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총 2,191 건
"우리에겐 꿈이 없었다. " 영화 '비트'의 대사에 열광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에겐 꿈이 있었다. 1996년,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 나는 과학과 기술로 한국과 세계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당시 과학고등학교는 내신 경쟁에만 갇힌 곳이 아니었다. 친구들과 새로운 것을 배우고 함께 토론하며 무엇이든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자유가 있었다. 그 낙관은 오래가지 않았다. 대학과 사회에서 누군가는 실패했고 방향을 바꾸었고, 의대·기업·금융으로 갔다. 선택을 탓할 일은 아니다. 다만 묻게 된다. 왜 그 꿈은 오래 지속되기 어려웠을까. 최근 '인재전쟁2'가 보여준 중국은 이 질문을 다시 불러냈다. 로봇, 드론, 전기차, 인공지능의 질주는 이제 중국을 '짝퉁'과 '저임금'의 나라로 기억할 수 없게 한다. 그러나 중국의 속도를 감탄과 공포 사이에서만 읽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가져야 할 질문은 기술 발전 끝에 무엇이 있는가이다. 성과나 속도가 아니라 인간을 위한 기술 발전의 정치적 상상력이다. 데이터와 알고리즘, 공학적 실행력으로 사회를 더 빨리 예측하고 조정하고 동원할 수 있다는 '기술공화국'만이 우리의 비전이 되어선 안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지속가능성(ESG) 공시제도화 방안(초안)'을 발표했다. 2028년부터 연결기준 자산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지속가능성 공시를 의무화하고, 단계적으로 적용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공시기준은 IFRS(국제회계기준) S1(일반)과 S2(기후)를 수용한 한국지속가능성 공시기준(KSSB)을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업의 가치사슬 전체에서 간접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뜻하는 스코프3 배출량은 3년을 추가로 유예해 2031년부터 공시하고, 지속가능공시에 대한 제3자 인증도 자율적으로 시행 후 의무화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공시채널도 거래소 공시로 시작한 후 법정공시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번 안은 2021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기업공시제도 종합개선 방안'에 비해 도입시기와 범위가 많이 축소됐다. 기존 안에서는 지속가능공시를 2025년부터 의무화할 계획이었으나, 도입 시점을 3년 늦췄고 공시대상도 자산 2조원 이상에서 연결기준 자산 30조원 상장기업으로 대폭 축소했다.
최근 개정된 형법상 간첩죄는 적용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 및 이에 준하는 단체'로 넓혔을 뿐 아니라 간첩 행위를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는 것으로 구체화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배터리·바이오 같은 첨단 산업기술도 국가기밀에 포함되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중요 산업기술도 포함한다고 법에 명문화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해석상으로는 국가안보와 경제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산업기술은 당연히 국가기밀로 봐야 한다. 국가기밀은 유출 시 국가의 안전보장에 위해를 줄 수 있는 비밀로서, 형식적으로는 비밀로 분류되지 않았더라도 실질적 요건만 갖추면 된다는 것이 판례다. 과거 국가기밀은 대부분이 군사·외교상의 비밀이었다. 하지만 최근 국가 경쟁력에서 군사력보다 경제력이 중요시되고, 경제력의 근간을 기술이 차지하고 있어, 산업기술의 중요성은 급속히 증가했다. 더구나 군사력에서도 핵, 미사일, AI 등 첨단 무기체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 감에 따라 기술력은 국가 생존과 직결된 요소가 됐다.
지난 15년간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의 주인공은 단연 태양광이었다. 정부가 풍력 등을 곁들인 '균형 잡힌' 목표를 제시해 왔음에도 시장의 선택은 늘 한쪽으로 기울었다. 매년 신규 설치되는 설비의 90% 이상을 태양광이 차지해 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태양광은 지난 15년 사이 모듈 가격이 10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고 효율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인허가 문턱이 낮고 주민 수용성 확보도 유리하며, 소규모부터 대규모까지 사업화가 자유롭다. 무엇보다 터빈과 같이 움직이는 부품이 없어 운영 및 금융 리스크가 현저히 낮다는 점은 자본시장에서 태양광을 가장 매력적인 자산으로 만들었다. 냉정하게 말해 앞으로도 한국 재생에너지의 주력은 태양광일 수밖에 없다. 남은 과제는 단 하나, '발전단가(LCOE)'다. 글로벌 시장에서 태양광은 이미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았으나 한국은 예외다. 최근 국내 RE100 기업들이 체결하는 태양광 PPA 단가는 kWh당 180원 선이다. 한전의 산업용 전기요금과 비교하면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고, 20년 고정 단가의 가치를 고려하면 경제성은 충분하다.
금융은 인류 문명과 함께 발전해온 가장 오래된 산업 중 하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금융시스템의 기술적 기반은 가장 낡은 영역에 머물러 있다. 은행, 증권, 카드, 보험 등 금융의 핵심 인프라는 안정성과 연속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설계되어 왔다. 그 결과 금융기관은 장애 없는 운영, 규제 준수, 거래 기록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경제의 속도와 복잡성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도 함께 안게 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은행의 코어뱅킹 시스템이다. 은행의 핵심 장부와 거래 처리 시스템은 여전히 오래된 컴퓨터 언어와 폐쇄적 아키텍처 위에서 작동한다. 이는 과거 대량 거래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금융은 실시간 데이터, 초국경 거래, 신규 복합 상품이 생겨남은 물론 AI, 블록체인과 같은 첨단 기술까지 추가되며,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 시스템은 이러한 변화를 흡수하기 위해 계속 덧붙이고 보완하는 방식으로만 확장되어 왔다.
디지털 전환(DX)이 데이터를 축적하는 시대였다면, 인공지능 전환(AX)은 그 데이터를 '지능'으로 바꾸는 시대다. 이제 데이터는 더 이상 창고에 잠자는 자산이 아니다. AI를 통해 끊임없이 학습·추론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살아 있는 자원이 됐다. 이 거대한 전환의 흐름 속에 개인정보가 놓여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의지해 온 개인정보 보호의 전통적 문법이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과 마주한다. 지금까지의 개인정보 보호 원칙은 비교적 명료했다. 목적을 한정하고, 필요한 만큼만 수집하며, 목적을 달성하면 파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AX 시대의 개인정보는 그렇게 선형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학습 데이터에 녹아든 정보는 모델 파라미터 곳곳에 스며들어 사실상 분리하기 어렵다. 추론 과정에서는 원본에 없던 민감한 사실이 새롭게 생성되기도 한다. 정보 주체의 동의는 수집 시점에 고정돼 있지만, AI는 데이터를 끊임없이 재조합해 몇 년 뒤 전혀 다른 목적에 활용할 수 있다. 수집-이용-파기라는 기존 생애주기만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전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금융 시장이 너무나 뜨거운 것이 생소하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 물론 주식 시장에서는 코스피가 8000선에 달하는 등 뜨거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 시장의 중요한 축 중 하나인 채권 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채권 금리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 지난 해 2. 5% 가까이 하락했던 한국 국고 10년 금리는 현재 4. 2%를 넘어섰다. 미국 국채 금리 10년물 역시 전쟁 직전 3. 9%에서 최근 4. 6%까지 치솟았으며 20년, 30년 금리는 5%대를 훌쩍 넘어섰다. 일본 10년 금리 역시 3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선거 이후 정정 불안을 반영하면서 영국 국채 금리 역시 큰 폭으로 치솟았다. 주식 시장과는 달리 채권 시장이 이렇게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기저에 작용하고 있다. 중동 전쟁이 예상보다 길게 이어지고 있는데, 주식 시장은 전쟁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강한 성장에 주목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채권 시장은 전쟁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대적인 고유가, 그로 인한 고물가 기조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중심의 반도체 주식 주도로 주식시장이 상승하면서 반도체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ETF투자도 반도체에 집중되고 있어, 운용사들이 앞다퉈 반도체 ETF를 출시하고 있다. 그런데 '000채권혼합50'과 같은 상품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자산의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은 설정액이 6000억원을 넘어섰다.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이나 ACE 미국나스닥100미국채혼합50액티브같은 ETF들도 있다. 해당 상품들은 해당 주식, 혹은 지수와 채권에 5:5, 혹은 3:7로 분산투자하는 자산배분형 ETF이다. 반도체로 돈이 몰려드는 상황에서, 왜 채권 편입비중이 50%에 달하는 ETF가 인기를 끄는 것일까? 이유는 모두 알고 있는 퇴직연금 위험자산 투자한도 70% 때문이다. 이들 상품들은 위험자산 한도 70%를 넘어 주식/위험자산에 투자하고 싶은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출시된 우회 투자 상품들이다. DC형 및 IRP 퇴직연금 계좌는 국내 상장주식 직접투자가 금지된 것 외에도 위험자산에 적립금의 최대 70% 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중세 유럽의 수도사들은 성경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온종일 필사를 몇달동안 해야만 했다. 지식은 귀했고, 귀한 지식은 곧 권력이었다. 성직자들은 신의 말씀을 독점했고, 면죄부는 그 독점이 만든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1517년, 마르틴 루터는 "가난한 자를 돕는 것이 면죄부를 사는 것보다 낫다"고 외쳤다. 이 외침은 막 등장한 인쇄기를 타고 유럽 전역으로 퍼졌으며, 결국 인쇄기는 지식의 독점을 무너뜨렸다. 요즘 글로벌 IT업계에서는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라는 말이 돈다.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와 Apocalypse(종말)의 합성어로, AI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SaaS의 종말이 올지도 모른다는 의미이다. 과거에는 사람이 워드로 문서작업하고, 엑셀로 연산작업을 하며, PPT로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제는 AI가 여러 애플리케이션에서 데이터를 읽고, 문서를 쓰고, 업무를 실행한다. 인간이 소프트웨어를 쓰던 시대에서, AI가 소프트웨어를 쓰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가 아니다.
1997년 11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추락하는 원화 가치를 부양한다는 명목으로 금리의 대폭 인상을 요구했다. 시중 금리가 30%에 달했고 국가브랜드는 나빠졌다. 정부는 고강도 기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LG는 반도체를 넘겼고 삼성은 자동차를 포기했다. 세계 최강의 제조업 경쟁력을 자랑하던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은 날개가 꺾였다. 정리해고가 도입되고 비정규직이 고착화했다. 퇴출과 실업이 만연해 중산층이 설 자리를 잃었다. 그나마 제조업 기반이 강력한 환경에서 환율이 급등하자 경상수지 흑자가 불어났다. 그 덕택에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 IMF 체제는 정규직 평생직장이라는 상식을 깨뜨리며 경제 탈동기화(divergence)의 출발점이 되었다. 1990년대 말 인터넷 정보통신 기술이 이끈 닷컴 버블은 한국을 비켜가지 않았다. 인터넷과 기술주에 대한 투자 광풍이 일었고 강남 테헤란로에는 벤처창업 열풍이 불었다. 정부의 지원이 벤처와 바이오 신기술에 집중되자 전통적 제조업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늑구 신드롬'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었다. 동물원을 탈출한 늑대 한 마리의 10일은 시민들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사람들은 '잡지 마라', '자연에서 살게 두라'고 말했다. 법과 질서보다 자유의 서사가 먼저 소비됐다. 결국 늑구는 다시 동물원에 갇혔다. 하지만 그 짧은 탈출은 틀에 갇힌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시민들의 마음을 건드렸다. 늑구는 잠시나마 맹수가 아니라 '자유의 아이콘'이 됐다. 마침 정치권에서도 장동혁 대표의 '방미 10일'이 있었다. 하지만 늑구와는 결과가 딴판이었다. 늑구의 귀환은 환영받았으나 장 대표의 복귀는 비웃음을 샀다. 이유는 간단하다. 늑구는 울타리를 넘었지만, 정치인은 여전히 울타리 안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지금 정치권은 진영논리와 팬덤정치라는 이중 철창에 갇혀 있다. 여야 모두는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제거 대상으로 삼고, 정책보다 정쟁에 몰두한다. 민주당의 '조작기소 특검법'은 공소취소 논란으로 국민의힘 내 '윤어게인' 공천의 문제점을 덮고 세 결집을 도우면서 민심에 역행하고 있다.
기후 위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산업화 이전 대비 2024년 지구 표면온도는 1. 55°C 상승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폭염, 한파, 홍수, 가뭄, 산불 등 파괴적 재해가 잦아지고 피해 규모도 확대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2024년 평균기온이 14. 5°C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같은 해 자연재해로 인한 재산 피해액은 약 9,107억 원에 달했다. 기후위기는 이제 먼 미래의 위협이 아닌 일상의 현실이다. 그러나 기후 재난에 특화된 보험 상품은 매우 부족하다. 재난의 불확실성이 커 담보 범위 설정이나 수익성 확보, 정교한 요율 산출이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이러한 보장 공백은 취약계층에 그 피해를 고스란히 전가한다. 노인과 저소득층은 기후 재난에 대한 적응력과 회복력이 부족하며, 야외 노동자와 일용직 근로자는 폭염이나 한파가 닥치면 일터를 잃거나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소득 상실 위험에 직면한다. 현재 기후 위험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기후보험'이 주목받고 있다. 일부 보험사에서 미니보험 형태로 온열 질환 진단비를 보장하는 상품을 출시하고 있으나, 아직 널리 확산되지 못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