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총 2,191 건
지난 3월 하순에 발생해 1주일이 넘어 겨우 진화된 경북 산불은 많은 인명과 재산의 손실을 가져왔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거의 모든 소방역량을 쏟아부었음에도 내륙지역인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안동, 청송, 영양을 거쳐 바닷가에 있는 영덕까지 그칠 줄 모르고 퍼져나갔다. 다행히 기상의 도움과 많은 분의 수고로 산불은 진화됐지만 복구가 막막한 상황이다. 이번 산불은 농업에도 막대한 피해를 줬는데 경북지역의 산불로 인한 농작물 피해면적은 서울 여의도 면적의 11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업에 종사하는 농가들은 쉽게 회복하기 어려운 재난을 당한 것인데 재해보험금을 포함한 피해에 대한 조기지원 등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 한편 산불피해를 농산물 수급관리 관점에서 보면 또 다른 걱정거리가 있는데 산불이 휩쓸고 간 경북지역이 사과, 마늘, 양파 등 주요 농산물의 주산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과의 경우 경북지역이 우리나라 최대 주산지로 자리잡았는데 지구 온난화로 사과 과수원이 대구에서 계속 북
역대급 피해를 낸 경북 산불이 힘겹게 꺼졌다. 엄청난 규모의 산불은 우리가 과거의 방식대로 산불을 예방하거나 맞설 수 없음을 보여줬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내버려두면 나무들은 잘 크고 산림은 건강해질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은 붕괴됐다. 관리되지 않는 숲은 대량의 낙엽을 포함한 각종 인화물질이 쌓인 위험지대가 됐다. 키 작은 관목과 키 큰 교목이 어우러진 숲은 생태적으로는 건강할지 모르지만 효과적인 화재진압을 가로막는 요소가 됐다. 공중에서 물을 뿌려도 바닥의 불에 닿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헥타르)당 수백 톤이 쌓인 낙엽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산불확산의 통로가 됐다. 우리의 무관심이 만든 결과다. 대규모 산불을 경험하고 나니 모두가 임도를 이야기한다. 일본의 20% 수준인 임도를 많이 건설해야 화재진압을 효과적으로 하고 산림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문제는 임도건설의 비용적 타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화재진압만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임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진영대결과 정치양극화로 분열돼 쪼개진 것은 오래된 일이다. 정치양극화란 단순히 진보와 보수가 이념적으로 당파적으로 정서적으로 갈라지는 게 아니라 정당간 또는 정당 내부의 중간지대(middle ground)에 있는 중도성향의 유권자 비율이 낮아지면서 진보는 극진보로, 보수는 극보수로 쏠리면서 양 극단의 입장만 과다대표되는 현상을 말한다. 즉, 정치양극화란 정치권 경쟁이 중도층을 겨냥하기보다 양 극단으로 치우치는 현상으로 민주주의의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현상이다. 12·3 계엄사태 이후 정서적 양극화도 극에 달했다. 상대를 대화와 공존이 아닌 타도, 괴멸, 척결의 대상으로 보면서 심리적 내전상태에서 거리의 내전상태로 나아간다. 상대를 극우, 파시스트로 규정하면 상대는 가만 있겠는가. 상대를 좌익빨갱이, 종북좌파로 악마화하면서 마녀사냥을 하게 돼 있다. 이 살벌한 내전상태를 멈추기 위한 해법의 단초는 무엇일까. 여러 해법이 있겠지만 '정치적 감정의 조
마약 혐의로 체포되어 구속된 피고인이 있었다. 2021년 12월 23일에 구속영장이 청구되었고, 크리스마스 이브인 다음 날 오전 11시 영장실질심사(형사소송법 제201조의2에 따른 심문절차)가 진행되었으나, 무슨 사유였는지 당일 심문이 종결되지 않았다. 판사는 이날 오후 8시 2021년 12월 29일 오전 11시로 다시 심문기일을 지정하는 통지를 했다. 하지만 다른 판사는 다음날인 25일 오전 10시 심문기일을 진행한 후 심문을 종결했고, 30여분만인 오전 10시35분 결국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피고인은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인 심문기일을 하루에 마치지 못한 것이 위법하다며 상고했는데,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2도9819). 판결 내용 자체가 아니고 피고인의 신병확보를 위한 구속 등의 조치가 법령에 위반되었음에 지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피고인의 방어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고 판결의 정당성마저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여지는 정도에 이르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금융시장의 리스크들이 부각된다. 물론 당장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투자자들이 경계해야 하는 금융시장의 4가지 리스크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첫째,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우려를 들 수 있다. 최근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0%를 상당수준 상회한다. 또한 춘투를 거치면서 임금인상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여 일본 내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이에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인상 카드를 고려할 수 있다. 일본의 금리인상은 엔화 보유의 매력을 높이는데 이는 뜻하지 않은 엔화강세로 이어지며 지난해 8월 글로벌 금융시장을 크게 뒤흔든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을 재차 자극할 수 있다. 다만 지난해 이를 한 차례 겪었기에 일본은행은 급격한 금리 및 환율변동엔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그 우려를 누그러뜨리는데 집중한다. 둘째,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를 꼽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부과 및 미국 경제의 차별적 성장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글로벌 무역질서가 요동친다. 취임 직후부터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 주요 교역국에 10~25% 고율관세를 발표하고 철강과 알루미늄에도 추가관세를 부과했다. 최근엔 전 세계를 겨냥한 상호관세까지 꺼내 들며 세계 경제를 거센 풍랑 속으로 몰아넣었다. 이번 관세폭풍은 1기와 결이 다르다. 당시엔 미중 패권경쟁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주요 동맹국과 파트너까지 겨냥해 전선을 넓혔다. 특히 속도전 양상으로 상대국의 대응 여지를 줄이며 '경제안보' 프레임을 내세워 무역을 전방위 '경제전쟁'의 무대로 만들었다. 수출 현장에서도 체감경기 악화가 뚜렷하다. 한국무역협회가 조사한 올해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84.1로 기준선 100을 밑돌며 기업들의 우려가 커진다. 특히 미국 비중이 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의 하락폭이 두드러진다. 당장은 충격의 범위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의 관세가 여타국에 부과된다면 우리의 피해는 일부 업종에 국한될 수 있
도널드 트럼프가 취임하자마자 미국 내의 시스템뿐만 아니라 세계 질서에도 충격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관세부과다. 국부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무역보다 오히려 자유무역이 국부를 창출한다는 것은 애덤 스미스 이후 경제학자들이 선도적으로 밝혔다. 1846년 영국이 곡물법을 폐지한 이후 자유무역은 세계 질서가 됐다. 1930년대 보호무역은 대공황으로 연결됐고 이는 주요 강대국을 중심으로 한 블록경제를 만들었고 그 결과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결국 2차대전으로 이어졌고 2차대전은 영미를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독일·이탈리아·일본을 축으로 한 파시즘, 소련의 사회주의라는 세 체제의 경쟁으로서 전쟁이었다. 세 체제 중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는 통일전선으로서 연합국을 형성했고 거악을 물리치기 위해 차악과 손잡은 자유주의 세력이 주도한 이 연합은 고립된 파시즘 체제를 패퇴시켰다. 2차대전이 끝나자마자 파시즘이 패퇴한 그 자리에 자유주의 체제와 사회주의 체제가 밀려들었고 두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를 해제한 지 34일 만에 재지정하며 시장에 일대혼란을 야기했다. 사실 단순한 번복이 아니라 신규 토허제 재지정은 강남·서초·송파·용산 4개구 전체 약 40만가구가 대상이라 종전 대비 수십 배 강한 적용이라 할 것이다. 당장은 토허제 재지정예고일까지 한 주 동안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냈을 4개구의 주택매매자들에게만 이런 혼선이 작동하겠지만 6개월 동안은 서울 전역이 여러 혼선에 휩싸여야 한다. 특히 당장 토허제 해제지역과 인접한 지역인 강동·성동·마포구 등에 영향이 있을까 촉각이 곤두선 상태다. 이들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퍼진다면 서울 전역에 전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해야 할 사항이다. 특히 2020~2021년 토허제 때문만은 아니지만 서울 대비 경기도가 초과상승한 적이 있고 이것이 현재 경기도 과상승 및 매수자들의 역전세 및 가격하락에 따른 심대한 침체로 이어졌음을 현시점에 목도해서다. 문제는 토허제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서울중심론이 더 심
단순한 실적발표 외에 기업들의 전략이나 비전에 관심이 많은 직업의 특성상 '시장지배력'이나 '초격차', 혹은 '리딩' 같은 표현을 많이 접한다. 주식용어가 더 친근한 애널리스트로서 이러한 표현들은 기업의 경쟁력을 의미하는 '경제적 해자'라는 말을 '너무' 멋지게, 그리고 다소 과하게 포장한 것이 아닐까 한다. '경제적 해자'라는 중립적 표현과 달리 이러한 표현들은 마치 해당 기업이 모든 상황을 통제한다는 듯한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고 자칫하면 스스로 말에 '취할' 수도 있다. 그래서 아무리 훌륭한 기업이라도 이런 표현을 자주 사용하면 더 조심해서 관찰하곤 한다. 지금이야 HBM으로 바뀐 판도에서 추격에 골몰하지만 한때 외계인을 고문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럴 수 있느냐고 삼성전자를 찬탄한 때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중국 삼성전자가 중국 YMTC의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라이선싱키로 했는데 이미 2년 전 '세미콘 코리아 2023' 등의 행사에서 YMTC의 기술약진에 대한 언급이 있었
기획재정부가 지난 12일 상속세 과세체계 합리화를 위한 유산취득세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현행 상속세 과세방식은 사망자가 남긴 전체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하고 상속인들이 각자 받은 재산비율대로 안분해 상속세를 납부하는 유산세 방식이다. 이와 달리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실제로 상속받은 재산에 대해 각자 상속세를 계산해 납부하는 방식이다. 담세력에 따른 과세원칙, 증여세 과세와의 체계정합성, 국제적 동향 등을 고려할 때 유산취득세 방식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내놓은 유산취득세 제도에서 상속세 과세는 어떻게 달라질까. 가장 큰 차이는 피상속인의 전체 상속재산이 아니라 상속인이 취득하는 상속재산 기준으로 과세된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엔 상속인들이 연대납세의무를 부담하지만 개정안에선 상속인별 납세의무를 원칙으로 하되 조세채권 확보가 어려운 경우에 한해 연대납세의무를 부과한다. 피상속인이 상속인 외의 자에게 5년 내 증여한 재산은 더이상 상속세로 합산과세되지 않는다. 현행
"사회가 아이를 키우는 가정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결국 아이도, 가정도, 사회도 무너질 것이다." 미국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의 이 말은 지금 한국 사회에 깊은 시사점을 던진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5명으로 소폭 반등했다. 9년 만의 증가다. 그러나 이것이 지속 가능한 변화인지, 일시적 착시인지 아직 확신할 수 없다. 2011년 이후 줄곧 감소한 혼인건수가 2023년 19만3673건으로 소폭 증가(0.6%)하며 하락세를 멈춘 것이 출산율 반등의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2024년엔 혼인건수가 약 22만4500건으로 15.9% 증가했다. 결혼이 다시 늘어나면서 출산율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핵심 가임기 여성인구(25~39세)가 2030년까지 350만명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이러한 수치변화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하락이 구조적인 문제임을 의미한다. 출산장려금이나 일시적 인센티브로는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클라우디아 골딘 교수
이제 국민이 왕이다. 명실상부 민주공화국이다. 그런데 국민이 폭군이 되면 어떻게 되나. 사서나 사극에서 간신이 왕에게 솔직한 고언(苦言) 대신 감언(甘言)만 들려주면서 왕의 호의를 얻는 장면을 자주 접하는데 그럴 때마다 왕과 간신을 욕한다. 쓴 것보다는 단 것을 좋아하는 게 인지상정일진대 국민이 그런 왕보다 잘 처신할 수 있을까. 현대의 정보기술(IT)은 '알고리즘'이라는 간신을 개발했다. 눈치가 100단이라 사용자의 선호와 취향을 기가 차게 알아채고는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골라 내놓는다. 알고리즘의 눈치가 빠를수록 사용자들은 그 앱이나 사이트를 자주 방문하고 그 앱이나 사이트의 개발자는 큰돈을 번다. 우리는 왕에게 직언하는 신하를 '충신'이라고 부르면서도 우리 자신의 눈과 귀에 거슬리는 콘텐츠는 피한다. 이렇게 국민은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폭군이 돼가고 간신에게 둘러싸여 즐거워하다 우연히라도 충신을 만나면 역정을 내고 피한다. 정보기술이 만든 가상공간 역시 폭군이 충신을 피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