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총 8,450 건
지난달 초쯤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실 지방선거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 왔다"고 털어놨다. 원래는 국회에서 경험을 더 쌓은 뒤에 도전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주변에서 권유가 이어지니 고민이 깊어졌다고 했다. 국회의원 임기가 아직 2년 넘게 남아있는 만큼 지역 주민들에게 의견을 구해보겠다고 했다. 그 의원은 이후 실제로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국회의원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에선 서울시장 선거에만 출마를 이미 선언했거나 준비 중인 의원이 어림잡아 여섯을 넘긴다. 국민의힘에서도 텃밭인 영남을 중심으로 다수의 의원들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당의 공천을 받아 지방선거 후보로 확정되면 의원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은 벌써부터 선거운동 모드다. 본연의 업무는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한 의원은 최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켜고 종로 광장시장과 동대문 패션상가, 구로시장 등을 잇따라 찾았다.
불과 수년 전까지 '국산 항암신약은 안 된다'라는 인식이 업계 안팎으로 팽배했다. 국산 기술력 평가절하가 배경이 아니다. 우선 개발 완료까지 조 단위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하다. 글로벌 임상 경험도 부족하고 신약을 상업화해 본 사례도 적었다. 이 모든 인식의 변화 신호탄은 유한양행이 오스코텍으로부터 도입해 얀센에 재수출, 끝내 미국 허가를 얻어낸 '렉라자'였다. 유한양행은 장기간 제약업계 매출 1위를 지키면서도 도입 상품 매출 의존도가 높아 연구개발(R&D) 경쟁력은 약하다는 지적이 뒤따르던 기업이다. 때문에 렉라자 성공 사례는 단순 개별 기업의 미국 허가가 아닌 국내 바이오의 전략적 문제를 돌아 보게 하는 기회로 작용했다. 자체 파이프라인이 없으면 도입하고, 자금과 노하우가 부족하면 그런 상대를 찾아 손을 잡으면 되는 것이었다. 국내 바이오는 애초에 '안 되는게'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를 몰랐던 것뿐이다. 알테오젠 역시 마찬가지다. '바이오텍=혁신 신약'이 정석처럼 여겨지던 국내 바이오벤처 생태계에서 업계는 알테오젠의 '플랫폼' 기술에 대한 정의조차 내리는 것을 혼란스러워 했다.
"정말 솔직한 말로 '그 사건'은 안 왔으면 좋겠죠. 결과요? 섣불리 예측하긴 물론 어렵고, 아마 사건이 들어오고 몇 번 토론을 해 봐야 방향이 잡히지 않을까요. " 얼마 전 만난 헌법재판소 관계자가 최근 정치권과 법조계 가장 큰 이슈인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 한 말이다.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무조건 위헌 소송으로 이어질테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겠다고 했다. 당연히 쉽게 결론을 내기는 어려울 사안이라고도 덧붙였다. 내란전담재판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관련 사건들을 전담해서 심리할 특별재판부를 말한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현재 내란 혐의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는 등 공정하지 못 하니 재판부를 바꿔야 한다는 논리다. 문제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위헌성 논란이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안은 법무부 등 외부에서 추천한 위원회가 재판부를 임명하도록 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를 비롯해 외부에서 법관을 임명하는 게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
19세기 프랑스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앙리 푸앵카레는 저서 '과학과 가설'에서 "집을 벽돌로 짓듯 과학은 사실로 짓는다"고 했다. 검증된 사실을 재료 삼아 촘촘히 연결해 가설을 세우고 이론과 법칙으로 확장하는 게 과학이라는 의미다. 과학에 '믿음'이 붙으면 어쩐지 어색하다. 뭔가를 '믿는 마음'에는 증거와 사실이라는 가치가 때때로 무용하기 때문이다. 믿음은 개인의 오랜 경험을 통해 자라나기도 하고 애정과 미움 같은 감정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순수한 믿음 앞에서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사실이 전부인 과학과 믿음은 참 어울리지 않는 짝이다. 역설적이지만 무엇보다 믿음이 필요한 영역도 과학이다. 현장에서 만난 과학자가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노벨과학상 같은 영예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뻔하다. 매년 평가에 그럴듯한 성과를 적어낼 수 있는 연구를 한다. 1년 만에 혁신적인 뭔가가 나오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래도 '미흡'은 나오지 않아야지. 연구비가 잘리면 어떡하나. 부처 예산을 뺏기면 어떡하나. 그런데 역대 노벨상은 수십 년간 그럴듯한 성과가 없던 연구가 인류의 난제를 풀었을 때 주어졌다.
"역시 정치권에는 기대할게 없네요. "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단체협상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개정법률안)이 통과되는 것을 지켜본 한 업계 관계자는 이같이 씁쓸해했다. 이 개정안은 여당(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지정된 탓에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국회 통과를 이미 예정된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재차 실망감을 토로한 건 법안 처리 과정에서 보인 정치권의 모습 때문이었다. 당초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이달 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곧바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진행되는 바람에 본회의에서의 표결 등의 절차가 잠시 멈췄다. 이후 필리버스터에 나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정작 "가맹사업법에 대해 찬성한다"며 "민주당이 무도하게 8대 악법(惡法)을 통과시키려 하기 때문에 철회 요구를 위해 필리버스터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민생과 직결되는 경제 분야 비쟁점 법안인데도 여당과 맞서기 위해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볼모로 삼을 수 밖에 없었단 실토였던 셈이다.
시민들이 항상 이용하는 보행로는 여러 합의의 결과물이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조성되는 공공보행로는 사유지여도 계획 단계부터 '개방'을 전제로 승인된다. 인허가의 조건 중 하나다. 선택의 대가이자 합의된 조건이다. 최근 한 서울 강동구 대단지를 둘러싼 공공보행로 논란은 이 기본 원칙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안전과 질서, 관리 부담을 이유로 보행로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표면적으로는 주민 안전을 위한 조치지만, 논쟁의 핵심은 '이미 내주기로 한 길을 사후에 다시 제한할 수 있냐'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입주민 측은 외부인의 무질서한 이용과 사고 위험을 강조한다. 시설 훼손과 안전사고, 관리 비용 증가 등을 통제의 이유로 든다. 문제 제기 자체는 낯설지 않다. 많은 단지들이 함께 겪고 있는 불편이다. 대응 방식은 사뭇 다르다. 일부 단지의 대응은 문제 해결을 넘어, 공공의 영역을 사유의 논리로 다시 재정의하려는 시도로 비친다. 논란 속에 눈길을 끄는 것은 서사의 과잉이다. 해당 단지의 '공문'과 설명에서는 일상이 위기 상태로 묘사된다.
"그래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어디에 있나요?" 지난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의 현안질의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이다. 약 3370만개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쿠팡을 이틀 동안 불러세웠지만, 스포트라이트는 국회에 나오지도 않은 김 의장이 차지했다. 사실 국회의 집착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김 의장은 지금껏 국회의 부름에 단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 미국에 체류하는 미 시민권자라는 이유다. 쿠팡의 일은 한국법인 소관이라며 매번 국회를 외면했다. 역대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국회에 출석한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는 김 의장 관련 질의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자신이 책임자라며 김 의장을 감싸는 듯한 답변도 여러 차례 포착됐다. 과도한 기업인 호출로 비판받던 국회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사실상 전 국민의 개인정보가 흘러나간 사고가 터졌는데도 나오라는 최대주주 대신 전문경영인만 국회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김 의장의 부재 못지 않게 아쉬웠던 점은 이번에 현안질의를 한 과방위와 정무위 두 상임위원회가 일정만 조율했을 뿐 질의 내용에 대한 분담 등은 사실상 전무했다는 점이다.
IT(정보기술)업계 관계자 A씨를 만난 자리에서 카카오톡 이야기가 나왔다. 카카오톡이 15년 만에 단행한 대규모 업데이트로 엄청난 비판에 직면했을 때다. A씨는 카카오톡의 이번 업데이트에 대해 충분히 해볼 만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15년간 확보한 이용자 데이터로 최대 효용을 낼 수 있는 방향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개편 이후 이용자 수는 전과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앱 내 체류시간이 1분 이상 증가했고 숏폼을 제공하는 지금탭 체류시간이 전 분기 대비 10% 이상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지표가 이어진다. 증권가도 카카오의 내년 실적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일부 이용자의 반발이 전체 여론처럼 번지는 것은 이 회사의 이미지 때문이다. 문어발식 사업확장, 경영진 스톡옵션 먹튀 논란 등 각종 이슈로 카카오는 뭘 해도 부정적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과정에서의 불법 의혹으로 김범수 창업자가 감옥에 갈 위기에 처하자 카카오는 비상경영 카드를 뽑아들었다. CA협의체로 내부 통제를, 준법과신뢰위원회로 준법경영을 강화했다.
"구더기가 싫다고 장독을 없애면 되겠습니까. 구더기가 안 생기게 악착같이 막아야지 아예 장을 먹지 말자, 장독을 없애자 이러면 안 되지 않습니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검찰 보완수사권 존치 논란과 관련해 한 말이다. 수사·기소 분리를 하되 수사통제와 공소유지라는 검찰 본연의 역할은 제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치밀하게 검토하겠다는 취지였다. 죄 지은 사람은 처벌 받고 죄 짓지 않은 사람은 억울하게 처벌받는 일이 생기지 않는 최적의 방안을 찾겠다고 공언한 지 3개월이 지났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설치법 초안 마련에만 속도를 낼 뿐 정작 새로운 형사사법체계 근간이 될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는 답보 상태다. 수사권과 기소권 그리고 이를 원활히 이을 수사통제권을 어떻게 조정할지 답도 내리지 않은 채 조직부터 먼저 세우겠다는 발상이다. 내년 10월 새 조직을 출범하겠다는 마감시한에 쫓기는 모양새다. 개혁의 순서는 직접수사·수사통제·공소유지 업무에 필요한 인원을 산정하고 보완수사권·수사지휘권 논의를 매듭지은 후 각 조직별 인력을 계산하는 방향이나 실제 논의는 거꾸로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더 이상 개별 기업의 단순한 보안 사고가 아니다. 사고는 쿠팡 내부 시스템에서 발생했지만 피해는 특정 이용자들의 불편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안전과 직결되는 사회적 문제로 커졌다. 유출된 정보가 이름과 주소, 연락처, 구매 이력 등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고위험 데이터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사태는 기업 차원의 실수나 기술적 오류가 아니라 명백한 국민 안전 문제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다. 한번 유출된 개인정보는 회수가 불가능하다. 보이스피싱을 비롯해 스토킹과 위치 추적, 주거 침입 등 현실적인 2차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현실이 돼버린 '위험'을 보상과 사과문 중심의 사후 대응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 이번 사건은 특히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산업이 경쟁적으로 확대해온 초개인화 전략이 가진 구조적 위험마저 드러냈다. 개인 맞춤형 추천과 혜택 제공은 소비자의 편의를 강화하기 위한 도구다. 하지만 대규모 데이터 결합이 이뤄질수록 통제 실패 시에는 언제든 감시와 침해, 위협의 수단으로 변화할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내년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초청받지 못한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이같이 밝혔다. 남아공이 주최한 G20 정상회의에 불참한 데 이어 자국이 의장국인 내년 회의에서 남아공을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1999년 G20 출범 이래 회원국을 배제하려는 시도는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남아공 공격은 지난 5월 백악관 정상회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을 맞은 트럼프는 준비한 영상을 틀었다. 남아공에서 아프리카너스 백인(네덜란드·프랑스·독일계 이주민 후손들)이 학살당한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영상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촬영된 장면을 조작한 가짜였다. 영상은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남아공 백인들이 살해당하고 그들의 농장이 불법으로 압류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남아공 정부와 일부 아프리카너스 단체조차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2017년 정부 감사에 따르면 남아공 인구의 약 8%에 불과한 백인이 전체 사유 농지의 72%를 소유하고 있다.
2만9000가구.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수도권 공공분양 공급 물량이다. 지난 9월 발표한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 제시한 계획보다 2000가구 늘었다. 판교 신도시와 맞먹는 규모라고 한다. 최근 5년간 수도권에서 공급된 평균 물량의 약 2. 3배 수준이라며 공공 부문 착공 확대 노력의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고 자찬한다. 시장은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다. 공급계획 발표 후 '이게 전부인가'하는 반응이 먼저 나왔다. 내년도 공공분양 공급물량을 지역별로 보면 △경기 2만3800가구 △인천 3600가구 △서울 1300가구 등이다. 경기에서도 고양창릉·남양주왕숙·인천계양 등 3기신도시, 광교·평택고덕·화성동탄 등 2기신도시, 구리갈매역세권 등 중소택지로 물량이 흩어져 있다. 서울은 고덕강일 1305가구가 전부다. "수도권에 땅이 없다"는 국토부의 하소연도 이해는 된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에는 더 이상 집을 지을 땅이 없다 보니 국토부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놨던 유보지 등을 주택용지로 전환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까지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