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힘과 지구력을 겸비했던 당나귀는 오래 전부터 사람들에게 최고의 운송수단이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하자가 하나 있었다. 고집 센 성격 탓에 부리기가 쉽지 않은 점은 골칫거리였다. 사람들은 묘책을 떠올려냈다. 가장 좋아하는 당근을 입에 닿을 듯 말 듯 매달고 채찍으로 엉덩이를 때리는 방법이다.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선 조건부 보상과 처벌을 활용해야 한다는 '당근과 채찍' 이론의 유래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정부의 접근법에는 이런 이론이 고스란히 담겼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발표한 '2021 하반기 경제정책방향'만 봐도 그렇다. 기업을 ESG 경영으로 유도하기 위한 당근과 채찍이 다수 담겼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에는 규제와 증세를, 우수한 기업에는 혜택을 제시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전제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기업과 당나귀는 다르다. 움직이기 싫어하는 당나귀와 달리 기업은 ESG 경영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 사람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소비의 척도로 여기기 시작하면서 기업에 ESG 경영은 생존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5월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민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기업의 ESG 활동이 제품 구매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유도책을 내걸 문제가 아니다. 할 수 있는 건 더욱 잘하도록, 하지 못하는 건 할 수 있도록 돕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출발점은 의견을 듣는 데 있다. 최근 한 달 가까이 보고 들은 기업들은 제각각인 형편에 놓여 있었다. 한 조선업 중소기업은 개발을 앞둔 저탄소 기술이 세액공제를 전혀 받지 못해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었고 한 석유화학 기업은 폐플라스틱에서 오일을 추출하는 친환경 기술을 개발 중이지만 성공해도 현행법상 원료로 사용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일률적인 지원책으론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ESG는 경제 강국을 구별해 낼 미래 세대의 새로운 기준이다. 준비하지 않으면 큰 상실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정부가 단순히 기업들을 유도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직접 나서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시간은 많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 ESG 공시와 평가 등 관련 제도는 이미 하나 둘 자리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