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정치권에는 기대할게 없네요."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단체협상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개정법률안)이 통과되는 것을 지켜본 한 업계 관계자는 이같이 씁쓸해했다. 이 개정안은 여당(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지정된 탓에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국회 통과를 이미 예정된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재차 실망감을 토로한 건 법안 처리 과정에서 보인 정치권의 모습 때문이었다.
당초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이달 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곧바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진행되는 바람에 본회의에서의 표결 등의 절차가 잠시 멈췄다. 이후 필리버스터에 나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정작 "가맹사업법에 대해 찬성한다"며 "민주당이 무도하게 8대 악법(惡法)을 통과시키려 하기 때문에 철회 요구를 위해 필리버스터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민생과 직결되는 경제 분야 비쟁점 법안인데도 여당과 맞서기 위해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볼모로 삼을 수 밖에 없었단 실토였던 셈이다. 민주당 역시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법안 통과만 기다려왔을 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단게 업계의 비판이다.
국회가 정쟁으로 시간을 낭비한 사이 주요 프랜차이즈 사업자들은 자사 가맹점주들과 소통 창구를 만들어 상생안을 논의하는 등 자정 노력을 해왔다. 법 시행에 대비하잔 취지도 있었지만 갈등이 커질수록 본사와 가맹점주 모두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될 뿐이란 걸 잘 알고 있어서다. 오히려 업계에선 가맹사업법 개정안 통과가 시장 자정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다만 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가맹점주 단체의 난립과 단체의 협의요청권 남용 등 법을 악용한 또 다른 갈등을 막기 어렵단게 핵심 골자다. 하지만 그간 국회의 논의 과정을 보면 입법 보완은 커녕 향후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후속 대책 마련 등에서 정치권에 기대할 수 있는 건 없어 보인다. 이젠 그 공마저 해당 법안의 시행령을 맡게 될 행정부로 넘어갔다. 입법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업계의 의견이 시행령에 모두 담기긴 어렵겠지만, 충분한 논의와 경청 속에서 법안의 긍정적 의미가 실현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