터 그것을 완벽하게 구현해야만 도달하는 목표 사이의 진자운동이 되는데 그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현재 단계의 모습은 부정당하기 일쑤다. 자신의 구상을 체크하고 그것의 완성된 모습을 그려보며 현실을 불만으로 채우는 것이다. 예술가들의 창작과정이 험난
지난 9월25일 메타(Meta)는 AR(증강현실) 스마트안경 '오라이언'(Orion)을 공개했다. 메타 설립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오라이언이 스마트폰 다음의 컴퓨팅 디바이스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AR 기기의 개발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Hololens), 구글의 '구글글래스'(Google Glasses) 등 몇 개 기기가 이미 몇 년 전부터 굴지의 IT기업 주도로 개발, 출시됐다. 그럼에도 오라이언의 출시가 주목받고 제작사 메타는 물론 우리나라의 AR 관련 기업 주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지금까지의 AR 기기와 차별되는 기술적 진보를 이룩했기 때문이다. 오라이언은 소형 프로젝터가 렌즈에 영상을 투사하는 방식으로 이용자가 투명한 렌즈를 통해 바로 실물을 볼 수 있도록 했으며 장비는 훨씬 작고 가벼워졌음에도 화각을 70도까지 확장했다. 또 신경 인터페이스 손목밴드를 채용해 작은 손동작으로도 기기를 제어할 수 있게 해줬다. 즉 더는 안경
미국 워싱턴DC의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2층에는 매우 특별한 전시실이 있다. 이 전시실의 이름은 '뼈전시실'(Bone Hall)이다. 이곳은 300여종의 척추동물 뼈만 추려서 원래 모양대로 조립해놓았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큰 규모다. 이 뼈전시실의 전시물 중 덩치가 가장 큰 것은 당연히 고래다. 이곳에는 90여종의 고래 중 돌고래 3종과 고래 1종의 골격만 전시돼 있다. 고래는 흥미로운 생물이다. 고래는 잠을 잘 때 뇌의 절반만 쉬고 나머지 절반은 깨어 있어 숨을 쉬며 주변을 감시한다. 또 고래는 에코로케이션(ecolocation)의 챔피언이다. 자신이 발사한 초음파가 어떤 물체에 닿아 되돌아오는 것을 잡아내 여러 가지 정보를 얻는다. 말하자면 몸에 레이더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고래의 배설물은 바다의 비료 역할을 해 파이토플랑크톤의 성장을 돕고 이는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래는 크게 수염고래와 이빨고래 두 종류로 나눈다. 수염고래에겐 입안에
보통은 큰 나무를 옮겨 심고 나면 막걸리를 준비해서 상처 난 뿌리에 한가득 뿌려준다. 나무를 옮기고 막걸리를 주는 것은 토양미생물(土壤微生物·soil microbe)들이 막걸리를 먹고 무럭무럭 자라라고 그런다. 유익한 미생물의 번식이 식물의 뿌리건강에 중요해서 옮기느라 생긴 생채기와 곪은 뿌리를 낫도록 하는 일도 한다. 기름진 흙에는 수많은 토양미생물이 살아서 물에 녹지 않는 무기영양소(minerals)를 잘 녹게 해 양분흡수를 거들어주니 토양미생물이 없거나 적은 흙에서는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한다. 거꾸로 식물의 뿌리는 여러 가지 유기영양소를 토양미생물에게 준다. 그래서 뿌리 근방에는 늘 50%나 더 많은 토양미생물(세균)이 꾄다. 이렇게 식물과 토양 미생물들은 '주고받기'(공생·共生)를 하니 막걸리가 새 뿌리를 내리는데 어떤 일을 하는가를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흙의 유기물을 분해하거나 토양미생물이 죽어 분해되면서 내는 냄새를 지오스민(geosmin·earth smell)이라고
최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동티모르 지원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동티모르는 오랜 식민생활 후 2002년 독립했지만 국가재건의 초기단계에서 많은 도전에 직면했다. KOICA는 농업과 보건,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친 개발이 필요한 상황에서 단순한 기부와 지원을 넘어 동티모르의 지속가능한 자립을 위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KOICA의 동티모르 사업 중 가장 주목받은 사례는 농업 생산성 향상 프로젝트다. 동티모르는 경제의 상당부분을 농업에 의존함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와 비효율적인 농업방식으로 인해 생산성이 낮았다. KOICA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티모르 농민들과 협력, 적정 농업기술을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후 생산된 농산물의 유통과 마케팅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대두했다. 여기서부터 비즈니스의 영역이 되면서 마케팅과 효율성 제고의 필요가 높아진다. KOICA뿐만 아니라 많은 비영리단체는 정부나 기업이 미처 다루지 못하는
한국인 고유의 질환으로 여기는 병이 화병이다. 시대적 현상이거나, 혹은 민족적 특질이라거나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정신적 문제는 어느 것이라 꼭 집어 말할 수 없다. 그것은 인연화합해 일어나고 그것은 머물지 않고 계속 변화하며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것은 민족이나 국가뿐 아니라 개인적 인격형성도 마찬가지다. 우연이나 필연으로 구분할 수 없는 불확정적 불가피성이라고 하면 말장난일까. 그도 그럴 것이 첨단의 거대 AI도 정확한 날씨예측이 어려운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그것은 해석하기 나름이다. 어쨌든 우리 모두는 최선의 선택을 하며 살아왔다. 때로는 선택이라는 미명하에 피할 수 없는 길을 강요받기도 하고 때로는 양심을 두 발로 지려 밟고 나아가기도 한다. 어느 한 사람의 인생은 그 누구도 함부로 재단하고 비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만족하며 살아갈 수 없다. 그 욕망, 혹은 바람은 가진 것이 많거나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뀌고 있다. 이맘때면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라던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 생각이 난다. '잎새에 이는 바람'('서시')에도 괴로워할 줄 알았던 여리고 섬세한 영혼, 그러면서도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십자가')라고 다짐한 것을 끝내 죽음으로 증명해낸 강인한 투사…. 참회와 저항이라는 상반된 두 얼굴로 우리에게 각인된 시인이 바로 윤동주다. 1940년대 식민지 조선에서 당시 넓은 세계를 공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일본 유학이었다. 일본 대학에 입학하려면 행정절차의 이유로 창씨개명을 해야 했다. 유학을 가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임에도 윤동주는 심한 자괴감에 빠졌다. 그 고뇌가 '참회록'이라는 시에 잘 나타나 있다.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라는 문장에서 시인은 창씨개명이
누구나 인공지능을 알고 배우고 활용하는 시대가 됐다. 인공지능은 더 이상 실생활과 거리가 먼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 삶의 모든 부분으로 확대된다. 인공지능은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이면서 인간에게 다양한 편익과 혜택을 가져다줬지만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그 불투명성과 예측불가능성도 함께 커져 다양한 부작용과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환각이나 허위 정보가 민주주의의 기반인 선거와 결부되면서 사회질서를 뒤흔들기도 하고 인공지능이 생명이나 신체와 결부된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인간에게 해가 될 위험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진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인공지능이 가져오는 폐해를 막기 위한 법이나 정책적 대응방안에 대한 해법도 제각각이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혁신과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해 획기적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반면 위험성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발전하는 초기단계부터 금지나 제한을 두고 일정한 기준을 제시
'책은 빌려주는 게 아니다'라든가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책 그리고 지식에 대한 욕심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잘 알려주는 말들이다. 물론 책이라는 유체물도, 책이 담은 생각과 표현에 대한 저작권도 모두 맘대로 훔칠 수 없는 것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특별한 탐욕에만 적용되는 너그러움은 어디서 오는 걸까.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헌법으로 보장된다. 우리의 시장경제 사회가 사유재산제도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소유한다는 의미의 '사유'로부터 우리는 개인이 취득하거나 형성한 재산을 개인이 독점적으로 사용하거나 처분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때 재산은 유형과 무형의 가치를 모두 포함한다. 지식재산과 같은 무형의 재산은 그것을 사적으로 소유하거나 독점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유형재산처럼 그 경계가 명확하지는 않다. 권리에 대한 인식이나 그 권익을 보호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지식재산 중에서도 산업적으로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소위 '상
어린 시절 로봇은 만화영화의 단골 주제였다. '과학입국'이 지상명제였던, 남자어린이 절반은 과학자가 장래희망이던 시절이다. 은하계 저 끝에서 외계 생명체가 우리를 위협하지 않아서일까. 아직 초합금과 원자력 에너지로 움직이는 초거대 로봇은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잘 모를 뿐이지 로봇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암약한다. IFR(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의 2022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노동인구 1만명당 1012대의 로봇을 사용, 노동인구 대비 산업용 로봇 사용 1위 국가에 올랐다. 싱가포르(730대) 독일(415대) 일본(397대)이 뒤를 잇고 있다. 로봇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야는 전기·전자제품 제조 및 자동차공업이다. 그러나 산업용 로봇에 비해 다른 한 축을 이루는 서비스 로봇은 다른 나라에 못 미친다. 서비스 로봇은 물건 제조에 사용되지 않는 로봇을 의미한다. 판매량을 기준으로 보면 운송·물류, 접객, 의료, 전문청소(방역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