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5월 결혼하는 친구가 있다. 나주 공기업에 다니는 친구는 회사 앞에 방을 얻어 사는데 예비신부 직장이 서울이라 내년에 집을 구할 작정이었다. 주말부부로 살기 위해서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최근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으로 '내집 마련'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에 5억~6억원 사이의 신혼집을 살 생각이었지만 내년 1월부터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으면 개인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대상이 되면서 필요한 금액을 대출 받지 못해서다. 그나마 전세대출은 DSR 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전세를 알아본다고 했다. 그는 전세대출을 갱신해야 하는 시점에 정부가 돌연 전세대출을 규제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도 내비쳤다.
정부가 지난주 개인별 DSR 규제를 앞당겨 시행하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빚을 내라'는 게 핵심이다. 18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 뇌관이 될 가능성이 커 관리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정부 논리다. 부인하기 쉽지 않은 얘기다.
문제는 정책에 대한 신뢰다. 새로운 가계대출 규제가 나올 때마다 자금 계획이 꼬였다는 호소가 빗발쳤다. 이번에도 어김 없이 내년 초 대출을 받아 '내집 마련'을 꿈꿨던 무주택자들이 정책 돌팔매질의 대상이 됐다.
불과 5개월 전 금융당국은 무주택자의 '내집마련'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며 이들에 대한 LTV(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 우대폭을 최대 20%P(포인트) 확대키로 했다. 그런데 최근 대책은 이를 무력화시켰다. 개인별 DSR 규제 대상이라면 LTV 우대를 받더라도 DSR 한도 내(은행 40%)에서만 대출이 나오기 때문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DSR 2단계 규제를 적용받는 차주는 전체의 13.2%에 불과해 대부분 서민, 취약계층이 대출을 이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내년에 대출을 받으려던 실수요자를 고려하면 지나치게 낮춰잡은 수치다. 올해와 비교해 내년에도 크게 달라질 것 없는 근로소득만으론 천정부지 치솟은 집을 사는 건 더 어려워졌다. 집값은 못 잡고 '대출 사다리 걷어차기'로 자칫 실수요자만 잡은 것은 아닌지 한번쯤 걱정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