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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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넷플릭스의 딘 가필드 정책총괄부사장이 국회를 찾았다. SK브로드밴드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망 사용료 문제에 대해 읍소 전략을 펴기 위해서다. 가필드 부사장은 과방위의 이원욱 위원장,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과 만나 망 사용료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넷플릭스 트래픽이 미미하다거나 해외에서 한국 기업들도 똑같은 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동통신사들과 망 사용료 문제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언급도 있었지만, 자사의 망 사용료 지불이 부당하다는 인식은 그대로였다. 가필드 부사장은 국회 방문 다음 날 "한국 정부가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가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 전송료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하기까지 했다. 넷플릭스가 국회까지 찾아와 망 사용료 지불의 부당함을 호소한 이유는 패소와 규제 입법이라는 두 가지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가필드 부사장의 표면적인 방한 목적은 '오징어게임' 흥행이었지만 실제로는 망 사용료 문제 해결을 위한 게 아니냐는 의심마저 제
최근 스타트업 커뮤니티에서는 한 업체의 파격적인 채용방식이 입방아에 올랐다.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분야 유망 스타트업 A사는 아직 대중적 인지도는 부족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성장잠재력이 크다고 전망하는 곳 중 하나였다. 최근 투자에도 성공하면서 서비스 확대를 추진 중이었다. 개발인력 채용도 이런 일환으로 필요했다. 개발자가 절실한 만큼 '높은 몸값'을 부르는 건 필수였다. 시니어급 개발자들에게 기본급으로 최소 1억원을 내걸었다. 주니어급한테는 최소 5000만원을 제시했다. 여기에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성과급 등을 고려하면 흔히 업계 최고로 쳐주는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에 못지않은 처우였다. 그러나 사람들을 정말 놀라게 한 것은 다른 부분이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인력영입 방식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A사의 개발자 영입을 추진한 헤드헌터는 우수한 개발자가 많은 한 IT(정보기술)회사로 직접 찾아갔다. 그는
갑작스런 한파로 양상추 가격이 급등하면서 프랜차이즈업계가 양상추 수급 문제에 직면했다. 이는 '양상추 빠진 햄버거'로 이어졌다. 시작은 '한국맥도날드'다. 지난달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양상추가 평소보다 적게 혹은 제공이 어려울 수 있다"며 대신 무료 음료 쿠폰을 제공한다고 알렸다. 양상추 없는 햄버거를 받아든 소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불고기 마카롱이냐" "'정크푸드'인데 몸이 더 안 좋아지는 느낌이다" "대체 가능한 채소를 넣어야지" 등 불만이 쏟아졌다. 맥도날드는 "내부 품질 기준에 맞는 양상추만 써야 해 다른 채소로 대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후 '버거킹'도 일부 매장에서 양상추 공급을 중단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양상추 대신 '너겟킹' 3개를 대신 주고 있다. 실제 4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상등급 양상추 10㎏의 평균가는 2만1511원으로 전년 동월 동일 대비 161.0% 올랐다. 그런데 모든 업체들이 맥도날드처럼 대응한 것은 아니다. 롯데GRS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은 상황이네요." 얼마전 독자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최근 작성한 초전도케이블 관련 기획 기사에 대한 개인적 소회가 담겨있었다. 그는 한국의 초전도케이블 기술력에 감탄하면서도 앞으로에 대해선 걱정했다. 독보적 기술력을 확보했음에도 높은 초기비용 탓에 시장을 키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반생반사의 고양이에 빗댔다. 초전도 케이블은 극저온에서 전기 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초전도체를 활용해 만든다. 기존 구리 케이블보다 송전용량을 5배 이상 늘리면서도 송전손실을 10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저전압으로도 대용량 송전을 할 수 있어 변전소도 필요없다. 초전도케이블이 '꿈의 전선'으로도 불리는 이유다.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만큼 초전도케이블 총괄기술을 확보하고 실증사업을 진행 중인 곳은 4개국 5개사(한국 LS전선·프랑스 넥상스·일본 스미토모·후루까와·미국 울테라)에 그친다. 이중 LS전선은 단연 최고다. 보유 제품의 성능과 라인업 모두에서 앞섰다. 상용화
# 내년 5월 결혼하는 친구가 있다. 나주 공기업에 다니는 친구는 회사 앞에 방을 얻어 사는데 예비신부 직장이 서울이라 내년에 집을 구할 작정이었다. 주말부부로 살기 위해서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최근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으로 '내집 마련'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에 5억~6억원 사이의 신혼집을 살 생각이었지만 내년 1월부터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으면 개인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대상이 되면서 필요한 금액을 대출 받지 못해서다. 그나마 전세대출은 DSR 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전세를 알아본다고 했다. 그는 전세대출을 갱신해야 하는 시점에 정부가 돌연 전세대출을 규제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도 내비쳤다. 정부가 지난주 개인별 DSR 규제를 앞당겨 시행하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빚을 내라'는 게 핵심이다. 18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 뇌관이 될 가능성이 커 관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정점) 대비 40%로 정했다. 도전적 목표지만 GDP(국내총생산)에는 0.07% 밖에 타격이 없다는 게 정부의 발표다. 고용은 현상 유지되거나 오히려 0.02% 늘어난다고 한다. 기업이익 등 부가가치의 총합이 GDP임에 비춰보면 산업계의 격렬한 반대가 이해되지 않는 숫자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40% 상향의 경제적 효과 분석에는 '일반균형모형'(CGE)이 쓰였다. 한 기업의 비용이 다른 기업의 매출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모델이다. 연구를 수행한 한국환경연구원(KEI)은 사회 전 부문에 탄소저감을 위한 탄소가격제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세수를 고용전환 지원에 활용해 기업에 돌려주는 것으로 가정했다. 학계에서는 이를 '이중배당'이라 부르는데,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구윤모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거둔 돈을 기업들에게 환류
오징어 '대선'.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나오는 자조적 목소리다. 최후의 1인이 되면 456억원의 천문학적 돈을 갖는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내용을 대선에 빗댄다. 비유의 핵심은 실패했을 경우다. 드라마 속 최후의 1인이 되지 못한 참가자들은 목숨을 잃는데 대선주자들 역시 단순한 패배 이상의 리스크(위험)를 짊어진다. 각자 지지 후보를 두고 사활을 건 여야 인사들도 이같은 상황에 쓴웃음으로 술잔을 들이킨다. 그러면서 검찰을 말한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 수사에 착수한 지 오래다. 해당 의혹과 관련해 새 인물과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국민은 여야 대선주자들을 번갈아 보지만 검찰은 그 물음에 답을 안 내놓는다. 검찰이 대선 판도를 보고 저울질에 들어갔다는 의심이 고개를 들고 오징어대선이라는 비유는 정치권을 파고든다. 논란을 부른 핵심 인사들의 구속 영장조차 발부되지 못하는데 정작 비판의 화살은 영장을 기각한 법원보다 검찰의 설익은 수사를 향하는
국회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플랫폼 독과점 문제를 최대 화두로 다뤘다. 온택트 시대라는 호황기를 맞은 플랫폼 기업들의 갑질 행태를 점검하고 개선책을 찾기 위해서다. 과방위, 정무위, 산자위 등 여러 상임위에 플랫폼 기업인들이 줄줄이 증인으로 불려왔다. 여야를 막론하고 플랫폼 사업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과 논란에 질타를 쏟아냈다. 플랫폼 기업인들은 의원들의 파상공세에 고개를 숙였다. 딱 거기까지였다. 지난 21일 과방위의 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의장이 출석했다. 김 의장은 올해만 세 번째 국감장에 불려왔다. 대기업 총수로 전례 없는 일이다. 의원들은 두 사람을 향해 과다 수수료 부과, 과도한 광고경쟁 유발, 중소기업·소상공인 영역 침범 등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앞서 정무위, 산자위 국감에서 다룬 내용과 다를 게 없었다. ICT 소관 상임위의 차별점을 찾기 어려웠다. 이 GIO와 김 의장은 연이은 플랫폼 갑질 지적에 개
'대장동 의혹' 수사에 검·경 협력은 없다. 사실상 검·경이 중복 수사를 진행하면서 신경전까지 벌어진다.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를 하다보면 검찰이 다 가져간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신경전은 '곽상도 의원 아들의 퇴직금 수수 의혹'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전화 확보 과정에서 두드려졌다. 경찰은 곽 의원 아들 의혹을 수사하면서 수원지검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는데 반려됐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서 동일 사건을 수사하고 있어 송치를 요구하겠다"고 했고, 결국 해당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다. 유동규 전 본부장 휴대전화도 검찰과 경찰이 각각 한 대씩 따로 확보한 상태다. 먼저 유씨가 최근 사용하던 '아이폰'을 확보한 건 경찰이다. 이후 유 전 본부장이 과거 사용해 온 휴대전화는 검찰이 유씨의 지인 자택을 압수수색해 확보했다. 그런데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한 날보다 이틀 먼저 경찰이 수원지검에 같은 내용으로 영장을 신청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이 압수수색 영
"아늑하다." "신혼부부 중에 선호하는 사람이 많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김현미,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화성동탄 공공임대주택' 단지를 찾아 한 말이다. 전용 44㎡(약 13평) 복층형 구조에 방 2개, 거실, 주방, 화장실로 구성된 실내를 둘러본 소감이었다. 이 주택은 보증금 7200만원에 월세 27만원이면 입주할 수 있다. 서울 시내 웬만한 원룸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방문한 후 9개월째 공실 상태다. 입주자 소득과 자산 기준을 완화했으나 여전히 찾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완공된 공공임대주택 중 입주자를 찾지 못한 집이 전국적으로 5만4746호에 달한다. 이 중 약 65%인 3만5476호가 6개월 이상 장기 공실 상태다. 혈세 수 조원을 들여 만든 새 아파트 수 만채가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심 외곽 지역에 지어진 탓에 교통, 학군 등 입지 여건이
"이제 직원 10명 규모인데 협회비가 6000만원입니다." 최근 취재했던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가 '업권'을 관리하는 협회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다. 돈을 받는 협회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협회. 이 협회는 지난 6월 출범한 금융위원회 산하 법정단체다. 금융당국은 개인 간 대출·금융투자(P2P) 산업을 온라인투자연계금융으로 제도화하면서 관련 법에 협회 설립과 의무 가입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관련 스타트업은 당국에서 먼저 승인을 받고, 협회에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그렇게 업권의 자율관리를 목적으로 설립된 협회는 금융감독원 국장 출신이 초대 협회장을 맡았다. 당국과 업계를 잇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타트업들은 협회비 명목으로 최소 1000만원에서 1억원 이상을 요구받았다. 이 돈은 매년 내야 한다. 다른 분야에도 스타트업 협단체들이 있다. 특수한 경우를 빼면 대개는 회비가 없거나 50만~100만원 수준이다. 정작 놀랐던 부분은 따로 있다. 수천만원씩 비용을 내는 점에 문
'BB크림과 에어쿠션'을 앞세워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K-뷰티가 지난해 독일을 누르고 세계 3위로 올라섰다. 2020년 국내 화장품 수출규모가 75억 달러로 가전, 휴대폰, 의약품을 제칠 정도로 무섭게 성장하면서 프랑스, 미국에 이어 당당히 세계 화장품 수출 세계 3위가 된 것이다. '세계 3위 수출국'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K-뷰티가 처한 상황은 위기나 다름없다. 수출 규모 자체는 늘었지만 전체 수출의 5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는 K-뷰티의 경쟁력이 밀리면서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더페이스샵, 메디힐 등 중저가 브랜드 매출이 급락하고 있다. 대중국 수출 증가율도 프랑스, 일본과 비교해 둔화되고 있다. 한류열풍과 함께 중국에서 '메이드인코리아'라면 믿고 샀던 시대가 끝난 것이다. 중국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 하에 지난 5년간 C-뷰티 브랜드가 무섭게 성장해 K-뷰티의 입지를 잠식했다. 이미 중저가 시장에서는 K-뷰티의 전성시대가 끝났으며 럭셔리 시장에서도 유럽 화장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