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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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공소취소'에 대한 미련이 남은 듯하다.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조작기소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특검의 기존 기소 사건에 대한 이송 또는 처분에 관한 조항들은 삭제해 달라고 국회에 부탁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을 주는 데서는 물러선 셈이다. 그러나 "공소취소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지 않는 대신 "그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법과 원칙, 상식에 따라 처리되면 될 일"이라고 했다. 기자가 "임기 뒤 재판을 받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모범답안을 제시했지만, 대통령은 끝내 답하지 않았다. 향후 '혐의 지우기'가 이뤄질 수 있는 경로는 무엇일까. 세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는 '조작기소 특검과 법무부 산하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검찰미래위)'를 통한 공소취소다. 특검이 과거 검찰의 기소 과정에 중대한 위법이나 조작이 있었다는 명분을 만들고, 검찰미래위가 진상조사 후 공소취소를 권고하면 검찰이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미국 자본시장에서 세가지 변화가 진행중이다. 첫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지난 6월 11일 '주문보호규칙(Rule 611)' 폐지를 제안했다. 2005년 도입된 이 규칙은 다른 거래소에 더 좋은 가격이 있는데도 불리한 가격에 거래하는 것을 금지한다. 거래소가 늘고 대체거래소와 장외체결업자가 성장했으며, 100만분의 1초 단위로 경쟁하는 환경을 고려해 '최우선호가'를 기계적으로 보호하는 것에서 벗어나 체결가능성, 속도와 시장충격 등 집행의 질을 종합적으로 보기 위함이다. 둘째, 24시간 거래를 위한 시장개편이다.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는 12월부터 하루 23시간 거래를 시작한다. 다만 24시간 시장이 곧 더 좋은 시장은 아니다. 야간에 유동성이 부족해 스프레드가 넓어져 시장충격이 커질 수 있다. 거래할 자유는 늘지만 좋은 가격에 거래할 가능성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셋째, 주식의 토큰화이다. 블록체인 실증에서 나아가 장기적으로 주식 자체를 온체인에서 발행·거래하는 시장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 세 가지 변화는 다른 현상 같지만 방향은 같다.
1990년대 후반 비무장지대에 들어가 생태조사를 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에 우리 군이 아닌 유엔사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졌다. 현장에서는 어디가 지도에 표시된 군사분계선인지 알기 어려웠다. 범람과 퇴적을 거치며 지형이 달라져 있었다.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에 안내자는 묵묵부답이었다. 거의 30년이 다 되어 그 질문이 새삼 떠올랐다. 지난달 21일 비무장지대에서 우리 장병들이 지뢰 폭발로 부상을 입었다. 합참은 이달 5일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남쪽에 매설한 지뢰가 원인이라고 밝혔다.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고,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군사분계선이 어디인지에 대해 북한은 물론이고 우리군과 유엔사조차도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1953년 설치된 1292개의 군사분계선 표지판 가운데 현재 식별되는 것은 200개 내외로 알려지고 있다. 경계가 불분명하다고 침범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책임을 묻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과 별도로 미래의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일도 병행해야 한다.
지난 8월 미국에서 메타가 47개 주 정부와 청소년 정신건강 피해 소송을 합의로 끝냈다. 최대 180억 달러(약 25조원)를 내고 청소년 이용시간 제한 등 설계 변경도 약속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주 정부와 화해 이후에도 학교와 개인이 낸 소송은 계속된다는 사실이다. 위법 인정은 없더라도 합의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관계는 후속 소송에서 원용할 수 있다. 미국은 포괄적 집단소송, 각 지역의 비슷한 사건을 병합 심리하는 MDL, 전체 합의 기준선과 화해 가능성을 타진하는 대표 시험재판, 그리고 징벌적 손해배상, 변호사 성공보수제, 패소하더라도 변호사 비용은 각자 부담하는 원칙(American rule) 등 촘촘한 사법·행정 장치가 더해져 개별 소비자라도 거대 기업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우리 금융소비자의 현실은 사뭇 다르다. 검사·제재, 분쟁조정, 집단소송, 단체소송, 개인소송 어느 것도 피해 구제에 충분하지 않다. 검사 및 행정 제재는 위반자를 처벌할 뿐 손실을 직접 회복시켜주지 못하며, 과징금은 국고로 귀속된다.
반도체 메가특구가 주 52시간제를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세웠다. 소득 상위 3%인 관리자와 연구개발 인력에 본인 동의를 전제로 근로시간 상한의 예외를 두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메가특구만의 문제인가. 정작 더 열악한 여건에서 일하는 상당수 취업자는 주 52시간의 울타리 밖에 있다. 자영업자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플랫폼 종사자·프리랜서 등 수백만 명은 주 52시간 상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청년들은 밤낮없이 취업을 준비한다. 스펙과 인턴을 쌓아도 번번이 취업문 앞에서 좌절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그러면서 우리는 고소득 연구개발 인력이 스스로 더 일하고자 해도 국가가 일률적으로 막아서야 하는지를 논쟁하고 있다. 주 52시간제가 장시간 노동을 줄이는 데 기여한 성과는 분명하다. 문제는 산업과 직무가 다른데도 하나의 시간 규칙으로 묶는 것이 지금도 최선이냐는 것이다. 생산직과 연구원, 저임금 근로자와 고소득 전문직은 업무의 성격도 교섭력도 다르다. 실제 산재사망도 건설·제조업과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돼 있다.
이번 학기 학교에서 1학년 학생들에게 AI와 소프트웨어 활용을 가르친다. 새내기 티를 갓 벗은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면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 고민이 많다. 현업에 종사하는 선배와 친구들을 만나면 고민을 듣는다. 청년이 처음 맡아 경험을 쌓던 일이 줄고, 성장을 기다려주던 시간도 짧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AI를 배우라는 말에 앞서, 배운 것을 자신의 역량으로 키워갈 자리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든다. 올해 9월 퓨리서치의 조사에서 한국인 76%는 향후 20년간 AI로 국내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보았다. 호주와 함께 조사국 중 가장 높다. 일상 속 AI 사용 확대에는 61%가 기대와 우려를 비슷하게 느꼈다. 배움의 열기가 AI가 만들 미래에 대한 동의를 뜻하지는 않는 것이다. AI를 배우라는 권유는 국민적 캠페인을 방불케 한다. 배움의 기회가 넓어지는 것은 반갑다. 그러나 국가가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구호가 개인에게도 도태되지 않으려면 자신을 바꾸라는 명령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자율주행, 피지컬 AI 등의 고신뢰, 초저지연 서비스 제공을 위한 'Hyper AI 네트워크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에 따르면 유무선 네트워크를 고도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 6G를 상용화하고, AI와 무선접속망을 결합한 AI-RAN을 500개 이상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달 통신3사와 함께 'AI 시대 통신망 투자촉진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발족하였으며, 연내 차세대 통신망 투자 및 규제 개선 정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통신정책은 투자 활성화보다는 가계부담 완화를 위한 요금인하에 집중해 왔다. 올해 4월 정부는 기존요금제에 데이터 안심옵션(QoS)을 적용하고 2만 원대 5G 요금제를 도입하여 연 3000억원 이상의 통신비가 절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통신산업에서는 서비스 기반 경쟁과 설비 기반 경쟁이 교대로 나타난다. 서비스 기반 경쟁과정에서 품질개선과 요금인하가 나타나지만, 규제로 인해 과도하게 요금이 낮아지면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재원 마련이 어려워져 네트워크 진화가 늦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지난 7월 31일 일본이 '국가정보국'을 공식적으로 출범시켰다. 이는 단순한 정부 조직 신설이 아니라, 전후 일본의 정보체계 역사에서 커다란 전환점을 의미한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정보활동 역량이 강한 국가였다. 메이지 시대 이후 군사·외교 분야에서 정보 수집과 분석 능력을 축적했고, 중일·러일·태평양전쟁을 거치면서 정보요원 양성, 암호 연구, 첩보 활동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패전 이후 미군정과 평화헌법 체제 속에서 일본은 제국주의를 지원했던 정보기관을 유지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부담이 됐다. 정보활동은 경찰청, 외무성, 방위성, 공안조사청 등 개별 부처에 분산된 채로 총리 산하에 소규모 분석기관인 '내각정보조사실'만 운영해 왔다. 국가 차원의 전략 정보기관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냉전기에는 미국의 정보력에 의존했다. 테러·북한·중국 문제 등 복합적 안보 위협이 대두된 이후에는 통합적 정보 분석과 조정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국가정보기관 창설 논의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군사적 재무장과 마찬가지로 군국주의 부활, 인권침해 가능성 등을 기반으로 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아 실행되지 않았다.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의 포괄적 규율을 담은 '디지털자산 시장구조법(클래리티법)'이 최근 상원의 문턱을 넘는데 실패했다. 스테이블코인 보상과 은행 예금 유출, 정치인의 이해상충 등을 둘러싼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결과이다. 그러나 이를 미국의 디지털자산 정책이 후퇴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와 별개로 이미 제정된 지니어스법을 토대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와 산업 확장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금융회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은행, 도이체방크, UBS 등 글로벌 기업들은 공동으로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특정 은행이 독자적인 코인을 발행하기보다 여러 금융회사가 함께 신뢰와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이 발행 기술 자체보다 얼마나 많은 금융회사와 기업, 이용자가 같은 결제수단을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는 판단이다. 은행의 블록체인 선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내부통제가 쉬운 폐쇄형 네트워크가 선호됐지만, 최근에는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기존 은행의 자금세탁방지, 위험관리 및 내부통제 체계를 결합하는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이버보안 특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이른바 '보안 독파모' 사업의 주인공이 지난 3일 정해졌다. 우리 기술로 보안에 특화된 AI 기반을 만든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이제 관심은 어떤 모델을 만들 것이냐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만들어진 모델이 실제 산업현장의 보안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보안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말을 잘하는 AI가 아니다. 매일 쏟아지는 위협정보를 분석하고, 수많은 로그에서 이상징후를 찾아내며, 취약점을 점검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대응을 지원하는 AI가 필요하다. 결국 보안 독파모의 성과는 모델의 크기나 벤치마크 점수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현장의 보안업무 속으로 얼마나 깊숙이 들어가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여러 산업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통의 보안서비스가 필요하다. 악성코드 분석, 취약점 점검, 위협 인텔리전스, 이상행위 탐지, 보안관제, 사고대응 등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필요한 기능이다. 이런 기능을 공통 기반으로 제공한다면 대기업뿐 아니라 보안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금리 상승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금리가 어느 정도로 올라오면 시장이 크게 흔들리게 될까요?" 같은 질문을 한다. 예를 들어 현재 10년 미국 국채 금리가 4. 7% 전후로 형성되어 있는데, 5. 0%까지 오르면 실제 시장이 긴장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다. 오랜 기간 금융 시장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해 본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시장을 흔들어놓는 특정 레벨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5. 0%까지 오른다"와 같은 어떤 정해진 숫자가 충격을 주기보다는 시장이 어느 정도 오를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레벨을 크게 뛰어넘는 레벨로 금리가 뛸 때 시장 참여자들은 크게 당황하게 된다. 5%의 금리가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일지라도 시장이 최대 5%까지 높아질 수도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면 그 레벨 자체가 문제를 만들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특정 금리의 레벨보다는 되려 금리가 올라가는 속도가 더 영향을 크게 주곤 한다.
"그 정도 깎아줘가꼬 고객한테 돈이 됩니까?"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진양철 회장 캐릭터를 패러디한 어느 온라인유통사의 '한가위 빅세일' 캠페인 광고 멘트다. 그만큼 할인폭이 압도적이라는 과장인데, 그래도 밑지고 팔지는 않을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과당경쟁을 막으려는 감독당국의 노력이 현실화하고 있음에도 보험사들이 앞다퉈 우회로를 찾아 더 많이 주려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 정도 퍼줘가꼬 GA(법인보험대리점)한테 돈이 됩니까?"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고객도 아닌 유통채널에 더 많이 주는 목적과 명분이 고객서비스'마진'을 더 많이 확보하고 회사 운영에 필요한 외형을 더 키우기 위해서라는 점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본질적으로 푸쉬영업 속성이 있는 보험업의 특성상, 고객 접점인 판매채널에 지급되는 모집수수료는 늘 주시의 대상이었다. 보험사와 판매채널 간에 팽팽하게 유지되던 힘의 균형이 IFRS17으로 회계기준이 변경된 2023년부터 급격히 판매채널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미실현이익을 앞당겨 인식하는 IFRS17의 구조도 영향을 미쳤지만, 경직적으로 이루어지던 비용집행에 대한 통제가 신제도 하에서 상당부분 느슨해진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