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독립혁명이 혁명적인 것은 그것이 식민지 모국인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도모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당시 영국의 북미 식민지 13개 주는 각각이 영국의 식민지였을 뿐 서로 관계가 없었으나 1776년 필라델피아에 모인 13개 주의 대표는 13개 주가 영국에서 독립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연방국가가 됨을 선언했다. 인류사에서 국가의 기원이 명백히 기록으로 남아 있는 소위 인공국가의 대표적인 예다.
이후 미국의 확장은 새로운 주가 기존 연방국가에 편입되는 형식이었다. 노예제를 폐지한 북부의 주들과 존치한 남부의 주들은 하나의 연방국가 안에서 경쟁했고 영토확장에 따른 새로운 주가 자유주가 되는지 노예주가 되는지는 첨예한 경쟁의 문제였다. 이 격화된 경쟁은 연방국가 틀 안에서 평화적인 방식으론 해결되지 않아 결국 남북전쟁으로 이어졌다. 논리에 의한 설득이 아닌 전쟁에 의한 굴복으로 연방국가를 보전한 에이브러햄 링컨은 이후 연방 확장의 든든한 기초를 놓았다.
미국이 성공한 요인 중 하나는 50개 주가 연방의 틀 안에서 경쟁했다는 것이다. 각 주는 사람과 물자와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혁신을 위한 경쟁은 특정 주가 취한 최선의 모델이 다른 주로 확장되는 선순환을 가져왔다. 동부 연안의 작은 주인 델라웨어가 기업과 주주들에게 최선의 모델인 회사법을 제정하자 미국 전역의 대기업이 델라웨어 회사법을 적용받기 위해 델라웨어에 경쟁적으로 본사를 설치했다. 델라웨어 법원은 델라웨어 회사법의 해석에 있어 독보적으로 앞서나갔고 델라웨어 회사법과 판례는 미 전역으로 확산했다.
미국의 법인세와 개인소득세는 연방·주의 이중구조를 반영해 각각 별개로 존재한다. 미국 내 기업·시민들은 연방국가에는 연방소득세율에 따른 소득세를 내고 주에는 각 주가 정한 주소득세를 납부한다. 막대한 유전으로 재정이 든든한 텍사스는 주 법인세율·개인소득세율을 제로로 만드는 파격을 단행했고 이로 인해 캘리포니아 등 세율이 높은 지역의 많은 기업이 텍사스로 이전했다.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소비세 역시 주별로 천차만별이다. 주말이면 소비세가 낮은 지역에서 쇼핑하기 위해 주의 경계를 넘는 차량으로 도로가 메워진다.
1993년 출범한 유럽연합(EU)은 명백히 미 연방을 모델로 삼았다. 이들은 달러패권에 도전하기 위해 심지어 유로화라는 인공적인 통합화폐를 만들었다. 하지만 EU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확대일로고 유럽은 축소된다. 미국과 달리 혁신을 위한 경쟁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산요소들이 보다 나은 환경을 위해 과감히 이동하는 미국과 달리 유럽은 자본과 노동력의 이동이 지리적, 문화적, 제도적 장벽을 쉽게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이 작금의 개헌논의에 시사하는 바는 명백하다. 연방제에 준하는 파격적인 지방분권 개헌이다. 법인세와 개인소득세를 중앙·지방으로 이원화하되 최소한 반반으로 해야 한다. 부가가치세도 공급이 이뤄지는 지역의 지방세로 해야 하고 세율을 각 지방이 결정하게 해야 한다. 최저임금 수준도 각 지방이 스스로 결정하게 해야 한다. 지방의 거점화는 중앙이 뿌려주는 시혜가 아닌 지방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어야 한다. 강해진 지방들의 연합으로서 강해진 중앙은 북한 지역의 지방들을 끌어안는 모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