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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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8도가 조선 13도로 개편된 것은 1896년의 일이다. 중앙정부 - 도 - 군이라는 3단계 정부체제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분단과 건국을 거치며 현재까지 그 골격을 유지하고 있다. 한반도에 철도나 자동차가 등장하기도 전이며 기껏해야 말이 교통수단이었던 시대의 행정구역의 틀에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그 후 생겨난 광역시는 기존의 광역지자체를 더 잘게 나누는 결과를 초래했다. 재미있는 것은 북한지역이 한국의 광역지자체 숫자를 의식해 양강도, 자강도를 추가하고 황해도를 분도하며, 한국의 광역시에 해당하는 특별시를 늘여 왔다는 것이다. 이는 통일과정에서 광역지자체의 수로 대의기관의 분배가 결정될 것을 염두에 둔 듯하다. 하여간, 남북 공히 십수개의 광역지자체가 분립하고 있다. 중국 서부의 대도시인 충칭시의 면적은 남한 면적의 82%에 육박한다. 이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남한 전체를 하나의 도시국가로 운영하는 것이 가능함을 암시한다. 대학시절 한국경제론을 강의했던 교수님은 서울의 2호선이 순환선으로서 서울을 하나의 동선으로 묶은 것처럼 남한 전체를 아우르는 순환선으로서의 고속철을 만들어 남한을 하나의 도시국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갈파한 적이 있었다.
지난달 정부가 나프타 수출 통제를 실시했다. 주요 당국자는 이러한 조치가 다른 석유화학 품목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투자와 관련, "공급망은 국경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쪽을 막으면 다른 쪽에서 균열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란 전쟁으로 중동 에너지자원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상황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2025년 원유수입 10억 3000만배럴 중 중동산 비중이 70%다. 총 수입량이 4672만톤인 LNG(액화천연가스)의 경우 중동 비중은 20%로 수입선이 상당부분 다변화됐다. 최대 수입지역은 비중 33%인 호주이다. 한국 석유화학은 LNG가 아니라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NCC(나프타분해시설) 위주다. 이 점을 생각하면 에너지 이전에 산업원료 문제가 먼저 발생하는 것은 자명하다. 한국의 작년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 수출 금액은 880억달러였다. 유가하락 영향으로 전년대비 10% 가량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수출의 12%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수출품목이다. 정유화학 기업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들이라면 이미 알고있을 사실이지만, 2024년 기준 한국의 석유제품 수출은 세계 5위권이다.
포스코가 사내하청 직원 7000여 명을 순차적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산업구조의 근간을 이루던 고용 생태계의 문법을 다시 쓰는 중대한 사건이다.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원청을 향한 교섭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포스코의 선택은 원·하청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중대한 이정표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위험의 외주화를 줄이고 안전 책임을 내부로 회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지난 10년간 대형 사업장의 안전사고가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되어 왔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는 외주화된 위험을 내부로 가져오는 구조적 전환이자 책임 경영의 실천이다. 이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에 고착된 고용 관행을 바로잡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결단의 진정한 평가는 지금이 아니라 이후에 달려 있다. 직접 고용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특히 글로벌 철강 시황 악화와 탄소중립 전환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늘어나는 고용 비용은 기업에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여기서 관건은 직접 고용을 단순한 비용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로 전환하는 설계 능력이다.
2026년에도 강대국들은 국제법을 무시했다. 4년 전 러시아는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을 막는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금년 벽두부터 미국은 마약 밀매 등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잡아갔다. 그 어디에도 자위(自衛) 목적 외에는 타국에 무력행사 하지 말라는 국제법의 존중은 없었다. 소련 등 공산권의 붕괴 이후 짧게 존재했던 세계화 시대는 이로써 막을 내렸다. 1990년대엔 사람들이 토머스 프리드먼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와 '세계는 평평하다'를 읽으며 대립과 반목의 세계는 사라지고 무역과 기술진보의 세계가 왔다고 믿었다. 하지만 렉서스로 상징되는 세계화는 곧 '친구와 적'을 나누는 올리브나무의 옛 세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2001년에 9·11 테러가 발생했고,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침공으로 이어졌다. 이후 중국이 부상하고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되면서 마지막 남은 세계화의 잔광(殘光)도 사라졌다. 그리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의 베네수엘라 기습공격이 있었다.
1964년 8월 2일 하롱베이 인근에 위치한 통킹만에서 북베트남 어뢰정이 미 해군 구축함 매덕스호를 공격했다. 이틀 후 악천후 속에 미군의 레이더에 적함이 접근하는 신호가 포착되었다. 북베트남 어뢰정이 파상공격을 가하고 있다는 긴급 전문이 워싱턴에 도착했다. 이후 현장 지휘관은 레이더 오작동의 가능성이 크다며 보고를 수정했다. 하지만, 미 의회는 이를 무시하고 '통킹만 결의안'을 통과시켜 대통령에게 전쟁 수행 권한을 부여했다. 대선을 앞두고 강한 지도자 이미지가 필요했던 린든 존슨 대통령은 북베트남에 대한 공습을 강화했다. 미국은 압도적 공군 우위를 바탕으로 롤링선더 작전을 벌였다. B-52 폭격기를 동원해 북베트남의 보급로와 산업시설에 64만 톤에 달하는 폭탄을 투하했다. 수천 대의 헬리콥터가 정글 위를 질주하며 병력을 이동시켰고 네이팜탄이 터진 숲은 불바다가 되었다. 1967년 11월 현지 미군사령관은 적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터널 끝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소모전을 벌이던 1968년 1월 30일 거짓말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의 흥행이 화제다. 이 열풍이 6·3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으로 번지며, 여야 모두 '왕사남' 정치 마케팅에 몰두하고 있다. 국민의힘 친윤계는 윤석열 전 대통령 복귀를 주장하는 '윤어게인' 성향의 전한길, 고성국 유튜버에 기대어 극우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친명계는 '개딸'과 김어준 유투버의 영향력 아래 '뉴이재명계'로 진화 중이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에도 대통령을 '왕'으로 떠받드는 좌우 왕당파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은 개탄스럽다. '윤어게인'세력은 윤 전 대통령을 비운의 '단종'으로 치환해 자신들의 행위를 합리화한다. 오죽하면 인터넷상에 이재명 대통령은 수양대군, 정청래 대표는 한명회라는 우스갯소리가 떠돌겠는가. '왕사남' 정치를 활용하는 민주당의 모습은 지방선거와 차기 대권 구도와 관련되어 치밀하다. 친명계는 '대통령과의 친분'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정원오, 김남준, 송영길, 김남국 같은 이름이 거론될 때, 대중은 그들의 정책보다 '얼마나 친명인가'를 먼저 떠올린다.
최근 Web 3. 0 담론을 넘어 차세대 웹인 'Web 4. 0'이라는 화두가 부상하고 있다. 종래 인터넷 웹이 일방향적 정보습득(Read)과 사용자 참여를 통한 콘텐츠 생산(Write), 그리고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소유(Own)에 집중했다면 Web 4. 0은 AI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의사를 대리하여 자율적으로 의사결정하는 '집행(Execute)의 시대를 말한다. 이제 AI는 제품비교와 후기 탐색을 넘어, 사용자 성향을 분석해 구매결정과 계약체결을 수행하는 자율적 대리인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자율적 집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경 불가능한 기록체계인 블록체인 인프라와 AI기술의 결합이 대안으로 주목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변화와 달리 현재 금융권의 AI 활용은 내부프로세스 효율화라는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문서 검토, 계약 분석, 고객 응대 등의 업무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그 이유는 금융이 고도의 신뢰와 엄격한 내부통제를 요구하는 규제산업이기 때문이다.
2월 28일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분쟁이 한 달을 넘겼다. 전쟁이 왜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한 달간의 전쟁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첫째, 중동이라는 지역의 중요성이다. 원유 및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원 이외에 중동은 황, 요소, 암모니아 등 비료 원료 핵심 공급처이자 헬륨과 같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가스 공급처다. 우리의 일상을 책임지는 많은 것이 이곳과 연관되어 있지만 우리의 이해는 초보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다. 화석에너지의 종말을 너무나 쉽게 이야기했지만 그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의 일상 대부분이 석유에서 유래된 각종 합성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쓰레기 종량제봉투 품귀를 겪으면서 인식할 수 있었다. 모든 이동 수단이 전기로 바뀌더라도 여전히 석유는 원료물질로서 중요한 것이었다. 둘째, 미국이 변화했다는 점이다, 이제 미국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냥 해버리는 나라가 되었다. 최소한의 명분을 세우기 위한 노력이나 동맹들에 대한 결속과 지지를 유도하기 위한 행동도 이제는 없다.
최근 광화문에서 열린 BTS 공연이 큰 관심 속에 열렸다. 준비 과정에서 논란과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공연 이후를 둘러싼 논의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26만 명이 왔다"거나 "4만 명에 그쳤다"는 식의 숫자 논쟁과 경제적 효과를 둘러싼 평가가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물론 대형 행사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따지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일까. 우리는 지금 한국 사회의 매력을 지나치게 좁은 기준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지 되묻게 된다. 한류는 흔히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가 해외에서 소비되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현상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지나치게 경제적 성과의 관점에서만 해석해온 것은 아닐까. 조회수와 수출액, 관광객수 같은 가시적 지표에 집중하는 사이, 왜 한국의 콘텐츠가 세계에서 공감과 지지를 얻는지에 대한 질문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려났다. 한류는 한국에서 생산된 콘텐츠가 일방적으로 전파되는 흐름이라기보다, 각 지역의 문화적 맥락 속에서 재해석되고 변주되며 함께 만들어지는 현상에 가깝다.
지난 2월 25일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3차 상법 개정의 핵심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이다. 기업들은 기존 자사주는 1년 6개월 이내 소각해야 하고 신규로 취득한 자사주도 1년 내에 소각해야 한다. 예외적으로, 임직원 보상이나 우리사주조합 출연 또는 인수합병과 같은 사유가 있는 경우 자사주를 보유할 수 있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회사 정관에 자사주 보유 목적을 명시하고 매년 주주총회에서 '자기주식 보유 및 처분 계획' 승인을 받도록 하였다. 만약 자사주 소각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이사 개인에게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자사주 의무 소각 정책의 목적은 주주환원을 강화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자사주를 소각하게 되면 유통주식수가 감소하여 주당순이익(EPS)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아져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 또 현 경영진이나 지배주주가 경영권 방어용으로 자사주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주주와 경영자 간 대리인비용이 감소하여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되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형법상 간첩죄 기준을 '적국(敵國)'에서 '외국(外國)'으로 확장하는 법 개정이 지난달 이루어졌다. 73년 만의 이번 개정은 한국이 냉전적 사고에 머물러 있던 방첩 법제를 현실 세계로 끌어올려, 비로소 정상 국가의 방첩 체계를 갖추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우리의 간첩죄는 '적국'이라는 개념에 묶여 있었다. 6. 25 전쟁 직후인 1953년 법 제정 당시에는 이해될 수 있었겠지만, 현대 국제사회에서는 교전 중이 아닌 이상 '적국'은 없으므로, 평시 외국 정보기관의 명백한 국가안보 침해행위도 간첩죄 적용이 어려웠다. 중국이 우리 군 장교와 군무원을 포섭해 군사기밀을 빼갔을 때도 간첩죄로 처벌하지 못한 이유다. '중국은 적국이 아니다'라는 형식 논리가 법적 판단의 출발점이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행위의 본질이 간첩이었음에도 처벌 수위와 메시지는 현저히 약화 되었고, 이는 외국 정보기관에 한국이 방첩에서 취약한 공간이라는 신호를 주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구조는 21세기 안보 환경과 전혀 맞지 않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타이틀이 17년간 하지 못한 일을 영화 한 편이 해냈다. '왕과 사는 남자' 개봉 후 경기 남양주 사릉을 찾는 발길이 두 배 늘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문화재 지정도, 지자체의 관광 마케팅도 아니었다. 500년 전 정순왕후가 세조의 회유를 거부하고 염색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남편 단종이 묻힌 영월을 바라본 60년의 그리움이었다. 사람들은 문화재가 아닌 사연의 현장을 찾는다. AI 기술이 평준화될수록 진짜 돈은 서사(敍事)의 희소성에서 나온다. 기술은 복제할 수 있지만 사연은 복제되지 않는다. 오동하 감독의 '제로(Zero)'는 지난해 할리우드 AI 국제영화제 4관왕에 이어 도쿄 AI 영화제까지 석권했다. AI 소설가에 밀린 인간 창작자의 고뇌를 가장 인간적 서사로 승화시킨 결과다. 오 감독은 고교 시절부터 쓴 100여 편의 시나리오를 생전에 다 찍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AI는 서랍 속 꿈을 현실로 끌어냈다. 하이데거는 도구가 완벽히 기능할 때 의식에서 사라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