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5000을 돌파했다. 불과 수년 만에 두 배로 뛴 수치이다. 부동산에 쏠려 있던 자금이 생산적 분야로 흐르도록 정부가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시장이 자발적으로 호응한 결과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주식시장 정상화와 경제 역동성 회복의 저변에는 벤처․스타트업 등 혁신 기업을 길러내는 모험자본 생태계가 자리해 있다. 그 핵심 자금 공급원 중 하나가 바로 투자조합이다.
투자조합은 개인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유망 비상장회사나 스타트업 등에 소액으로도 분산투자할 수 있는 효과적인 통로다. 상장 전 초기 기업은 담보나 실적이 부족해 기존 은행 대출이나 공모를 통한 자금조달이 사실상 매우 어려운 편이다. 투자조합은 이런 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한다. 정부 역시 이 점을 감안해 창업․벤처기업 등 투자조합 출자금에 대해 최대 100%의 소득공제와 양도차익 비과세 등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지속적으로 부여하며 제도를 육성해 왔다.
그러나 투자조합 제도 이면에는 구조적 취약점도 존재한다. 투자조합원의 신원이 주주명부에 드러나지 않는 점을 악용해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이용하거나 대주주 지위와 특수관계자 간 자금거래를 숨겨 양도소득세나 증여세를 탈루하는 사례도 적발된 바 있다.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이끄는 투자조합의 역할을 온전히 살리려면 투명성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올해 최초로 시행되는 투자조합명세서 제출제도는 바로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장치다. 투자조합의 자산 변동 시 그 내역과 조합원 명단을 함께 국세청에 제출하도록 해 그동안 파악하기 어려웠던 조합원의 현황 등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3월 14일 이후 보유자산 변동이 있는 투자조합이 제출대상이며 기한은 이달 말인 3월 31일이다.
제도 시행 첫해인 올해는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자발적인 협조를 이끌어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해 미제출 가산세는 두지 않았다. 새로운 제도 도입 시 강제적 제재보다 충분한 이해와 소통이 우선돼야 한다는 취지다.
국세청은 지난 2월부터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등 유관 단체와 수차례 설명회를 열어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동영상․카드뉴스 등 매뉴얼을 제작해 국세청 SNS와 관련 협회 홈페이지에 배포 중이다. 향후 수집된 자료는 연말정산․종합소득세 신고 시 '투자조합 소득공제' 신고도움서비스로 구현해 납세자 편의를 높이는 적극행정도 실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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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조합이 투명해지면 자본시장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신뢰가 높아진다. 이는 더 많은 자금이 벤처․신성장 기업으로 유입되고 주식시장의 질적 성장으로도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리하여 투자조합명세서 제출제도는 단순한 행정 의무를 넘어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기초 인프라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0세기 초 미국의 연방대법관 루이스 브랜다이스는 '햇빛은 최고의 살균제'라는 말을 남겼다. 투자조합명세서 제출제도가 잘 정착돼 우리 자본시장에 밝은 햇빛으로서 건강하고 투명한 투자생태계를 만드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