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번 칼럼에서 내장에 서식하는 세균, 곰팡이, 원생동물 따위의 미생물을 모두 합치면 사람 몸 세포(100조개)의 10배는 너끈히 넘을 것이라 본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 몸의 여러 기관에 늘 붙어사는 상재균(常在菌·resident flora)은 침입한 해로운 비상재균을 쫓아내니 결국 사람과 상재균은 공생하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 몸은 하나의 거대한 미생물 세계, 즉 세균생태계(microbial ecosystem) 미생물군집(microbiota, 세균총)을 이룬다.
또 코안에 900여종, 질(膣)에 300여종, 피부에 1000여종, 입속에 400∼600여종의 균총(균 군집)을 이루는데 사람이나 기관에 따라 종류나 수는 각각 다르다. 세균은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소화가 덜 된 음식찌꺼기를 분해해서 얻기에 소화기관에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장엔 무려 1500∼4000종의 미생물이 군집을 이룬다.
사람의 내장 세균 군집 중 소장 장액 1㎖에 10만여 마리의 세균이 있고 대장(大腸)의 장내 미생물(gut flora)은 4000여종이며 대장에 서식하는 세균을 무게로 환산하면 약 1.5㎏으로 대변 건조 중량의 60%가 장내 미생물이라고 한다.
대장이 튼실해야 마음과 몸이 건강하다! 얼굴에 종기나 부스럼이 난 사람은 틀림없이 대장 건강에 문제가 있으니 이렇게 피부에는 내장(소장, 대장)의 건강이 쓰여 있다. 그러면 대장의 장내세균이 하는 일 몇 가지를 알아보자.
첫째, 위(胃)는 배고픔을 알리는 식욕촉진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의 양을 조절하고 장내 미생물은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식욕억제 호르몬인 렙틴(leptin) 양을 조정한다. 그래서 건강한 장내세균이 없으면 호르몬 조절을 못해 비만이 되기 쉽다.
둘째, 장내세균총(gut microbiome)은 몇 가지 비타민과 더불어 장의 염증을 억제하는 화합물 등 인간이 스스로 생산하지 못하는 물질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대장에 사는 미생물들은 '제3의 장기(臟器)'로 불린다.
셋째, 장내세균총은 면역계를 자극해 항체(抗體)의 근원물질을 70% 이상 만들어내니 면역에도 영향을 끼친다. 즉, T세포 생성을 활발히 해 저항력 있는 건강한 몸을 유지케 한다.
넷째, 또 장내(내장)세균들이 내장 벽의 림프계를 자극해 점액 상피에 있는 세균의 번식을 억제한다.
다섯째, 장(腸, gut)과 뇌(腦, brain)는 '장-뇌 연결축(gut-brain axis)이 만들어져 있다. 일례로 독성물질을 먹었을 때 장내세균들이 이에 반응해 뇌가 구토나 설사를 하도록 신호를 보낸다. 그래서 대장을 '제2의 뇌'로 부르기도 한다.
여섯째, 당뇨·위궤양·간질환·암·중추신경계도 모두 장내세균의 기능과 관계가 있음이 알려졌고 프로바이오틱스(활성 젖산균)를 강박장애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에도 처방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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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건강은 '생균'(生菌)인 젖산균(유산균)의 책임이다. 김치나 김칫국물, 요구르트나 치즈 등에 많이 든 젖산균을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활성젖산균·생젖산균)라 하고 그들의 먹잇감인 식이섬유를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라 한다. 생젖산균을 우리는 예부터 발효식품인 김치·물김치·고추장·된장·청국장에서, 서양인들은 요구르트·치즈 따위로 채웠다. 프로바이오틱스 캡슐에는 대변에 서식하는 건강한 젖산균을 골라 키운 것이 들어 있다.
다시 말해 프로바이오틱스엔 젖산균(Lactobacillus bulgaricus)들이 있고 프리바이오틱스인 식이섬유(食餌纖維)는 장내 미생물의 자람을 활발케 하는 먹이요, 그것은 위나 소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내려가 대장에서 세균의 먹잇감이 되는 것으로 고구마·과일·곡식·버섯·채소 등에 많다. 한마디로 사람의 건강은 대장을 튼튼하게 하는 유익한 젖산균(lactic acid bacteria, Lactobacillus)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