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규제샌드박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기자수첩]규제샌드박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이민하 기자
2021.07.16 04:00
이민하 기자 /사진=이민하
이민하 기자 /사진=이민하

2년이 지났다. 신기술·신산업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도입한 '규제샌드박스'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 종료 시간이 임박해오면서 규제샌드박스에 참여한 벤처·스타트업에도 시한부 선고가 떨어졌다. 2년간 벌여왔던 사업을 접거나 언제일지 모를 규제 해소를 기다리면서 추가적인 자금과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정부가 2019년 처음 도입한 규제샌드박스는 일정기간 동안 일정지역내에서 기존의 규제를 면제·유예해주는 제도다. 아무런 규제없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모래놀이터 같은 '혁신 놀이터'를 표방하면서 이름을 지었다.

도입 당시만 해도 2년간의 실증기간을 거치면 순식간에 신시장이 열릴 것 같은 기대가 컸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자율주행, 친환경에너지, 헬스케어 등 4차산업혁명의 굵직한 분야는 모두 포함시켰다.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여러 부처가 앞다퉈 규제샌드박스 실증사업에 참여할 기업들을 모집했다. 벤처·스타트업들도 혁신 기술을 증명할 수 있는기회를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2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샌드박스의 시간은 끝을 알 수 없게 됐다. 혁신 기술을 실증했거나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는데도 정작 법·규제가 개선되지 않으면서다. 실제로 정보통신기술(ICT) 규제샌드박스 1호로 선정됐던 뉴코앤드윈드는 폐업 위기에 놓였다. 오토바이 등 이륜차에 장착하는 디지털옥외광고판 사업을 추진했지만, 2년이 지나도 규제가 풀지지 않으면서다. 이 회사 대표는 절박한 상황에 처했다. 2년 동안 빚더미에 신용불량자가 됐다며 한 때 분신자살을 예고하기도 했다.

다시 2년을 더 늘린다. 정부는 기한종료가 임박한 규제샌드박스 사업들을 임시·연장하고 있다. 중기부 규제샌드박스 24개 중 22개는 모두 법·규제 개정없이 사실상 기간만 임시로 연장됐다. 스타트업들은 정부가 요구하는 절차에 따라 혁신성·안전성 등 실증사업을 마쳤음에도 정식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길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임시허가는 법은 정비하지 않은 채 사실상 무기한으로 연장할 수도 있다. 혁신 기업들이 쏟은 시간이 규제샌드박스 속에 갇혀 부질없는 모래놀이로 끝날까봐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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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 기자

서울시청 및 부동산 관계기관, 건설사를 출입합니다. 부동산 시장 관련 기사를 취재·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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