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만9000가구.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수도권 공공분양 공급 물량이다. 지난 9월 발표한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 제시한 계획보다 2000가구 늘었다. 판교 신도시와 맞먹는 규모라고 한다. 최근 5년간 수도권에서 공급된 평균 물량의 약 2.3배 수준이라며 공공 부문 착공 확대 노력의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고 자찬한다.
시장은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다. 공급계획 발표 후 '이게 전부인가'하는 반응이 먼저 나왔다. 내년도 공공분양 공급물량을 지역별로 보면 △경기 2만3800가구 △인천 3600가구 △서울 1300가구 등이다. 경기에서도 고양창릉·남양주왕숙·인천계양 등 3기신도시, 광교·평택고덕·화성동탄 등 2기신도시, 구리갈매역세권 등 중소택지로 물량이 흩어져 있다. 서울은 고덕강일 1305가구가 전부다.
"수도권에 땅이 없다"는 국토부의 하소연도 이해는 된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에는 더 이상 집을 지을 땅이 없다 보니 국토부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놨던 유보지 등을 주택용지로 전환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까지 내놨다. 지구계획 변경으로 사용되지 않는 학교 용지, 체육시설 부지 등도 주택으로 용도전환하기 위해 관련 부처와 협의한다.
그럼에도 시장이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수요가 있는 곳에 당장 들어갈 집이 없기 때문이다. 9·7 공급대책 당시 서울 도심 내 유휴부지를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발표에서는 빠졌다. 용도전환이 확정된 곳은 파주운정3, 남양주왕숙, 수원당수 등 외곽 신도시다. 전부 서울 접근성이 높지만 수요자들이 원하던 곳은 아니다.
계획과 입주까지 시차도 문제다. 정부가 말하는 공급은 '가구 수'지만 시장이 체감하는 공급은 '입주 가능한 집'이다. 직방에 따르면 내년 수도권 입주 예정 물량은 8만7000여 가구로 올해(11만여 가구)보다 20% 이상 축소될 전망이다. 최소 3년 뒤에나 입주할 수 있는 수도권 외곽 중심의 분양계획을 가지고 '공급규모'만 강조한다.
숫자는 의미가 없다. 정부는 이번 발표로 주택 공급확대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전달했다. 지금부터는 도심 내 공급 한계를 뚫어낼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당장 체감할 수 없는 물량 공세보다 서울 도심지 용도전환,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같은 눈에 보이는 대책이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