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통 논쟁과 노무현의 공화주의[MT시평/채진원]

적통 논쟁과 노무현의 공화주의[MT시평/채진원]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정치학
2026.07.10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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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노무현 적통 논쟁'이 벌어졌다. 정청래 전 대표가 자신을 '노무현 키즈'라고 하자, 송영길 의원은 "정 전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과 등을 졌다"고 반박했다. 정 전 대표가 '100% 허위 사실'이라며 사과를 요구하자, 송 의원은 즉각 사과했다.

하지만 송 의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한-미 FTA를 추진할 때 민주당 대부분 의원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 선봉에 정청래 의원이 있었다"며 "저는 한-미 FTA를 지지했다"고 말했다. 또한 송 의원은 "제2의 노무현인 이재명 대통령을 지키고 성공시켜야 깨어 있는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서 적통 논쟁이 반복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반민주적인 폐습이다. 이 논쟁의 배경에는 김민석 전 국무총리를 공격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2002년 대선 때 탈당해 노무현 후보가 아닌 정몽준 후보를 지지했던 과거를 소환하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적통 논쟁은 '노무현 정신'과 거리가 멀다. 노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람 사는 세상'을 강조했다. 특정 계파의 적자가 아니라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는 민주공화국을 꿈꿨다.

노무현 정신의 핵심은 계보나 팬덤이 아니라 탈(脫)권위주의적 대화와 토론공화국이다. 그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용기인 파레시아(Parrhesia)를 드러냈다. 물론 그는 파레시아라는 학술개념 대신 저항적 언어를 사용했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파레시아를 권력과 다수의 압력에 맞서 진실을 말하는 용기로 정의했다.

노무현은 대연정, 한미 FTA 추진, 이라크 파병처럼 지지층이 반대했던 정책도 국가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 추진했다.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판단을 국민 앞에서 말하고 토론하려 했다. 진영의 환호보다 국익과 공공선을 선택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맹목적 충성을 요구하지 않았다. 2001년 '노무현이 만난 링컨' 출판기념회에서는 "추종하는 시민에서 참여하는 시민으로 스스로의 위상을 바꾸자"고 주문했다. 2002년 대선 직후 노사모 행사에서 "나를 감시하고 나를 흔드는 사람도 감시해주세요"라고 요청했다.

오늘날 팬덤정치는 맹신과 충성 경쟁으로 흐르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이 꿈꾼 시민은 비판적 참여자였다. 그가 말한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은 권력을 무조건 추종하는 팬덤이 아니라 권력이 잘못하면 가장 먼저 비판하고 감시하는 성숙한 시민이었다.

따라서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경쟁은 '적통 논쟁'도, '이 대통령 지키기 경쟁'도 아니다. 누가 더 노무현처럼 토론공화국을 위해 불편한 진실을 말할 용기를 갖고 있는지를 겨뤄야 한다. 노무현을 계승하는 길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지지층의 눈치보다 국민 전체를 바라보는 공론정치이다. 나아가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하지 않도록 권력을 감시하며, 토론공화국의 공화주의를 위해 권력분립, 법치주의를 지키는 데 있다. 적통 논쟁에 빠질수록 노무현의 공화주의 정신은 사라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노무현이 남긴 토론공화국을 위한 파레시아 복원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정치학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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