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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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이른바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1년 2개월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산업계는 두 팔 벌려 환영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자원으로 꼽히는 데이터의 활용과 유통이 활발해지고, ‘가명정보’를 상업적으로 활용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데이터 3법이 국회 통과되자마자 관련 부처들이 모두 참여하는 ‘데이터경제 활성화 TF(전담팀)’를 출범하고 다음달 종합 지원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데이터3법 통과로 금융·의료·통신·미디어 등 여러 분야 전에 없던 융합 데이터가 생성되고 본격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 개발과 시장조사 등 데이터 활용 분야도 넓어진다. 서로 다른 분야 데이터가 안전하게 결합되면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나 혁신 서비스도 활성화될 수 있다. 예컨대 개인의 의료 데이터가 ‘가명정보’로 바뀌어 활용된다면 신약 개발이나 의료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 보험사가 보유한 운전보험
3일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가 끝나자 기자들은 홍남기 부총리를 만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 행사장 출구에서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15분 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혹여 놓쳤을까 홍 부총리를 찾아간 자리에서 조금은 생경한 장면을 봤다. 홍 부총리는 사람들이 우르르 나가는 행사장 출구에 서서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하며 배웅했다. 그가 한국 경제를 이끄는 경제 사령탑이란 사실을 몰랐다면 행사 주최자이거나 호텔 지배인쯤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문지기처럼 선 그는 악수하고, 눈을 마주치고, 대화했다. 경제계 신년인사회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 LG 등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기업 대표들과 국무총리, 여야 대표, 장관, 국회의원 등 정관계 인사들이 만나는 자리다. 사실 기업인이 주인이고, 정치인이나 관료는 손님인 행사다. 홍 부총리는 행사장에 들어가기 전에 기자들과 만나 "규제완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집중적으로 규제를 풀어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인사회가 끝난
"우리나라가 가진 기술로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깨끗한 '그린 수소'의 가능성을 묻자 박가우 지필로스 대표가 내놓은 대답이다. 그의 목소리엔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 실제 그는 올해 '그린 수소' 생산을 앞두고 있다. 공기업과 관련 업체, 학계와 연구기관 등 8개 기관과 오는 4월이면 제주도에서 나오는 풍력에너지 전력을 기반으로 한 '완전히 청정한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정부가 지난해 1월 17일에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보다 앞서 준비됐다. 재생에너지를 연구하던 박 대표가 2017년 유럽에서 '그린 수소'의 가능성을 본 뒤 만든 제안서가 시작점이었다. 제안서는 공기업, 관련 업계들의 협력으로 약 3년 동안 사업으로 추진됐다. 그 사이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이 나왔고, 이에 맞춘 '그린 수소' 개발 계획이 앞다퉈 등장했다. 제주도의 미활용 재생에너지 전력을 저장가능한 한국산 '그린 수소'로 만들자는 제안서는 모두가 '윈-윈'(win-w
“잘 취재해보라” 지난달 4일 청와대 관계자가 ‘김기현 첩보’를 청와대에 제보한 인물이 혹시 송철호 울산시장과 이해관계에 있는 이가 아니었냐는 질문에 대해 내놓은 답이다. ‘단순 제보’라는 입장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하지만 그날밤 ‘김기현 첩보’ 제보자는 송 시장의 측근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 확인됐다. 특히 송병기 부시장은 김기현 전 시장과 사이가 틀어진 후 ‘송철호 라인’을 탄,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인물이었다.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에피소드는 여권 내에서 회자된다. 청와대 시스템에 적색등이 켜졌다는 신호 중 하나로 말이다. 두 가지 모습이 드러났다. 첫째 ‘이해상충’ 문제도 자각못할 정도로 청와대 인사들이 안일한 생각을 가졌다는 것. 둘째 핵심 정보인 ‘제보자’에 대한 메시지를 어떻게 다듬을지 논의 조차 안 했다는 것. 게다가 안일함과 소통 부재에 기반한 메시지가 끊임없이 나온다. 청와대 내부에 긴장과 의지가 충만한 상태면 결코 나올 수 없는 현상이다
“조용히 노년을 보내려 했기 때문에 굳이 가게이름을 널리 알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선정기관에서 권유를 받아 신청한 것뿐인데 선정된 후 혜택을 본 것은 없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2018년부터 시행 중인 ‘백년가게’에 선정된 도소매업체 대표 A씨의 말이다. 백년가게 육성사업이 별다른 효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9월 중기부가 2018년 백년가게에 선정된 점포 81곳을 조사한 결과 선정 전후 ‘매출·고객의 변화가 없다’고 답한 비율이 51.2%로 나타났다. 42.5%는 ‘개선됐다’고 답했지만 정부가 나서서 지역의 ‘숨은 강자’를 대대적으로 발표한 것치고는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백년가게 음식점 대표 B씨는 “예상 밖에 손님이 늘지 않았다”며 “아마 단기간에 많은 가게가 한꺼번에 선정된 것이 원인일 것”이라고 했다. 백년가게 선정 대상은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도·소매, 음식점’들이다. 2018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은 '선택과 집중' 예찬론자였다. 답 없는 과목은 버리고, 그 시간에 잘하는 과목에 힘써라. 나무랄 데 없는 기적의 논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선택과 집중'의 끝판왕이었다. 비영리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RF)의 리처드 하스 회장은 그의 외교 정책을 이렇게 평가한다. "이란과는 외교를 거부했고, 북한과는 외교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다." 2018년 5월 이란핵합의(JCPOA)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트럼프는 한 달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싱가포르에서 악수를 나눈다.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했는지 한눈에 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기적의 논리도 허점은 있다. 선택이 반드시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외교 정책은 채 2년도 되지 않아 밑천을 드러냈다. 김정은은 새해 첫날 "새로운 전략무기"를 언급하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 도발 가능성을 내비쳤고, 이란은 미군이 자국 군부 실세를 사살한 데 반발하며 "가혹한 보복"을 예고했다. 올해 재선
자동차 기업보다는 '모빌리티 기업'이 더 환영받는 시대다.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자동차보다는 모빌리티(이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모빌리티라는 개념이 아직은 모호한 게 사실이다. 새해 현대차그룹의 신년회에 나온 단어를 보면 개념이 어렴풋이 보인다. '자율주행', '로봇',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스마트시티',등이 언급됐다. 다양한 탈 것으로 '이동의 진화'라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면에는 '이 중에 하나라도 걸려라'와 불안함도 엿보인다. 자동차는 안팔리고, 수익성은 악화되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간절함이 담긴 것 같다. 현대차그룹은 신년회에서 수익성을 강조했다. 양보다는 질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 진출은 수익성과 거리가 멀다. 모빌리티 기업 중 아직 수익을 내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갈피를 못 잡는 것은 현대차그룹만의 문제는 아니다. 독일 다임러(벤츠)와 BMW가 야심차게 준비한 차량공유 합작 벤
"법원이야말로 인권을 지키는 기관입니다."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 현직 부장판사가 말했다. 자칫 자기과시로 들릴 법하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이다. 법은 공인된 물리력인 공권력(국가권력)과 불법적인 폭력 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법을 강력한 권한으로 휘두르는 게 바로 법원이다. 최근 법원에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줄을 이었다. 구속영장 청구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주요 변곡점으로 꼽힌다. 검찰이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것은 곧 혐의를 소명할 만큼의 충분한 증거를 얻었다는 자부심과 수사 결과에 대한 자신감을 뜻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사태로 사회가 갈라지며 가장 이목이 쏠린 것도 바로 그들의 영장 관련 심문 결과였다. 기각이냐 발부냐에 따라 해당 영장을 전담한 부장판사의 이름이 포털 사이트에 여러 번 올랐다. 국감에선 "조 전 장관 영장을 기각한 명재권 판사를 불러내라"가 하나의 구호가 됐다.
"아침에 (수원) 성균관대역에서 서울역까지 30분 걸리던 급행이 노선 변경으로 1시간 이상 걸립니다. 급행이란 표현이 무색하죠." 새해 벽두부터 수도권 통근자들의 불만이 쇄도한다. 천안~서울역 급행 일부 노선이 폐지되며 통근시간이 두 배로 늘었기 때문이다. 서울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고려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발단은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정책 변경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서울역(용산)~천안(신창·병점)을 운행 중인 경부선 급행 전철(수도권 1호선)의 운행횟수를 평일기준 34회에서 60회로 26회 확대 운행하면서 일부 노선을 폐지한 것. 서울역과 천안역을 적은 정차역으로 잇던 하루 6회의 출퇴근 급행열차와 서울역~신창역 간 누리로(무궁화의 후신) 열차노선이 없어졌다. 국토부는 이번 운행 개편으로 국민 편의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평균 운행간격이 50분에서 30분으로 줄고 청량리역까지 운행구간이 연장되며 금정역에 신규 정차한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국민들 생각은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실손의료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들에게 올해 보험료 평균 인상률을 10% 이하로 맞출 것을 주문했다. 국민 3800만명이 가입한 '제2의 건강보험'으로서 서민들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과잉진료, 보험사기 등으로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130%대까지 치솟은 탓에 최소 15% 이상은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던 보험사들은 울며겨자먹기로 9%대 수준에서 인상률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간 매년 연말이면 벌어지는 모습이다. 보험료 인상 억제는 소비자의 부담을 낮출 수 있어 비난할 일은 아니다. 시장가격이 투명하게 책정되고 적절한지를 살피는 것이 금융당국의 역할이기도 하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금융당국의 가격 통제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보험금 누수 원인으로 꼽히는 비급여 한방진료와 백내장 수술 등 과잉진료나 보험 사기를 막을 구조적 개선방안이 아닌 '가격 통제'라는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얼마 전 이세돌 9단의 은퇴 대국은 ‘인간과 기계의 바둑대결’로 또한번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세돌의 마지막 상대는 토종 AI(인공지능) ‘한돌’. 이세돌다운 선택이다. 이세돌은 2016년 구글 ‘알파고’와 대결로 바둑팬뿐 아니라 바둑을 접해보지 못한 일반 대중에게도 바둑과 이세돌이란 이름석자를 크게 알렸다. 결과적으로 이세돌은 알파고, 한돌과 대결에서 모두 패했지만 적어도 1승씩은 거뒀다는 것 자체가 영예로운 그의 업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반면 한돌 입장에서 본다면 다르다. 한돌을 개발한 NHN은 뭘 얻었나.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NHN은 이세돌과 대결을 통해 한돌의 수준 높은 기술력을 선보이려 했다. 하지만 첫 번째 대국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패했다. 두 점을 먼저 두게 한 핸디캡이 민망할 정도였다. 이세돌과 맞붙은 ‘알파고 리’에 100전 100승을 거둔 ‘알파고 제로’를 한돌이 넘어섰다는 평가가 무색했다. 한돌은 2, 3국에선 승리했지만 이번 대결을 통해 A
"치과에 스케일링 받으러 가잖아요. 정신과도 같아요. 마음이 병들기 전에 찾아주세요" 자살예방 기획취재차 방문해 우울증 예방법을 묻자 정신과 전문의가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지난해 연예인 설리·구하라 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우울증 치료'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여전히 우울증을 방치하거나 외면하는 환자가 많다는 것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이 지난 1년간 우울감·불안에 시달렸다고 했지만, 병원을 찾은 사람은 2명 뿐이라고 했다. 이유는 △놓아두면 될 것 같아서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 △두려움 등이었다. 우울증·정신과 병원을 대하는 선입견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20년차 정신과 전문의는 "취업에 불이익이 없느냐, 우울증약을 먹으면 부작용이 큰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매번 받는다"며 "진료기록은 개인정보라 유출이 불가능하고 적절한 약물치료는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강변했다. 병원을 외면할수록 우울증은 깊어진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지난해 성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