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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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만남 자체가 뉴스가 된다. 예상치 못했던, 혹은 누구도 이뤄질 것이라고 상상치 못했던 만남이나 일정은 당장의 결과물과 상관없이 관심을 모은다. 5개월 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회담이 그랬고 이번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방북이 그렇다. CNN은 이 부회장의 방북에 맞춰 '삼성의 CEO(최고경영자)는 왜 북한으로 향했나'라는 보도를 냈다. 블룸버그도 이 부회장의 평양 방문을 주요 기사로 다뤘다. 국내 언론은 말할 것도 없다. 상호적대행위 중단과 남북경협 추진이라는 적잖은 성과가 나온 평양 일정에서 이 부회장은 특별수행단의 일원에 그쳤지만 동시에 경협의 아이콘이었다. 황호영 북한 금강산국제관광특구 지도국장이 방북을 요청했다고 언급하고 청와대가 이를 수정, 해명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삼성은 그동안 대북사업과 인연이 많지 않았지만 건설·조선·상사·바이오 분야에서 가능한 시나리오가 적잖다. 삼성 금융 계열사에선 지난 6월부터 북한 분석을 전담하는 리서치팀을 가
“만졌느냐, 안 만졌느냐.”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연일 화제다. 지난 6일 ‘제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글로 시작된 이 사건은 남녀간 성대결 양상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관련 시위를 준비하는 모임까지 만들어졌다. 쟁점은 곰탕집에서 한 남성이 피해 여성의 엉덩이를 만졌는지 아닌지다. 당시 사건 현장을 촬영한 CC(폐쇄회로)TV 영상도 2개나 공개됐지만 이를 통해서는 판단이 힘들다.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상황에서 재판부는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남성을 법정 구속시켰다. 과도한 판결이란 비난이 재판부로 향했고, 법조계에서도 실형 구속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강제추행의 양형기준은 징역 6개월에서 2년이다. 가중·감경요소가 없으면 일반적으로 이 안에서 형량이 결정된다. 하지만 법원의 재량이 크다 보니 양형기준 만으로는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고무줄 판결’이라는 비판이 계속 나온다. 법관들이 내세우는 법리는 현실과 유리돼선 안 된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기술분석보고서의 지난 100일간 성과를 발표했다. 정부가 연초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 대책 일환으로 한국거래소와 한국IR협의회가 5월 말부터 발간 중인 기술분석보고서를 자체 평가한 것이다. 이번 평가에서 거래소는 그동안 변변한 증권사 리포트조차 없던 평균 시가총액 907억원, 시총 순위 400위 밖 코스닥 업체들을 발굴해 분석보고서를 작성함으로써 코스닥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 근거로는 8월 말까지 보고서가 발간된 총 167개 기업의 발간 전후 10일간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각각 5.5%, 1.4% 증가했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그동안 시장에서 소외받던 코스닥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자 관심을 끌어내는 데 기술분석보고서가 기여했다는 평가는 얼핏 타당해 보인다. 실제 기술분석보고서가 발간된 후 한 달 간 업체당 기술분석보고서 열람 건수는 평균 420건으로 집계됐다. 투자자들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숨겨진 코스닥 기업을 '재발견'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기술
"1일부터 배달비 2000원 올렸는데, 괜찮으시겠어요?" BBQ 한 매장에 전화로 치킨 배달을 주문하자 돌아온 말이다. 본사 차원에서 가격을 올린 것이냐고 묻자 치킨집 주인은 "그렇다"고 했다. 그러나 좀 더 구체적으로 질문하자 "사실은 그게 아니라 주변 가게들은 다 올렸는데 본인만 올리지 않고 있어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보통 치킨 본사는 배달비를 포함해 치킨 가격을 산정한다. 그런데 요즘 들어 가맹점 차원에서 최저임금, 임대료, 원부자재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배달비를 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치킨 배달비 안 받는 곳 있느냐"고 물어보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관련 내용을 본사에 문의하자 "본사 차원에서는 정책적으로 배달비를 받지 못하게 한다. 그렇다고 이를 강제할 수도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BBQ, 교촌 등 치킨 브랜드는 9년여째 주요 치킨 가격이 그대로다. 대부분의 치킨 프랜차이즈는 가맹점
지난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 상반기 카드사 영업실적에서 처음으로 마케팅 비용이 공개됐다. 카드사의 수익성 약화 원인 중 하나가 과도한 마케팅에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금감원은 '제살 깎기식 외형경쟁'이라고 표현하며 "순익 감소에도 마케팅 비용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카드사 수익 하락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은 2014년 4조1142억원에서 2015년 4조8215억원, 2016년 5조3408억원, 2017년 6조724억원으로 매년 10% 이상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당기순익은 2015년 7.6% 줄어든데 이어 2016년 9.9%, 지난해 32.3% 감소했다. 수치상으로 보면 마케팅이 과도하다는 금감원의 비판이 타당해 보이지만 수익 악화의 주요 원인을 마케팅 비용에서 찾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본질적으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 비용 증가의 주원인은 카드 사용 증가에 따
정부가 지난달 말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취재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계동향조사 예산이다. 올해 관련 예산은 약 28억원이다. 그런데 내년 예산으로 159억원을 편성했다. 처음 이야길 들었을 땐 귀를 의심했다. 통계조사 예산은 이렇게 갑자기 늘리지 않는다. 대대적인 개편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고 실제로 그랬다. 통계청은 내년에 가계동향조사를 싹 바꾸기로 했다. 올해부터 분리했던 지출과 소득을 다시 합친다. 과거 가계동향조사는 문제가 많은 통계였다. 응답률이 낮아 통계청도 내부적으로 신뢰하지 않았다. 그래서 소득과 지출 부분을 분리하고, 분기별로 발표하는 소득조사는 올해부터 없애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가계동향조사가 부활했다. 정부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걸 추정할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의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 중 분기별 나오는 소득조사를 대체할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 스텝이 꼬였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가계동향조사 결과가 나올 때마
"현대건설기계 임금교섭, 누구를 위한 교섭인가? 회사 조합원을 위해 교섭이 돼야 합니다." 현대중공업그룹 내 건설장비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의 최근 경영소식지 제목이다. 현대건설기계는 올 상반기 굴착기 판매호조로 호실적을 냈다. 회사는 임금 협상에서 노동조합에 화끈한 보상을 결정했다. 노조가 요구한 것보다 많은 임금 인상과 성과급도 약속했다. 임금교섭을 조기에 마무리해 회사의 경쟁력 제고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현대오일뱅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현대중공업지주도 마찬가지다. 임금·단체협약(임단협)에서 기본급 인상과 격려금 지급을 노조에 제안했다. 하지만 두 회사 노조는 회사 제시안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가 노조 요구안을 능가하는 교섭안을 내놨는데도 말이다. 한 직원은 "조합원을 생각하는 노조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속사정은 이렇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월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중공업지주 등 4개 회사로 나뉘었다. 이렇게 회사는 나눠졌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혁신 1호로 인터넷 은행을 지목했다. 여당 내 일부 반발이 있지만 큰 흐름은 잡혔다. ‘이대론 안 된다’는 절박함이 주된 이유다. 한국 경제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면 그렇다.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 지표로 확인되는 경제 상황 모두 좋지 않다. 집값은 뛰고 소득은 준다. 장사는 안 된다. 불평등은 심화된다. 딱히 앞으로 먹고 살 거리가 눈에 띄지 않는다. 기업들도 새로운 동력은 찾기 힘들다. 이런 상황 속 혁신성장은 돌파구이자 당연한 선택이다. 혁신성장의 한 축인 규제 완화는 결국 정부 여당의 의지에 비례한다. 다만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정부 의지만으로는 어렵다. 자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달 체계가 약하다. 벤처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태펀드는 지난 6월말 기준 18%만이 집행됐다. 지난해말 조성된 벤처캐피털들도 투자집행율이 저조하다. 운용사들이 소극적인 탓이지만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투자를 강요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정부
“이영학 사건이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에 오히려 사형폐지를 논해야 한다.” 이달 10일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에서 한 위원이 말했다. 인권위원 11명이 만장일치로 ‘사형제 폐지 국제규약 가입권고’를 결정한 자리였다. 인권위가 사형제 폐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영애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의 취임 후 첫 전원위원회 의제도 ‘사형제 폐지 권고’였다. 인권위 사무처 관계자는 “현 정부가 올해 유엔(UN) 총회에서 사형제 모라토리엄(집행정지) 결의안에 찬성하길 기대한다”며 의제 제안 이유를 밝혔다. 인권전담 기관의 사형제 반대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날 회의에서도 1명을 제외한 모든 위원이 사형제 폐지 의견을 공유했다. 폐지를 반대한 위원도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하다”고 했지만 폐지를 위한 단계적 움직임에는 동의했다. 의결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문제는 ‘어떻게 설득하느냐’였다. 위원들은 사무처가 작성한 결의안의 표현을 문제 삼았다. 초안에는 △생명의 존엄성 △범죄예방 효과 미비 △
산케이신문은 일본에서 가장 친여(親與) 성향의 언론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라디오 방송에서 "(아베 신조 총리) 본인이 매일 산케이를 읽는다고 (총리) 측근들이 얘기한다"고 했다. 최근 산케이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8월 30일 내놓은 대일(對日) 권고안에 대한 비판 기사를 잇달아 냈다. 산케이가 문제 삼은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위원회의 안건 선정 방식이다. 8월 31일 기사에서 산케이는 위원회 안건에 위안부가 선정된 이유를 정진성 서울대 교수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였던 정 교수가 적극 발언했고 위원회의 안건 선정은 위원들 개인의 관심사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둘째, 위원회의 심사 과정이다. 9월 6일 기사에서 "일본이 2015년 한일 협정을 통해 '불가역적'으로 해결했다고 하자 위원회가 '모든 국적의 위안부'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며 (일본에 대한) '공격' 방법을 바꿨다"고 했다. 셋째, 한국의 태도다. 같은 기사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제상황을 두고 정치권의 논란이 거세다. 언론이 통계를 의도적으로 과장한다는 지적부터 정치권이 책임회피를 위해 숫자를 외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양쪽의 주장이 모두 맞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혼란만 커지는 모습이다. 자영업 경제상황에 대한 통계논란이 거센 이유는 애초 제대로 조사된 ‘원자료’가 없어서다. 근로자에 비해 종류가 다양하고 처한 상황도 각기 달라 기준을 세우기 어려운 만큼 원자료가 없고 대부분 가공된 자료가 대신한다. 논란과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다. 최근 논란이 된 자영업 폐업률도 마찬가지다. 신규사업자와 폐업사업자를 단순 비교한 ‘폐업률’의 통계적 정의부터 논란이 됐다. 정책수립의 근본이 될 만한 자영업자 경영비용 중 인건비·임대료·카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조사되지 않았다. 그나마 조사된 자영업자 고용원 유무를 놓고도 통계청은 30%라고 밝혔지만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일용직·가족경영 등을 조사하지 않아 기준이 잘못된 자료라고 주장한다. 상황이 이렇
대한민국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여기서 '법 앞에'라는 문구는 법의 내용은 물론 '법의 적용과 집행'도 평등해야 한다는 당위다. 나아가 헌법은 법률에 의해 국민에 대한 체포·구속·압수·수색을 허용하고 있고, 형사소송법은 법원의 영장 발부를 통해 이를 구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의 기본권을 이례적으로 제한하는 법원의 영장 발부는 당연히 헌법상 원칙대로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영장 통계를 들여다보면 '법 앞의 평등'이란 명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지난해 공개한 '2017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청구된 압수수색 영장은 총 18만 8538건, 이중 법원이 발부한 영장은 16만8268건으로 발부율은 89.2%였다. 열 중 아홉 허용한다는 소리다. 압수수색영장의 경우 증거수집, 즉 수사의 단초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 쉽게 발부되는 편이다. '피의자(피고인)의 사건과 관련이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