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전반에 걸린 여러 전문가들의 고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여러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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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닌 일반인에게 관세는 낯선 세금이다.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관세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히 관세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관세는 기본적으로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관세는 고대 로마 제국에서도 시행되는 등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소득세는 물론 법인세나 부가가치세의 역사가 길지 않은 점과 대비된다. 상품이 국경을 넘거나 주요 도시 간 이동할 때 통행지점에서 거두는 방식으로 관세가 시작됐다. 소득세나 법인세는 일정 기간의 소득을 파악해야 하고 부가가치세 역시 사업자 사이의 거래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러한 정보 파악은 쉽지 않은 문제다. 반면 관세는 상품의 이동 경로에서 이동하는 상품을 파악하기만 하면 되므로, 관세 부과의 구조가 복잡하지 않고 징수도 용이하다. 이 때문에 관세는 오래전부터 시행 가능했다. 근대에 들어 관세는 무역 정책이라는 큰 틀에서 제도가 설계되고 시행됐다. 관세 문제는 한 나라의 조세정책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나라들 사이의 상호 작용을 불러일으키는 국제적인 문제다.
우리나라 누에치기의 역사는 삼천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삼한과 삼국시대를 지나 고려에 이르기까지 누에치기는 역대 군왕들이 적극 장려한 농업이었다. 조선 시대 양잠은 농업과 함께 국가 기간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왕은 친히 밭을 갈아 농사의 소중함을 백성에게 일깨웠고, 왕비는 궁중에서 누에를 기르며 양잠을 독려했다. 해마다 누에를 치는 5월이 되면 왕비가 백성에게 누에씨를 하사하는 전통도 있었다. 서울의 잠실(蠶室)과 잠원(蠶院)이라는 지명은 바로 그 시절 누에를 키우고 뽕나무를 가꾸던 터전에서 유래했다. 양잠은 오랜 세월 동안 국가 정책산업의 중심에 있었다. 1970년대,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가파른 길목에서 누에산업은 조용한 주역으로 활약했다. 누에고치 생사 수출은 전체 수출의 7.5%를 차지하며 농업 분야 수출 1위를 담당했다. 50~60세 이상되는 성인 중 농촌에서 자란 분들은 당시 농촌의 봄날, 누에가 뽕잎을 먹는 '사각사각' 소리는 봄비 내리는 소리와 닮아 자장가처럼 들렸다고
A는 작년에 결혼을 하면서 부모로부터 서울 마포 소재 아파트를 증여받았는데 비슷한 시기에 윗층이 17억원에 거래되었기 때문에 윗층의 매매가격을 증여재산가액으로 신고했다. 이후A는 친구 B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B는 서울 서초에 있는 단독주택을 증여받았는데 인근 복덕방에서 말하는 추정시가는 35억원 정도이지만 최근 몇 년간 거래가 없어 공시가격인 15억원으로 신고하는 바람에 A보다 증여세를 적게 냈다고 했다. A는 세무서에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세무공무원은 "일반 아파트는 면적·위치 등이 비슷한 아파트의 매매사례가 많아 그 가액으로 과세하지만 그런 가액이 없는 단독주택은 공시가격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만 반복했다. 이처럼 더 비싼 집을 물려받았는데도 세금을 적게 내는 비상식적인 결과가 발생한 이유는 뭘까. 상속·증여세법상 재산가액은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다. 시가란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이뤄지는 거래가액을 의미한다. 일정 기간 내에 당해 또는 유사
요즘 뉴스 보기가 겁난다. 정치, 외교, 경제, 국방,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워낙 변수가 많을 뿐 아니라 그동안의 익숙함과 결별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기존의 필터로 예측하기 어려운 세상이, 시장이 되어간다. CAPM(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에 따르면 주식시장의 가치는 경제, 정치, 사회적 요인 등 거시적인 변수에 의해 주도되는 체계적 위험과 개별 기업, 산업 또는 자산의 고유 위험에 해당하는 비체계적 위험으로 평가된다. 여기서 체계적 위험은 딛고 있는 땅이 흔들리면 아무리 서 있는 기업이 중심을 잘 잡아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기에 분산이 어려운 위험요인이다. 비체계적 위험은 개별 기업 이슈로 분산이 가능하다. 최근엔 이 두 가지 위험 모두 증폭되고 있다. 중국의 독주를 막겠다는 미국의 선포로 주변국들 역시 전시상황에 놓였다. 두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문제로 확장된 이유는 이 두 국가가 각각 소비와 생산의 중심지일 뿐 아니라 공급망의 키를 쥐고 있는 국가들이기
2022학년도부터 시행된 '약술형 논술'은 국어와 수학이 중점이며, 수험생들 사이에선 '약술'이란 말로 통용된다. 올해는 국민대·강남대 등이 약술을 신설해 가천대를 포함한 총 15개 대학에서 약 390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약술 시험의 가장 큰 장점은 내신은 낮지만 수도권 혹은 인서울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수시전형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있다. 대학마다 내신을 아예 반영하지 않거나, 내신을 반영하더라도 그 영향력이 미미하기 때문에 약술 시험만 잘 본다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 교과나 EBS 핵심 개념과 그 동안의 대학수학능력평가(이하 수능) 기출을 바탕으로 국어의 경우 정답을 찾는 단답형, 수학은 수능 문제(수능 난이도 70%)로 풀이과정을 서술해야 하는 주관식 서술형 시험으로 볼 수 있다. 이른바 수험생들이 '어삼쉬사'(어려운 3점, 쉬운 4점)라고 많이 부르는 문제가 주를 이룬다. 또 수학Ⅰ·수학Ⅱ에서만 출제되기 때문에, 수능을 공부하면서 함께 병행하기가 좋다. 어차
아버지가 숨졌다. 생전 아버지와 금슬이 좋았던 어머니는 깊은 상심에 빠져 호주로 여행을 떠났다. 슬픔을 달래기 위해 방문한 호주에서 한국인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두 사람은 호주에서 결혼했다. 어머니는 재혼 후 호주로 이민을 가 호주 국적을 취득했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했다. 새 아버지는 한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살고 있었기에 대한민국 국적을 그대로 유지했다. 외동딸은 이런 어머니가 못마땅했고 모녀는 심한 다툼 끝에 아예 연락도 하지 않는 사이가 됐다. 그 후 어머니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새아버지와 함께 살다가 2013년쯤 사망했다. 유언은 없었고 어머니가 사망 당시 가지고 있었던 재산은 한국 은행에 있는 예금 2억원이 전부였다. 딸은 자신과 새아버지 모두 대한민국 사람이므로 대한민국 법에 따라 위 예금 2억원을 새아버지가 5분의 3, 자신이 5분의 2씩 나눠 가지려고 했다. 그러나 새아버지는 호주법에 의하면 위 예금은 남편인 자신이 단독 상속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대학 입학자원의 급감으로 존폐 위기에 놓이는 대학의 숫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산업구조 고도화에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도 한계에 직면하게 될 위험도 커진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자 정부는 2023년부터 '글로컬대학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 지금까지 20개 혁신모델이 지정됐고 올해 마지막 10개 이내 지정을 앞두고 있다. 글로컬대학은 대학과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수립한 혁신계획을 토대로 정부가 재정을 투자하고,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는 혁파하는 새로운 지원방식을 도입했다. 대학 주도의 자율적 혁신을 유도하고 대학의 전면적 체질 개선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별로 분절적 지원을 넘어 통합적 재정지원으로 자율적 운영이 가능하게 한다. 대학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지자체도 지역대학과 상생하는 파트너로 전환되게 한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와도 맞물려 있다. 지자체 주도로 지역발전 방향에 맞춰 대학을 지원하는 R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지역 분쟁에서 초소형 드론(무인기)과 정밀 유도무기, 위성정보 등이 전장을 지배했다. 이들 군사기술의 핵심은 '정밀항법'이다. 이는 다양한 플랫폼에 정확한 위치와 자세정보를 제공한다. 정밀항법 기술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전략적 자산이다. 현대 무기체계의 임무수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위성신호가 차단·교란되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항재밍·항기만 기술까지 개발됐다. 이는 기존 재래식 무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스마트폭탄과 K1 전차가 대표적이다. 기존 폭탄에 정밀항법 모듈을 탑재함으로써 투하 후에도 위치와 자세를 보정해 정확히 목표를 타격할 수 있게 됐다. 정밀항법 기술은 국방을 넘어 우주로 확장된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는 고성능 항법장치를 탑재했다. 발사 후 비행궤적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오차를 보정
최근 영남지역 산불 피해 현장을 홀로 둘러봤다. 전쟁터와 다름없던 연기 자욱한 현장 대책본부 방문 경험이 떠올랐다. 이른 아침 청송에서 영덕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달리며 수십 ㎞에 걸친 산불 피해를 목도했다. 해안선을 따라 정박했던 어선들이 불에 타는 등 피해가 극심했던 영덕군 노물리를 지나 영덕 대게의 고장 강구항으로 향했다. 강구항은 당시 바람이 북동진하면서 화마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피해를 덜 받은 것 같았다. 대형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하늘에 우리의 운명을 맡기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번 산불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산불 진화용 헬기와 임도가 되레 산불을 확산시킨다고 주장했다. 역대급 피해를 기록한 산불이었기에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다만 검증되지 않거나 오히려 산불 대응 태세에 혼선을 주는 주장이 나와 우려스럽다. 지금은 논쟁보다는 실행에 집중해야 할 때다. 여전히 봄철 산불 위험 기간이다. 통계적으로 4~5월은 대형산불이 자주 발생했다. 선거가 다가오
5월, 제주도에서 APEC 회원경제의 고용노동장관들이 모인다. 이는 오는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의 사전회의의 일환이다.역내에서 공동으로 추진할 미래 일자리를 위한 어젠다 설정을 위해서다. 회원경제는 인공지능전환(AX)과 인구구조변화와 같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로 인해 일자리 공급과 필요한 숙련 내용이 크게 변화할 것이어서 각 회원경제는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인공지능(AI)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과정 변화는 과거 기술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나는 점진적 변화라기보다는 단절적 혁신이며 그 속도 또한 매우 빠르다. 이 점에서 회원경제들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어떤 회원경제가 핵심 AI 기술에서 뒤처져 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AI전환에서 낙오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경제발전사를 보면 핵심 기술은 발명한 국가보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경제발전에서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나라는 미국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상품화해 경제를 크
영국 런던 지하철 승강장의 'Mind the Gap'(마인드 더 갭) 문구는 열차와 승강장 사이 틈을 조심하라는 경고다. 단순 안전문구를 넘어 사회 전반의 격차와 불균형을 상징하는 의미로도 인용된다. 소득 불평등이나 기회의 격차처럼 보이지 않는 틈을 잘 인식해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한국 ICT(정보통신기술)산업이 처한 현실을 보면 이 문구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디지털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ICT산업의 균형이 무너졌다. 다양한 플랫폼기업이 경쟁하던 시장은 일부 글로벌 빅테크 중심으로 재편됐다. 유튜브 등 해외 대형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국내 동영상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으며 네이버TV나 카카오TV 같은 국내 플랫폼은 대부분 경쟁력을 상실했다. 트래픽은 소수 기업에 집중되고 스타트업은 경쟁력을 잃었으며 창작자와 광고주 역시 거대기업의 정책변화에 종속되는 구조에 놓였다. 시장 불균형으로 인한 피해는 이용자에게 전가된다. 유튜브 프리미엄과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여러 차례 요금
2020년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출현과 대유행이라는 보건안보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전 세계가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었지만, 단기간에 이를 개발하고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이때 주요 제약사들은 새로운 리보핵산(RNA) 백신 기술과 생산력을 갖춘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획기적으로 백신 공급을 약 1년의 기간으로 단축해 빠르게 공급할 수 있었다. 위탁개발생산(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 줄여서 CDMO라 불리는 기업들이 제약바이오산업 전면에 약진한 사례로 기억된다. CDMO는 세계적으로 제약 산업의 분업화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에서 태어난 산업이다. 1980~90년대 글로벌 제약사들은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생산은 외부에 맡기기 시작했다. 고정비를 줄이고 시장 대응 속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2000년대 이후에는 고난도의 제조 공정과 복잡한 규제 요건을 전문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