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략 없는 기술은 성공에 이르지 못한다

[기자수첩]전략 없는 기술은 성공에 이르지 못한다

정기종 기자
2025.12.18 05:29

불과 수년 전까지 '국산 항암신약은 안 된다'라는 인식이 업계 안팎으로 팽배했다. 국산 기술력 평가절하가 배경이 아니다. 우선 개발 완료까지 조 단위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하다. 글로벌 임상 경험도 부족하고 신약을 상업화해 본 사례도 적었다.

이 모든 인식의 변화 신호탄은 유한양행이 오스코텍으로부터 도입해 얀센에 재수출, 끝내 미국 허가를 얻어낸 '렉라자'였다. 유한양행은 장기간 제약업계 매출 1위를 지키면서도 도입 상품 매출 의존도가 높아 연구개발(R&D) 경쟁력은 약하다는 지적이 뒤따르던 기업이다.

때문에 렉라자 성공 사례는 단순 개별 기업의 미국 허가가 아닌 국내 바이오의 전략적 문제를 돌아 보게 하는 기회로 작용했다. 자체 파이프라인이 없으면 도입하고, 자금과 노하우가 부족하면 그런 상대를 찾아 손을 잡으면 되는 것이었다. 국내 바이오는 애초에 '안 되는게'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를 몰랐던 것뿐이다.

알테오젠 역시 마찬가지다. '바이오텍=혁신 신약'이 정석처럼 여겨지던 국내 바이오벤처 생태계에서 업계는 알테오젠의 '플랫폼' 기술에 대한 정의조차 내리는 것을 혼란스러워 했다. 하지만 알테오젠의 현주소는 전세계 매출 1위 항암제 MSD '키트루다'의 제형 변경 파트너다.

난공불락의 질환으로 여겨지던 뇌 질환 분야도 국내사 경쟁력이 입증되는 중이다. 사노피에 파킨스병 신약 후보를 이전했던 에이비엘바이오에 이어, 훨씬 더 작은 규모의 바이오벤처 아델이 사노피에 알츠하이머 신약 기술을 이전했다.

국산 신약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은 깨진지 오래다. 돌아봐야 할 것은 유한양행, 알테오젠의 성공 방정식이다. 바이오 기업의 핵심은 기술력이지만, 기술력 만으로는 부족하다. 임상 설계, 규제 대응, 생산·상용화 방법까지 포함된 통합 접근이 요구된다. 때론 이를 다른 이에게 맡기거나, 파트너로서 시너지를 꾀하는 것 역시 전략에 포함된다.

바이오텍은 기술력을 점수로 평가 받는 학생이 아닌, 사업화를 통해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이다. 다행히 '안 될 것 없다'는 단계까진 도달했다. 이제 '된다, 이 기술을 누가 알아 봐주기만 하면'에 그쳤던 사고를 직접 증명할 수 있는 치열한 전략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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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정기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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