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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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멘트를 쓰면 (단체명이 아닌) '재계 관계자'로 처리해주세요." 요즘 경제단체 취재원들에게 민감한 질문을 하면 덧붙여 돌아오는 한마디다. 개별 기업도 아닌데 극도로 몸을 사린다. 사실 기업들이 적잖은 회비를 내는 것도, 경제단체의 이름을 빌어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데 말이다. 이럴 정도니 경제단체장 자리는 늘 구인난이다. 경제단체가 한껏 움츠려 있다. '맏형'격이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 정부에서 저지른 과오로 위상이 걷잡을 수 없이 추락했다. 다른 곳들도 "괜히 나섰다가 적폐로 몰리기 십상"이라는 불안감이 잠재했다.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보기 힘들었던 현상이다. 경제계에 불리한 이슈가 생기면 맏형을 중심으로 5개 단체가 힘을 모아 대응했다. 선두가 한순간 무너지며, 각자도생의 형국이다. 최근 최저임금법 사태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났다. 지난 28일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자, 노동계가 똘똘 뭉쳐 총파업으로 들고 일어선 반면, 경제단체들은 숨죽였다. 이에 앞서 국
"혁신 신약(first in class)을 개발 중이다 보니 전임상은 미국에서 진행했고 임상 1상은 유럽에서 진행 중입니다. 향후 글로벌 제약사로 기술이전을 하려면 이 편이 유리하거든요." (비상장 신약개발업체 A사) 올 하반기 기술특례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한 항암제 개발업체에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이 같은 답이 돌아왔다. 이 업체는 가장 진행단계가 빠른 파이프라인이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 FDA에서 시판 허가를 받기까지는 적어도 10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간도 길지만 임상 1상에서 신약 승인 단계까지 통과할 확률은 9.6%에 불과하다. 창업 이후 줄곧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A사가 계획한 대로 연내 코스닥 상장에 성공할 경우 이 기업 투자자들은 기간상으로는 10년, 확률상으로는 10%라는 위험부담을 함께 짊어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한국거래소는 유망 기술기업에 한해 적자기업에도 상장 문호를 개방하되 먼저 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 2곳에서
이달 11일 밤에 찾은 태국 방콕 인근 암파와 수상시장은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강을 따라 늘어선 상점을 배를 타고 구경하던 관광객들은 다른 배에서 파는 물건을 사고 팟타이(태국식 볶음국수)를 시켜 먹는 재미에 푹 빠졌다. 태국 여행에서 암파와 시장 같은 전통 수상시장은 필수 여행지다. 수도 방콕 인근에만 크고 작은 수상시장이 많아 관광객에게 유명한 곳을 꼽으라고 해도 타링찬, 끄롱랏마욤, 왓사판 등 열 손가락에 추리기 어려울 정도다. 방콕 시내에서 차로 한 시간 30분 가량 떨어진 암파와 수상 시장은 생선, 야채, 과일은 물론 각종 기념품도 살 수 있는 큰 규모 시장에 속한다. 인근에는 방쿵. 통쿵 등 불교 사찰도 있어 관광객들은 물론 현지인들도 자주 찾는다. 수상시장 인기 배경에는 역사성을 빼놓을 수 없다. 1315년부터 시작한 아유타야 왕조시대부터 방콕을 관통하는 차오프라야강을 중심으로 강과 운하를 중심으로 생활하던 태국인들의 삶이 그대로 수상시장에 녹아있다. 강은
영국, 스웨덴 등 독서량이 많기로 유명한 북유럽. 그중에서도 핀란드는 국민들의 도서관 이용률이 가장 높다. 2016년 핀란드의 550만 인구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6800만권. 같은 해 우리나라 성인의 30%가 ‘한 해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답한 것과 비교된다. 이처럼 핀란드 국민들이 도서관을 내 집처럼 드나들게 된 이유 중 하나는 핀란드 도서관은 노래방, 사우나 같은 시설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운동기구와 악기를 빌려줄 만큼 생활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어릴 때부터 몸에 밴 '도서관 생활'이다.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꼽는 핀란드의 교육정책은 학교와 도서관 두 축으로 이뤄진다. 학교 교사는 도서관 자료를 참조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내주고, 도서관 사서는 학교에 찾아와 아이들에게 책 읽는 법을 가르친다.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1박 2일을 보내는 체험학습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렇게 핀란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고 그
불과 6년 전이다. KB금융그룹은 2012년초 해외 대학 졸업생 및 졸업예정자만을 대상으로 채용공고를 냈다. 글로벌 사업 확대를 목표로 '해외 우수 인재를 채용하겠다'는 취지였다. 해외 유수대학을 졸업한 100여명의 인재가 KB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에 대거 입사했다. 이들은 당시 글로벌 인재 채용을 결정했던 그룹 회장의 이름을 빌어 '어윤대 키즈'로 불리며 회사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어느 새 7년 차 대리, 빠르면 과장으로 성장했지만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거나 회사를 떠난 사례도 있다고 한다. 회사는 이들을 글로벌 인재로 생각했지만 개인은 해외 파견을 제안받으면 손사래를 치곤 했다. '향수병과 외국인으로서 느끼는 한계 탓에 한국 기업에 왔는데 다시 나가긴 싫다'는 이유였다. 세계 최고 대학 출신의 고학력자로서 고객의 억지 민원에 시달리거나 은행 창구에서 단순 업무를 반복하며 '자괴감을 느낀다'는 이도 더러 있었다. 물론 '어윤대 키즈'의 다수는 여전히 회사의 핵심 구성원으로 성
“한국 시장에서 가장 사랑받고 신뢰받는 브랜드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베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한국GM의 경영정상화 의지를 피력했다. 시장 철수설까지 거론됐던 ‘GM 사태’가 노사 합의와 정부 및 산업은행(2대 주주) 협약을 거쳐 3개월 만에 일단락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고비를 넘긴 줄 알았던 ‘GM 사태’가 새 국면을 맞이했다. 바로 ‘불법파견’ 문제다. 고용노동부는 진정이 접수된 한국GM 창원공장을 특별근로감독하고 사내하청 노동자 774명을 직접고용하라고 명령했다. 검찰도 부평·창원·군산공장 파견법 위반을 수사 중인데 부평 367명, 군산 203명이 창원과 유사사례로 파악됐다. 한국GM이 모두 1344명을 직접고용 해야 하는 셈이다. 사내하청 노동자(비정규직)들은 정규직과 같은 공장에서 같은 일을 하지만 월급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최근 진행된 희망퇴직에서도 위로금이 정규직의 2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법원은 이미 3차례에 걸쳐 이들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각)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도널드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 직후다. 그는 청문회에서 그간의 경과를 의원들에게 보고했다. 대한민국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지난 17일 열린 게 전부다. 지난 2월 22일 전체회의가 열린 후 석 달 만이다. 역사적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20일 지나서야 뒤늦게 보고를 받았다. 정부 책임이 아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북미관계가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국회는 ‘드루킹 특검’ 을 빌미로 공전을 거듭했을 뿐이다. 국회는 국정의 한 축이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추진한다 해도 국회가 법과 제도를 정비해주지 않으면 제동이 걸린다. 외교 문제도 마찬가지다. 국가간 조약 체결에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판문점 선언에 대한 비준이 필요한지에 대해선 논란이지만 현안을 보고받고 과정을 챙기는 것은 국회의 의무다. 실시간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미국 국회와 석달에 한번 보고받는 한국 국회는 다른 출발점에 서 있
대부분의 기업이 그렇듯 현대차그룹도 눈치를 봐야할 이해관계자(stakeholder)가 많다. 지배구조를 개편해 일감몰아주기와 순환출자 구조를 개선해야하고, 적절히 승계도 준비해야 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오는 29일 현대모비스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분할합병 안을 다뤄야 했다. 하지만 분할합병안 가결이 ‘불확실’해지면서 임시주총은 취소됐다. 불확실성이 커진 이유는 간단하다.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늘어나서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라스루이스가 분할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고,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거들었다. 개편안에 구조조인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이다. 많은 사람들이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핵심적인 요소는 아니다. 엘리엇이 보유한 지분은 1%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대다수의 주주를 설득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다. 결국의 구조를 만든 사람들에게 1차적 책임이 있다. 이번 구조개편에는 법무법인 김앤장이 자문사로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펼쳐진다. 인상폭을 결정하는 본게임을 치르기도 전에 산입범위 논쟁이 도마에 오르면서 노사갈등이 전쟁을 방불케 한다. 산입범위가 논란이 된 원인은 복잡한 우리나라 기업의 임금체계 때문이다. 근로자는 ‘월급’이라 부르는 기본급 외에 다양한 상여금을 받는다. 일정하게 지급되는 정기상여금도 있지만 가족수당, 차량유지비, 휴가비 등 비정기상여금도 있다. 상여금이 30가지 넘는 회사도 있다. 근로자나 회사 모두에게 불편한 이 같은 임금체계가 도입된 이유는 같은 연봉이어도 임금체계에 따라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달라져서다.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수당을 기본급에 정기상여금만 포함한 ‘통상임금’의 1.5배로 규정했다. 기업은 기본급을 줄이고 비정기상여금을 늘려 연장근로수당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일종의 편법이다. 하지만 현행 최저임금은 기본급만 기준으로 한다. 기업은 기본급을 줄이고 상여금을 늘려왔는데 기본급 최저기준이 올라가니 이번에는 높은 수당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
"이론적으로는 카드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죠. 하지만 그걸 쓸 사람이 있을까요?" 지난 20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소상공인페이 도입안에 대해 금융권의 시각은 싸늘했다. 중기부는 모바일앱 등으로 결제를 하는 앱투앱 방식을 사용하면 신용카드사 및 밴(VAN)사를 거치지 않아 결제 수수료를 0%대로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없앨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중기부의 논리는 겉으로는 타당해 보이지만 현실적인 측면까지 충분히 고려했는지는 의문스럽다.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정작 돈을 내는 소비자가 소상공인페이를 이용할 만한 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포인트적립제 등 유인책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이 이를 위해 기존에 사용 중인 신용카드의 혜택을 포기할 것이라는데는 회의적인 시각이 대다수다. 신용카드 이상의 혜택을 준다고 해도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가 문제로 남는다. 신용카드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혜택은 카드
23일 시작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판을 지켜보기 위해 60여 명의 방청객들은 긴 줄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16일 방청권 추첨 때 는 벌써 관심이 뜸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신청인원이 미달 됐기 때문이다. 이날 법정 풍경은 이런 우려를 무색하게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을 돌아보면 걱정이 앞선다. 첫 공판 방청권 경쟁률이 7.7대 1에 달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그러다 방청객 수가 점점 줄었고 급기야 몇몇 지지자와 취재진만 남았다. 국정농단 사건의 전모를 되짚을 수 있는 증거와 증언이 꾸준히 공개됐지만 법정은 텅텅 비었다. 이 전 대통령 재판에 대한 관심은 이보다 빨리 식을 것 같다. 이 전 대통령 측이 증인 소환을 최소화하겠다고 한 탓이다. 재판이 서류증거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란 얘기인데, 서류증거는 증인의 법정진술보다 대중의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08년 도곡동 특검을 거쳤지만 ‘다스(DAS)는 누구 것’이라는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았다. 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열풍으로 한국 엔터테인먼트(이하 엔터) 기업에 경쟁적으로 투자한 중국 기업들이 잇따라 철수를 준비 중이다. 콘텐츠 유통기업 투윈글로벌과 애니메이션 제작사 레드로버에 투자한 최대주주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한한령(한류금지령)이 해제되면 주가가 상승할 수 있음에도 투자금의 상당부분을 손해보면서까지 경영권 매각을 추진한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8월 수익성이 낮은 엔터기업 등에 대한 해외투자 규제에 나서면서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중국기업이 한국 엔터기업에 투자해 성공한 사례를 찾기란 힘들다. 아스트로, 서프라이즈의 소속사 판타지오도 중국 JC그룹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뒤 창업자 나병준 해임, 소속 연예인의 전속계약 해지 등 내홍을 겪고 있다. 한국 엔터시장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회사를 인수하더라도 소속 연예인, 작가 등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은 이를 이해 못 하는 분위기여서 투자 실패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