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전반에 걸린 여러 전문가들의 고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여러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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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AI(인공지능)는 PC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오늘날 많은 기기가 'AI PC'라는 이름으로 소개된다. 그러나 실제 사용자가 체감하는 경험은 제품마다 다르다. 중요한 것은 AI 기능의 탑재 여부가 아니라 실제 사용 과정에서 어떤 차이를 만들어내느냐다. 우리는 게임이나 학습, 영상 편집, 다른 사람과의 소통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컴퓨터를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기능이 즉각 반응하는지, 도구가 작업을 돕는지 아니면 집중을 방해하는지에 따라 사용 경험의 차이가 드러난다. 필자 역시 모든 작업이 매끄럽게 이어져야 하는 순간에 그 차이를 느낀다. 무언가를 빠르게 편집하거나 창 사이를 오갈 때다. 어떤 기기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반면, 어떤 기기에서는 사소한 단계 하나까지도 작업의 속도를 늦춘다. 이러한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는 AI가 실제로 어디에서 실행되는가이다. AI 작업을 기기에서 직접 처리하면 응답 속도가 빨라지고 사용 경험도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
지난 9월, KTX와 SRT로 나뉘어 있던 고속철도가 10년 만에 하나가 되고 코레일의 5개 자회사가 3개의 전문 자회사 체제로 새롭게 출발했다. 철도 통합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KTX와 SRT가 따로 달린 10년은 서비스 경쟁이라는 성과도 남겼지만 한정적인 열차의 효율적인 활용에는 한계가 있었다. 통합으로 이러한 칸막이가 걷히게 되면서 KTX와 SRT 차량들이 하나의 열차로 편성될 수 있게 되었다. 수서역 출발·도착 좌석이 1년 전보다 31% 늘었고 KTX의 운임 또한 SRT 수준으로 평균 10% 인하되었다. 9월에는 추석 연휴가 포함되었다고 하나 좌석공급 확대와 운임인하로 인해 일평균 고속철도 이용객도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약 12% 증가하였다. KTX와 SRT 통합이 운영 통합이라면, 자회사 통합은 현장 서비스의 통합이다. 그동안 매표, 열차 승무, 편의점, 청소, 유지보수 등의 서비스들은 5개 자회사가 나누어 맡았다. 철도라는 하나의 수단을 이용해도 서비스는 단절되어 있던 것이다. 열차에서 물건을 두고 내리면 코레일네트웍스의 고객센터에 신고하고, 코레일관광개발의 승무원이 물건을 찾아 역에 맡기면 가서 찾을 수 있었다.
올해 우리 사회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중소벤처기업부 대국민 창업 오디션인 '모두의 창업'에 총 15만명이 도전장을 냈다. 정부 창업·아이디어 공모전 사상 최대규모다. 20대가 가장 많았지만 10대 후반의 학생부터 50대 시니어까지, 나이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창업 아이디어를 들고 나섰다. 많이 지원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1차에서만 12. 6대 1의 경쟁을 뚫은 5000명이 멘토링과 보육을 거쳤고, 이중 1100명이 2라운드에 올랐다. 도전을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투자를 유치하고 특허를 출원한 팀도 나왔다. 선발되지 못한 5만여 명에게도 멘토의 평가 의견과 재도전 멘토링이 돌아갔다. 실패한 도전이 자산으로 남는 구조, 이것이 1차 모두의 창업이 남긴 가장 큰 성과다. 실패와 재도전의 경험을 높이 사는 벤처캐피탈의 시선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릴 때 창업은 비로소 꽃필 수 있기 때문이다. 1차에 이어 2차 모두의 창업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담당 부처의 장관이 바뀌는 과정에서도 정책의 동력은 꺾이지 않았다.
최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중국사회과학원이 중국 베이징에서 주최한 토론회에 다녀왔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소개하고 중국학자들은 자국의 정책을 발표했다. 이어 양국의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양국의 국토 규모와 정치 체제는 완연히 다르지만 수도권 일극 집중 해소와 지역 경쟁력 확보라는 근본적인 국가적 난제를 마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국가의 문제의식은 놀라울 정도로 맞닿아 있었다. 우리나라는 수도권 과밀을 분산하고 다극형 국토 공간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5극 3특'(5대 초광역권 및 3대 특별자치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별 거점을 중심으로 광역 생활·경제권을 형성하고 자립적인 성장 동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달리 중국은 징진지(베이징·톈진·허베이) 통합 개발, 장강삼각주 일체화, 웨강아오 대만구(광둥·홍콩·마카오) 조성 등 거대 광역 메가리전(Mega-region) 중심의 공간 전략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특히 베이징의 과밀 해소와 기능 분산을 위해 건설 중인 슝안신구(雄安新?)는 국가 주도의 강력한 균형발전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자녀에게 재산을 미리 주는 것이 나을까요, 나중에 상속하는 것이 나을까요?" 상속·증여 상담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결론부터 말하면 둘 중 하나가 언제나 절세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모두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할 때 과세되는 세금이다. 과세표준에 따라 10%부터 최고 50%까지 동일하게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다만 상속은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 전체를 과세대상으로 삼아 세금을 계산하는 반면, 증여는 재산을 받는 사람별·증여 시점별로 세금을 계산한다. 따라서 자녀가 여러 명이고 장기간에 걸쳐 나누어 증여할 수 있다면 상속에 비해 증여가 누진세 부담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 증여에는 일정한 공제도 있다. 성년 자녀가 부모 등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는 경우 10년간 5천만 원까지는 증여재산공제가 적용된다. 배우자 간 증여는 10년간 6억 원까지 공제가 적용된다. 혼인 또는 출산 전후의 증여에 대해서는 일반 공제와 별도로 일정 요건 아래 최대 1억 원의 추가 공제도 가능하다. 이처럼 다양한 공제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면 일찍부터 계획적으로 재산을 나누어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다양한 미디어 서비스로 나아가는 '디지털 생태계의 핵심 관문'인 스마트폰은 정보 검색과 금융거래, 본인 인증, AI 비서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상을 함께하고 있다. 이러한 필수재를 어떤 조건으로 구매할지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미디어에 대한 접근성, 국민의 미디어 주권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AI 기술이 진보하고 다양한 기능이 탑재되는 만큼 단말기 가격은 지속 상승하고 있으며, 그에 비례해 이용자 부담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여건을 고려해 지난 11년간 스마트폰 지원금 상한을 규제하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7월 폐지됐다. 규제의 빗장이 풀렸다고 곧바로 이용자 혜택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보의 비대칭성'을 악용해 지원금 혜택이 소수에게만 집중되거나 불필요한 고가요금제 또는 부가서비스 가입을 강요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존재한다. 이에 방미통위는 최근 '이동통신단말장치 등의 건전한 유통환경 조성을 위한 시책'을 수립해 발표했다.
정부의 2027년 예산안에서 AI(인공지능)가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AI 예산안을 2026년 9조9000억원에서 2027년 21조3000억원으로 대폭 확대한 것은 AI가 국가 성장전략과 재정운용의 중심축이 됐음을 의미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예산의 단순 규모를 넘어 이 예산으로 어떤 질적 AI 전환을 만들어낼 것인가다. AI는 산업현장에서 제조불량 감지, 고객데이터 분석, 품질개선 등 일상의 도구로 자리잡았다. 정부 역시 바우처, 실증, R&D 사업으로 기업의 AI 활용을 지원했다. 특히 AI 바우처는 중소·중견기업의 진입문턱을 낮추고 공급기업엔 시장진입 기회를 제공하며 초기확산에 기여했다. 그러나 이제는 질문을 바꿀 때다. "AI를 얼마나 도입했는가"를 넘어 "AI로 일하는 방식과 산업구조가 얼마나 바뀌었는가"를 물어야 한다. 현재 정책과 현장에서 쓰이는 AX(AI 전환)엔 두 개념이 혼재돼 있다. 기존 업무구조를 유지한 채 AI를 적용해 효율을 높이는 'AI 도입(Adoption)'과 AI를 바탕으로 업무프로세스와 운영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는 'AI 기반 전환(Transformation)'이다.
고대 그리스인은 신뢰를 말로만 확인하지 않았다. 나무나 도기 같은 물건을 둘로 나눠 한 조각씩 가졌다. '심볼론(symbolon)'이라 불리는 표식이다. 다시 만났을 때 맞물리는 절단면은 서로를 알아보는 증표였다. 상징을 뜻하는 영어 '심볼(symbol)'이 여기서 나왔다. 신원의 본질은 그때와 다르지 않다. 화면에 이름과 사진이 뜬다고 신분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누가 발급했는가, 위·변조되지 않았는가, 효력이 살아 있는가. 이 세 가지가 확인돼야 비로소 신뢰할 수 있는 신분증이 된다. 모바일 신분증도 이 세 가지에서 출발한다. 국가가 발급하고 본인 확인을 거쳐 본인 명의 스마트폰 한 대에만 담긴다. 신원정보는 암호화되고 전자적 정보에는 유효기간을 둔다. 발급·폐기와 진위·유효성 검증을 위한 공통 기반도 국가가 운영한다. 지난 8월 시행된 전자정부법 시행령은 이런 안전장치를 발급기관의 의무로 구체화했다. 보안을 강화하면서 편의성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도 특징이다. 필요한 정보만 골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수출이 새로운 이정표를 향해 가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확대되는 가운데 식품·화장품을 비롯한 K-소비재도 한류를 타고 세계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실제로 올해 8월까지 K-뷰티 수출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97억 달러를 기록했고, K-푸드는 역대 최단기간인 253일 만에 수출액 100억 달러를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수출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에게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좋은 제품을 갖고 있어도 현지 시장의 정보와 네트워크가 부족하면 적합한 바이어를 찾기 어렵고, 실제 거래까지는 역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8월 한국무역협회가 1090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0%가 '해외 거래선 발굴의 어려움'을 가장 큰 애로로 꼽았다. 결국 수출마케팅의 핵심은 기업을 적합한 시장과 바이어에 정밀하게 연결하고 실제 거래로 이어가는데 있다. 무역협회 해외마케팅 사업도 이러한 '연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먼저 상반기 일본·베트남·인도네시아·프랑스에 이어 하반기에는 미국에서 'LA K-프리미엄 소비재전'을 개최하고, 상하이 '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서는 88개 기업을 위한 한국관을 열어 미국과 중국이라는 가장 큰 시장에서 현지 바이어를 직접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이혼 사건에서는 비상장주식의 분할 방법이 쟁점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법원은 지난 5월29일 선고한 판결(2024므16033, 16040)에서 비상장주식의 재산분할 방식에 관한 기준을 제시했다. 이 사건 2심 법원은 비상장회사를 운영하는 남편에게 비상장주식 전부를 귀속시키고 그 가액에 상응하는 재산분할금을 현금으로 아내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아내에게도 주식 일부를 귀속시키는 등 다양한 분할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남편은 비상장주식 전부를 보유하고 아내는 재산분할금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받는 것이 당사자 사이의 형평을 현저히 해칠 수 있어서다. ━원칙으로서의 '대상분할'과 비상장 주식의 특수성━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에서 부부 공동재산을 나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으로 재산 자체를 나누는 '현물분할', 특정 재산을 부부 일방의 소유로 귀속시키고 상대방에게 그에 상응하는 금전을 지급하게 하는 '대상분할(代償分割)' 등이 있다.
높이를 낮추자고 했더니 건물이 늘어났다. 신속통합기획 자문회의에서 주변과의 조화를 위해 단지 남동쪽 건물을 낮추자는 의견이 모였다. 개선안에서 건물은 낮아진 대신 동이 늘었다. 줄어든 층에 담지 못한 주택이 다른 자리로 옮겨갔다. 동 사이는 좁아졌다. 밖에서 보기엔 나아졌지만 정작 주민에게는 더 답답한 단지가 될 수도 있었다. 정비계획을 검토할 땐 결정의 여파를 끝까지 따라가야 한다. 높이를 바꾸면 배치와 동 간격, 사업비와 주민 부담이 달라진다. 공원과 도로도 마찬가지다. 배치를 바꿔 풀리는 일도 있지만 필요한 땅과 돈을 누가 감당할지 다시 따져야 할 때도 있다. 공공성 확보 요구에는 구체적인 대안과 계산이 따라야 한다. 재개발·재건축은 노후한 집을 바꾸고 주택을 공급하며 도로와 공원 등 기반시설을 다시 짜는 일이다. 구역 안 주민뿐 아니라 옆 동네에서 학교와 역을 오가는 사람의 생활도 달라진다. 한번 정해진 길과 건물의 배치는 수십 년간 남는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은 정비계획 초기부터 시와 자치구, 주민, 전문가가 개발 방향을 함께 논의하는 공공지원제도다.
지난 여름부터 흥행 중인 영화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 이후 오디세우스의 귀향 과정을 다룬다. 오디세우스가 원하는 건 더 큰 영토가 아니라 아내와 아들이 기다리는 이타카로 돌아가는 일이다. 그러나 귀향은 단순한 복귀가 아니다. 떠난 사람도 변했고, 기다린 사람과 집도 변했다. 그래서 귀향에는 안도와 상실이 함께 있다. 관객이 이 오래된 이야기에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낯선 신과 괴수의 세계를 함께 지나며 결국 자기 삶의 그리움과 두려움을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보편적인 이야기는 문화적 차이를 지운 평균값이 아니다. 오디세이는 매우 그리스적인 이야기이기에 오히려 귀향과 기다림, 용기와 오만이 선명해진다.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여러 음유시인과 예술가를 거치며 계속 달라졌다. 놀란 감독의 이번 영화도 오래 이어져 온 이야기를 오늘의 관객에게 맞게 다시 다듬은 결과다. 월터 옹은 인류가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 다시 '2차 구술문화'로 이동한다고 했다. 문자와 기술 위에서 이야기의 현장성과 참여성이 되살아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