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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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보다 선호되는 주거양식은 아니죠. 아무래도 시세가 아파트보다는 낮고 상가 공실 리스크도 있으니까요." 서울 여의도 한 노후 아파트 단지의 주상복합 재건축 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정비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곳은 아파트로 재건축하고 싶어도 용도지역이 '상업지역'으로 지정돼 아파트로 다시 짓는 것이 불가능한 곳이다. 현행 건축제도 상 상업지에서 주거시설을 지으려면 판매, 업무 등 비주거시설이 포함된 주상복합형식으로만 건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비주거시설 의무비중 축소 규정 등이 입법 예고되면서 상업지 단지들에선 비주거시설을 줄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주거시설 용적률 상한을 높여주는 규정도 신설됐으나 임대주택 건립 의무가 있어 실현될지 미지수다. 여의도 주거지역 주민들도 비주거시설 비율 등 주상복합 계획을 둘러싼 고민에 빠질 수 있다. 서울시가 빠르면 내년 상반기 발표될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비롯한 도시계획에 기존 주거지의 용도지역을 변경시켜 초고층 주상복합 개발을 유도하
"우리는 맹장(盲腸)이 아닙니다" 22일 정부가 중소조선사 지원을 위해 내놓은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과 관련, A조선사 관계자는 이 같이 말했다. 그의 말에는 섭섭함과 기대감이 동시에 섞여있었다. 우선 섭섭함. 이번 정부 방안은 2016년 조선 한파가 전 세계를 덮친 지 만으로 3년 만에 나온 중소조선사 특화 대책이다. 그 사이 정부 관심은 오로지 대마(大馬)에만 쏠렸다. 대우조선에만 13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중소 조선사 10개 중 8개가 사라졌다. 일각에서는 난립한 중소조선사들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소마필사(小馬必死)론도 나왔다. 하지만 중소조선사는 맹장이 아니었다. 중소조선업계의 몰락이 재앙이었던 통영의 사례에서 증명이 됐다. 한때 1만8000여개의 일자리를 책임지던 지역 6개 조선사가 무너지자 2015년 하반기 2.8% 수준이던 통영의 실업률은 올해 상반기 6.2%로 뛰어올랐다. 통영에 중소조선사는 심장이었다. 지역 일자리 생태계를 책임지고, 기술력에서도 경
"미꾸라지 무리에 메기 한 마리를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살아남으려 몸부림치면서 더 강해진다." 지난 1993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신경영 설파를 위해 인용하면서 유명해진 '메기론(Catfish effect)'이다. 기업 혹은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시장에 적절한 활력을 줄 수 있는 자극과 긴장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국내 통신 시장에서 LG유플러스가 요즘 그런 메기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파격 행보를 잇고 있어서다.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를 가장 먼저 출시하면서 데이터 요금제 혁신을 주도하더니 케이블TV 사업자 인수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며 유료방송 개편의 핵으로 부상했다. LG유플러스 파격 행보의 정점은 해외 사업자들과의 제휴다. 국내 통신사 중 유일하게 중국 화웨이의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를 도입했다. 글로벌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IPTV(인터넷TV) 서비스에 단독으로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생태계에 예사롭지 않은 해외 파트너라는 점이다. 미국 등 정
“와 정말 찾기 힘드네요. 제가 미혼모였으면 답답해서 지원 안 받고 만다고 할 것 같아요. 창구 일원화도 안 돼 있고 상담 연결도 너무 어렵고…” 미혼모 등 한부모 지원 정책을 알아보던 후배 기자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시작은 ‘베이비박스’였다. 베이비박스를 찾은 부모들의 사연은 수없이 다양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갑작스레 임신과 출산을 겪었다는 사정은 같았다. 이들은 왜 정부의 한부모 지원을 놔두고 베이비박스와 같은 민간단체를 찾아갔을까? 대답은 한결같았다. “몰라서 못 받았다.” 한부모 지원 정책을 찾기 시작하면서 이유를 알게 됐다. 관련 부처 홈페이지를 뒤져 꼭꼭 숨겨진 정보를 찾았지만,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중위소득 60% 이하’가 대상이라는데, 그게 월 소득 얼마까지인지도 나와 있지 않았다. 그런 요건도 지원 내용마다 제각각이었다. 후배에게 손을 빌려달라고 SOS를 친 이유다. 후배는 한부모 상담 전화를 통해 알아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도무지 연
"다이어트약 OOO이 좋다던데 처방받을 수 있나요? 장기처방도 가능하죠?" 서울 동대문구 소재 한 가정의학과를 찾은 20대 여성의 말이다. 날씬함을 원하는 현대 여성에게 다이어트는 평생의 숙제다. 최근 새로운 기전의 비만치료제가 출시된 이후부터 단순 식이요법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처방되는 비만치료제를 이용한 다이어트가 활발하다. 현재 국내에서 인기 많은 비만치료제는 펜타민 제제와 벨빅, 삭센다 등이다. 특히 삭센다는 안전성뿐만 아니라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없어서 못파는 상품'이 됐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급기야 중고거래 사이트에 매물로 등장하기도 했다. 유명 중고거래 사이트를 비롯해 뷰티·다이어트 카페에서는 삭센다를 사고파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기존 비만치료제보다 안전하다고 알려진 삭센다도 부작용이 없는 게 아니다. 삭센다는 오심과 구토, 설사, 복통 등 위장관 장애가 발생하며, 불면증과 담석증, 췌장염, 담낭염을 비롯해 드물게 아나필락시스 쇼크도 생길 수
호암이 늘 성공만 했던 것은 아니다. 광복 전 마산에서 정미소를 차렸다가 실패했고 일본 유학은 건강 탓에 대학을 마치지 못한 채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대구에서 '삼성상회'라는 간판으로 본격적으로 뛰어든 기업가의 길도 순탄치 않았다. 전후(戰後)의 정치적 풍랑이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다. "사업에 좌우되지 말고 사업을 좌우하라"는 어록이 이런 경험에서 나왔다. 한강의 기적을 일군 대한민국 1세대 기업가의 인생이 녹아든 한마디다. 19일 호암의 31주기를 맞아 유난히 그가 회자되는 것은 당시와 겹치는 삼성의 녹록지 않은 상황 때문이다. 이날 추모식이 열린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은 차분했지만 반세기를 이어온 이 기업은 창립 이후 어느 때보다 큰 가능성과 함께 그에 비견할 만한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장밋빛 낙관과 위기의 경고등이 교차하는 불확실성의 폭풍우 속이 삼성의 현재 좌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입장에선 신성장동력 발굴, 사업구조 개편 같은 사업 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신금융협회 ‘무용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007년 이후 올해까지 10차례나 수수료가 인하된데 이어 적격비용 재산정으로 추가 인하가 기정사실화하자 카드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협회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책임론이 ‘무용론’의 근거다. 결과만 놓고 보면 협회는 이같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카드 수수료 문제가 경제 이슈를 넘어 정치 이슈로 변질된 상황에서 무조건 협회의 무능만을 탓하는 것은 합당치 않아 보인다. 정치권이 개입된 이상 논리적으로 대응하고 협의하려 해도 행동의 한계는 뚜렷할 수밖에 없다. 몇 달 전 협회 관계자가 한 여당 국회의원실을 찾았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에 대한 업계 상황을 설명하고자 방문했지만 협회 관계자란 이유만으로 출입조차 거절 당했다. 협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문전박대 당한 셈이다. 물론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이 너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14일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기준 변경을 고의 분식으로 결론 내렸다. 지난해 3월 금융감독원 특별감리 착수 이후 1년 7개월여 만이다. 공은 법원과 검찰로 넘어갔지만 여러모로 역사적인 공방 중에서 빠졌으면 한 장면이 있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다. 김 전 원장은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사전조치 통보사실을 공개한 직후인 지난 5월 페이스북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적었다. 이어 증선위 산하 감리위원회를 앞두고 한 차례 더 글을 올렸다. 김 전 원장은 "제 재임 시절 결론을 내린 사안"이라며 "금융감독기관이 시장에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전임 원장의 응원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김 전원장의 글은 가뜩이나 정치적인 이슈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정치색을 끼얹었다. 금감원장 재임 전 김 전원장의 행보나, 14일에 불과했던 재임기간, 사전조치공개로 불거진 시장 혼란을 감안하
"마음이 무겁습니다." 용건을 묻자마자 돌아온 첫 마디였다. 목소리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대외부원장은 갈등관리 전문가다. 지난 5월부터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 재검토준비단'의 단장을 맡아 왔다. 지난 12일로 모든 활동이 종료됐다. 그에게 반년 간 활동을 마친 소회를 물으며 "홀가분하다"는 답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해방감보단 안타까움이 앞서는 듯 했다. 준비단은 2016년 마련된 사용후핵연료 정책을 재공론하는 방식을 결정하기 위해 꾸려졌다. 본격적인 공론화 전 환경·원전·지역 등 이해관계자들이 동의하는 절차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준비단계부터 쉽지 않았다. 갈등은 첨예했고 의견이 번번이 부딪혔다. 준비단은 수차례 회의 끝에도 속 시원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활동기간을 연장하며 의견 조율에 매달렸지만 많은 부분은 합의에 실패했다. 원전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에 비유된다.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물질'로 불리는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리할 화장실을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 안상수 예결위원장이 예산안을 상정하려는 찰나, 의사진행발언이 치고 나왔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4선)이 여당 의원들을 겨냥해 "동료의원 발언에 야지(やじ·야유)를 놓는다"고 비난했다. 한대 맞으면 반드시 돌려줘야 하는게 여의도동 1번지 구역 '싸움의 법칙'.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재선)이 바로 나서 야당에 인격과 품격을 갖추라고 했다. 이후로 한국당에선 이은재·이장우(재선) 김성원·송언석·최교일(초선) 의원이, 민주당에선 박영선(4선) 민홍철(재선) 제윤경·오영훈(초선) 의원이 번갈아 '펀치'를 교환했다. 여야 의원들의 이같은 싸움은 예결위만이 아니라 국회 전체에 일상화돼 있다. TV중계나 언론보도를 통해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실망감이 크지만 다수 국회의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정치적 생사를 결정하는 권력구조와 치열한 이해관계를 두고 '전투'를 벌여야 하는 만큼 치열한 기싸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싸워야만 주목받는다고 생각하는 야당
지난 8일 내년 초 출범할 우리금융 회장에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내정됐다. 손 회장 내정자는 과거 우리금융지주와 연속성을 고려하면 7대 회장이지만 초대 회장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 과거 우리금융지주는 2014년 11월 자회사였던 우리은행을 존속법인으로 남긴 채 소멸·합병됐다. 내년 1월 11일 출범 예정인 신설 우리금융지주는 등기부상 다른 법인이기 때문에 법률적으로는 손 행장이 초대 회장이 된다. 과거와 내년 초 새로 출범하는 우리금융지주가 역사적 연속성을 가진 사실상 같은 회사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2001년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사로 출범했던 우리금융지주는 1대 윤병철 회장을 시작으로 황영기·박병원·이팔성(연임)·이순우 등 5인의 회장을 배출했다. 한때 회장 내정자를 두고 ‘7대’라는 표현이 나온 이유다. 우리은행이 초대 회장이라는 표현을 선택한 것은 민영화 이후 지주사로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다는 바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알짜 계열사를 경쟁사에 모두 내주고
“주식은 원래 위험자산이고, 자산가격의 오르내림에 대응하는 게 정책당국의 일은 아니다.” “중국이 시장 안정화 조치에 적극적인데다 ‘컨트롤’이 가능한 나라기 때문에 당장 급격한 혼란은 없을 것 같다.” 지난달 증시가 급락했을 때 당국은 채권과 외환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는 것을 근거로 들며 긴장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중국당국이 위안화 가치 하락에 베팅한 세력에 맞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분주했던 것과 사뭇 다른 움직임이었다. 외국인들이 지난 10월 주식시장에서 2013년 테이퍼텐트럼(긴축발작) 이후 가장 많은 42억7000만 달러를 팔아 치웠고, 채권시장에서도 9월 19조8000억달러에 이어 10월 2조3000억 달러 어치를 매도했지만 당국은 일시적인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최근 다시 중국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에 근접했음에도 당국의 위기의식은 높지 않은 듯하다. 원화와 위안화 동조화 경향이 심화된 상태여서 달러당 7위안선이 뚫리면 원화가치가 급락할 수 있고 이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