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전반에 걸린 여러 전문가들의 고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여러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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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는 7월 발표할 예정인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종부세 강화와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의 혜택 기준 변경을 통해 '실수요 중심의 과세 정상화'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은 다주택자 규제 강화와 더불어 1주택자라 하더라도 기존의 '보유기간'에 대한 혜택을 축소·폐지하고 실제 '거주기간' 중심으로 장특공을 산정해 투기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라는 정부의 정책적 지향점은 조세정의 측면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을 만하다. 그러나 장특공 기준을 보유보다 거주에 무게를 두는 방식으로 개편할 경우 정책 목표 달성 여부가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조세중립성' 관점에서 예기치 못한 시장 왜곡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조세중립성이란 세금이 시장 참여자의 합리적 경제적 의사결정을 인위적으로 제약하지 않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유도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상적인 세제는 세금 부담 때문에 정상적인 거래나 주거 이동이 가로막히는 상황을 지양해야 한다. 장특공은 바로 이러한 조세중립성을 실현하기 위한 장치다.
식품 시스템은 원활하게 작동할 때는 그 소중함을 체감하기 어렵다. 그러나 오늘날 식품의 생산·유통·소비 방식에서 나타나는 급격한 변화는 아태지역 전반의 식품안전 체계에 새로운 과제와 요구를 던지고 있다. 식품 규제기관들은 점점 복잡해지는 글로벌 공급망과 비약적인 식품 기술 혁신 등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헤쳐 나가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실패의 징후가 아니라 진보의 신호이지만, 규제기관에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대응 방식이 요구된다. 아무리 역량이 뛰어난 국가라도 신종 위해물질이나 신기술, 그리고 안전과 투명성에 대한 대중의 높아진 기대를 단독으로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품 규제기관 간의 긴밀한 협력은 현대 식품 안전의 필수적인 핵심 요건이 됐다. 이런 맥락에서'아시아·태평양 식품규제기관장 협의체(APFRAS, 이하 아프라스)'는 지역 내 협력을 실현하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아프라스는 공통 과제 해결을 위한 협력의 가치를 더 많은 국가가 인식함에 따라, 참여국이 두 배로 늘어나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었다.
올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79차 세계보건총회에서는 특별하고 숙연한 행사가 열린다. 대한민국 출신 최초의 국제기구 수장인 고(故) 이종욱 제6대 세계보건기구(WHO) 전 사무총장 서거 20주기 추모식, 그리고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해 직접 설립했던 '이종욱 전략상황실'의 재개소식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이 공동 주관하고 WHO가 함께하는 이번 행사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헌신했던 이 전 사무총장의 유산이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보여주는 뜻깊은 자리다. 우리가 고인의 유산에 다시 주목하는 이유는 오늘날 전 세계가 직면한 과제에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사회는 유엔 창설 80주년을 거치며 '글로벌 보건 체계 개혁'을 중점과제로 논의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공적개발원조(ODA)가 축소되는 가운데 현지에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보건 체계를 마련하자는 치열한 반성이자 혁신이다. 이 전 사무총장은 20년 전, 세계 보건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적 협력과 연대의 중요성을 꿰뚫어 본 선구자였다.
1993년 서울의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된 청호나이스는 정수기 렌털 시장의 선두주자로 성장하며 어엿한 연매출 7000억원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창업주인 고 정휘동 회장의 피와 땀으로 일군 이 회사가 최근 미국계 사모펀드(PEF) 칼라일과 매각 협상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매각의 배경은 단순하다. 정 회장이 지난 해 6월 향년 67세로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유족들에게 부과된 상속세 3000억원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50%다. 그런데 최대주주의 주식을 상속받는 경우 20%의 할증이 붙어 실효세율은 60%에 달한다. 이는 일본(55%), 프랑스(45%), 영국(40%)을 뛰어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청호나이스 창업주 지분(약 75%)의 평가액만 3600억원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유족이 떠안아야 할 세금은 천문학적 수준이다. 이 사건을 보고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묻는 경우가 많다.
1990년대 일본 반도체 산업은 세계를 지배했다. 도시바·NEC·히타치가 '반도체 왕국'을 만들었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를 읽지 못했다. 투자보다 수익에 집중했다. 주도권이 한국 등으로 넘어갔다. 미래 투자 여부에서 승패가 판가름났다. 반도체 전쟁이 다시 불붙는다. TSMC는 올해 설비투자에만 60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미국도 70조원 규모 반도체 보조금을 집행 중이다. 중국은 국가 총력전이다. 기업 경쟁을 넘어 국가간 경쟁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총파업을 예고했다. 연간 영업이익의 15%, 최대 45조원 규모 성과급을 요구한다. 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70%가 파업이 부적절하다고 했다. 45조원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R&D(연구개발) 비용 37조7000억원보다 많고, 정기 배당금 9조8000억원의 4배가 넘는다. 삼성전자는 HBM4, AI(인공지능) 메모리, 첨단 패키징에 대규모 투자 중이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다. 지금 반도체 산업은 축배를 들 시기가 아니다. 생존을 걸고 뛰어야 할 시기다.
1분기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게 반등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은 전기 대비 1. 7%, 전년 동기 대비 3. 6% 증가했다. 회복의 중심에는 수출과 투자가 있다. 1분기 수출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 품목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5. 1% 증가했다. 설비투자도 기계류와 운송장비 투자가 늘며 4. 8% 증가했다. 제조업 생산도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를 중심으로 3. 9% 성장했다. 한국 경제의 전통적 회복 경로인 '수출 증가--제조업 생산 확대--설비투자 회복'의 고리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특히 반도체 경기 회복은 중요하다. 반도체는 단순한 수출 품목이 아니다. 기업 이익, 투자, 고용, 세수, 지역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산업이다. 세계적인 인공지능 투자 확대와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수출 반등은 이러한 수요 변화와 맞물려 나타난 결과이다. 다만 1분기 성장률이 좋았다고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냉정하게 점검할 때이다.
한국의 망 사용료 논쟁은 '열린 인터넷'의 가치를 훼손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 20년간의 데이터를 면밀히 살펴보면 이 논쟁이 낡은 이념의 프레임이 아닌 현대 디지털 시장의 작동 원리에 대한 현실적 고찰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의 논란은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CP)과 국가의 인프라 주권 및 발전이라는 우선순위가 충돌하는 과정이며 모든 증거는 '수익을 창출하는 주체가 비용도 분담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을 가리킨다. 인터넷의 본질은 일방적인 공공 서비스가 아닌 양측의 기여로 가치가 완성되는 '양면 시장(Two-Sided Market)'이다. 이는 신문사가 구독자와 광고주 양측에 비용을 청구하며 운영을 지속하는 것과 같은 경제학적 원리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ISP)는 일반 이용자에게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며, CP가 그 망을 통해 자신의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전송해주고, 그 대가를 양측으로부터 받는다. 네트워크의 가치는 이처럼 양측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기후와 에너지 위기로 농업은 이제 '날씨'뿐 아니라 '에너지'까지 함께 관리해야 하는 산업이 됐다. 여기에 온난화 및 기후 위기의 주요 원인인 온실가스 감축까지 더해지면서, 농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중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메탄은 배출량 자체는 많지 않지만 온난화 영향이 이산화탄소의 약 28배에 달해, 벼 재배 비중이 큰 우리 농업에서 특히 중요한 문제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논에서 발생하는 메탄과 에너지 소비를 어떻게 동시에 줄일 것인가. " 논에서 메탄이 많이 배출되는 이유는 벼 재배 내내 물을 가두는 담수 구조 때문이다. 토양이 물에 잠기면 산소 공급이 차단된 환원 상태로 바뀌고, 이 환경에서 메탄 생성균이 활발해진다. 해법의 방향은 분명하다. 현장에서 실천 가능한 저탄소 물관리와 에너지 절감형 재배 기술을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확산시키는 것이다. 이는 경제·산업 전반에서 일고있는 '녹색 전환(GX)' 정책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농촌진흥청의 저탄소 벼 재배 기술 패키지는 이러한 전환을 논에서 구현하는 구체적인 수단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흔들리자 '기후 약속보다 에너지 안보가 먼저'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명제 안에는 교묘한 전제와 정치적 프레임이 숨어 있다. 에너지 안보와 기후 대응이 서로 대립한다는 가정이다. 과연 그런가? 한국은 주변국 전력망과 연결되지 않은 '에너지 섬'이다. 수입 화석연료에 사실상 100% 의존하는 구조에서, 국경 안에서 자립 가능한 전원은 '연료비 0'인 자원이다. 그런 면에서 재생에너지는 기후 의제이기 이전에, 한 번 깔리면 환율과 연료가격 충격에 대한 일종의 보험이자 헤지 수단이 된다. 해협을 통과하지도, 유조선 운임 급등에 흔들리지도 않으며, 외교 관계가 끊긴다고 발전을 멈추는 일도 없으니, 지정학적 리스크를 내재화하지 않는 셈이다. 태양광·풍력·배터리 저장 기반의 분산 전원 체계는 공격자 입장에서는 값싼 드론 공격조차 가성비가 안 맞다. 일부가 피해를 입어도 전체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는다. 반면 대형 발전소는 미사일 한 발로 광역 정전을 일으킬 수 있는 단일 취약점이다. 에너지 안보를 외치면서도 대형 집중 전원만을 해법으로 내미는 것은, 그래서 역설이다.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 역할이자 책무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정보통신기반 보호법'에 근거해 주요 정보통신 기반시설에 대한 보호체계를 운영하며 국가의 안전과 국민 생활의 안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오랫동안 정보통신 기반시설 보호정책의 핵심은 '멈추지 않는 것'이었다. 서비스 중단이 사회적 혼란과 국민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 폐쇄망 운영, 망 분리, 접근통제 등 '가용성(availability) 중심' 보호조치가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기술 발전과 함께 사이버 공격이 일상화되면서 기반시설 공격을 100%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제로트러스트 관점의 다단계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기반시설의 보안성을 공고히 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또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필수 기능이 지속 운영되고 피해를 최소화하며 우선순위에 따라 핵심 서비스를 원래의 상태로 되돌려 정상화할 수 있는 역량, 즉 복원력이 강조된다. 기반시설이 공격받았을 때 모든 서비스를 동시에 복원할 수는 없다.
신탁은 이제 단순한 금융상품을 넘어 우리의 삶 속에서 중요한 자산관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신탁이 과거에는 금전 투자나 부동산 개발 목적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재산승계를 위한 유언대용신탁과 고령자·미성년자·장애인 등을 위한 재산보호 신탁 등으로 그 영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또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수탁자로서 금융회사뿐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 금융회사는 2010년 유언대용신탁이 도입된 이후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수탁자 역할을 수행해왔다. 최근에는 가족에게 재산을 맡겨 관리하고 승계하는 민사신탁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2026년 4월 치매 고령자의 재산관리를 위한 공공신탁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신탁은 민간과 공공을 아우르는 제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신탁이 단순한 계약 또는 재산관리 기능을 넘어 사회적 안전장치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인구구조의 변화가 자산관리와 상속에 있어 '기부'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2025년 기준 전체 가구 중 약 36%가 1인 가구이며,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도 약 22%가 1인 가구였다.
아침에 눈을 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순간부터, 출근길과 직장생활,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우리의 하루는 법이라는 안전한 토대 위에서 펼쳐진다. 복잡한 도로에서 차들이 질서를 지키고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게 하는 것은 도로교통법이다. 맛집과 카페를 찾아다니며 음식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은 식품위생법 덕분이다. 근로자가 위험한 작업 환경으로부터 보호받는 것은 산업안전보건법이 든든한 방패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법은 법전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의 가장 사소한 순간까지 스며들어 있다. 그렇기에 법을 만드는 과정은 더 투명해야 하고, 법을 만드는 이들은 그 업무에 더 세심한 정성을 담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부입법 작업의 수준은 국민의 눈높이에 충분히 닿아 있지 못하다. 그 중요성을 감안할 때 매우 아쉬운 일이다. 법령 초안 작성부터 부처협의, 입법예고, 각종 영향평가, 법제심사, 국무회의 심의 및 공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치는 동안 국민은 관심 있는 법안이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수정되는지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