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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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 재난 수준”이라며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언급한 뒤 ‘과감하고 근본적인’ 후속대책을 마련했다는 내용이었다. 일자리위원회는 브리핑 시간의 절반 가량을 심각한 청년 일자리 상황을 설명하는 데 썼다. 브리핑이 이뤄지는 동안 특단의 대책이 나오길 이제나저제나 기다렸지만, 과거 정책의 재탕, 이미 진행중인 사업의 요약, 정체를 알 수 없는 구호성 대책이 전부였다. 최소한 새로운 정책 방향의 단초라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던 근로자친화형 산업단지는 ‘청년친화형 산업단지’로 이름만 바꿔 종합대책에 포함됐다. 청년혁신타운, 복합청년몰 같은 정체불명의 사업들도 ‘근본적인 대책’의 리스트에 올랐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미 국회로 공이 넘어간 근로시간 단축, 공공기관 청년의무고용률 상향을 위해 “정치권과 잘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적어도 ‘과감한 대책’과는 거리
"현대중공업에 다니던 친구들도 작년에 회사를 나왔는데, 여전히 노조는 떼쓰는 철부지 같네요.” 최근 울산에서 만난 한 기업체 직원은 이렇게 말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요즘 울산에서 현대중공업의 노사 협상을 두고 안타까워한다고 했다. 그는 “조선업이 어려운 것은 다 아는 사실인데 임금협상이 부결됐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같은 근로자로서 노동조합을 이해할 것이라는 기자의 판단은 빗나갔다. 현대중 노사는 지난해 12월 29일 2016년과 2017년 2년 치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1년 7개월여가 걸린 ‘마라톤 협상’의 결과였다. 어렵게 만든 임단협 잠정합의안은 지난달 초 찬반투표에서 부결돼 '휴지 조각'이 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현대중과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 등으로 분할했다. 문제는 회사는 다르지만, 노조는 같다. '4사 1노조' 체제는 현대중 노조 규정에 따른 것이다. 4사 1노조 규정에 따라 현대중과 3개 분할 사업장 모두가 잠정합
“지금 시간이 부족하니까. 질의 끝나고 답변해라.” 국정감사나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국회의원들의 ‘말 끊기’는 국회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된다. 정부부처 장관이나 일반 증인들의 말을 듣기 위해 ‘바쁜 사람’을 불러놓고도 답변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자기가 할 말만 쏟아내면 끝이다. 듣기 위해 마련된 청문회에서도 듣기보다 말하는 것으로 채운다. ‘말 끊기’와 ‘막말’은 정치 혐오를 불러오는 주 원인이다. 최근 열린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4차 산업혁명위)는 달랐다. 아무도 증인의 말을 끊지 않는다. 단문 단답으로 대화가 이어지다보니 다른 상임위 회의에선 들을 수 없는 풍부한 답변이 나왔다. 들어줄 건 들어주고 할 말은 하는, 국민이 바라는 국회의 모습이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증인의 답변시간에는 제한을 두지 않고 의원의 순수 발언시간만 4분으로 제한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일반적으로는 의원 한명에게 답변시간 포함 7분이 주어진다. 듣기보다
"공산주의 국가도 영어 선행학습을 통제하지 못하는데, 한국에서 가능하겠는가."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 조치에 대해, 교육기업 관계자이자 학부모인 A씨는 이같이 말했다. 한국 학부모들의 높은 영어 교육열을 고려하면, 이같은 국가 통제는 중국의 경우처럼 사교육 시장 규모만 키우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중국 영어교육 시장의 급성장세는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코트라(KOTRA)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16년초 초등 교육과정에 대한 선행 학습을 금지하는 내용의 '유치원 근무규정'을 발표했다. 이에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영어 선행학습은 사실상 중국에서 금지되고 있다고 해당 보고서는 덧붙였다. 문제는 이 기간 중국 영어교육 시장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급성장했다는 점이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중국 온라인 영유아 교육시장 규모는 19억7000만위안(약 3334억원)으로 전년 대비 45.4%로 성장했으며, 2
“대기업 가운데 2·3차 협력사의 인건비를 직접 지원하는 첫 사례입니다. 현대차는 문재인정부가 추구하는 상생을 통한 혁신의 첫걸음을 가장 먼저 뗐습니다.” ‘재벌저격수’로 불리던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24일 열린 ‘현대차 2·3차 협력사 지원 상생협약식’에 참석, “대·중소기업간 상생을 통한 혁신은 우리나라 경제가 직면한 저성장·양극화 국면을 전환하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2·3차 협력사의 인건비 부담을 지원하기 위해 500억원의 상생기금 출연과 1000억원의 상생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홍 장관은 이날 협약식이 중요한 이유로 2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다른 대기업들도 고통분담 노력에 나서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다. 실제 현대차가 나서자 LG, SK 등 다른 대기업들도 협력사 지원책을 검토 중이란 얘기가 들린다. 다른 이유는 2·3차 협력사가 겪는 어려움을 줄이는 실질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홍 장관은 “
“알파고 붐이었을 때 정부가 뭐했는지 아세요? 대기업 자금 끌어와 연구소 만들었어요. 2년이 지났는데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도 부족한 게 현실이에요.” 2016년 바둑AI(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9단을 꺾자 AI 바람이 불었다. 한국에는 왜 알파고가 없냐는 질타섞인 물음에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놓은 대책은 연구소 설립이었다. 민간 기업이 모여 AI를 연구하면 정부가 각종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보여주기식 정책이라 비판했다. 오히려 기초 단계인 데이터 확보에 집중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거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AI 기반인 빅데이터가 활성화 되지 못한 게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밑바닥 다지기’의 중요성은 다른 분야에도 통용된다. 특히 단시간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중요한 사회적 기반이 되는 과제를 수행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소방안전 분야가 그렇다. 제천 복합건물 화재 이후 담당자 문책, 현장 교육 강화, 인력 충원 등 각종 대책이 나왔
‘8·31대책의 입법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강남 아파트 시장이 심상치 않다. (중략) 지난해 8·31대책 전의 최고 가격을 회복하는 등 아파트 시장이 다시 과열될 조짐이 강남권 전역에서 감지되고 있다. (후략)’ 2006년 1월에 나온 머니투데이 기사 중 일부다. 12년 전 기사지만 ‘8·2대책’으로 바꿔 당장 내일 기사로 내도 무방할 정도다. 그만큼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은 과거 참여정부 시절과 닮았다.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음에도 서울 강남권 등 주요 지역의 집값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전방위적인 규제가 강남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책 실패만으로 원인을 돌릴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두 정부의 부동산 상황에 공통점이 있다고 본다. 대표적인 것이 글로벌 경기 호황과 풍부한 유동성이다. 참여정부 당시 국내 경기는 글로벌 경기 호황의 영향으로 외환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저금리 기조와 원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유동성도 풍부했다.
"기자님, 기사 잘 봤습니다"로 시작되던 메일은 어김없이 욕설로 마무리됐다. 지난 23일 밤부터 새벽까지 독자로부터 받은 십수 개의 메일은 비슷한 형태였다. 이날 오후 송고된 '[단독]30일 가상화폐 실명제 시행돼도 신규 계좌 발급은 안돼' 기사에 대한 분노들이었다. 정제되지 않은 단어들을 걷어낸 뒤 독자들이 분노한 이유를 간추려 보면 '신규 투자자 유입이 안 되면 기존 가상통화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30일 거래실명제 개시와 함께 신규 투자자에 대한 계좌 발급을 은행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당분간 신규 투자자에게는 게좌를 발급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게 기사의 골자다. 이에 대해 메일을 보낸 독자들은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가상통화 시세 하락을 부추겼다고 분노했다. 투자금을 날리고 있는 독자들의 화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다만 가상통화 불법화, 가상통화 과세, 주요 거래사이트 폐쇄 등이 아닌 '신규 투자자 유입이 당분간 어렵다'는 상대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내는데 ‘토 단다’고 타박하면 일이 손에 잡히겠나.”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광폭 인사를' 예고한 최근 산업부 직원들의 분위기다. 보직을 맡은 지 6개월밖에 안 된 사람까지 인사 대상자라고 하니 업무를 봐도 집중이 될 리 없다. 9년간 중앙부처를 취재하며 지켜 본 입장에서 공무원 탓만 하긴 어렵다. ‘이 생명은 오직 나라를 위해 있고, 이 몸은 영원히 겨레 위해 봉사한다’는 투철한 신념(공무원윤리헌장)도 '먹고 사는' 문제 앞에서는 약해진다. 경험에 비춰보면 부처 인사 문제는 대부분 조급함에서 비롯된다. 자신을 발탁한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든, 지켜보는 눈들을 의식해서든 성과를 내야 한다.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모도원(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을 말한 백 장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화 돼 있는 공직사회에서 성과에 집착하다 보면 무리수를 두게 된다. 영(令)을 세우려 중요 보직에 코드인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반복되면 국민의 공복
사이버 공격과 방어는 숨바꼭질의 연속이다. 대부분의 사이버 공격은 시스템의 허점(버그)에서 시작된다. 버그가 없는 완벽한 소프트웨어(SW)를 만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만명의 보안인력들이 참여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운영체제(OS)도 취약점이 매번 끊임없이 발견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상의 방어책은 위험도 높은 취약점을 실제 사이버 공격자보다 빨리 찾는 일일지 모른다. 구글, 페이스북, MS 등 세계적인 IT기업들이 취약점 신고 포상제(버그바운티)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유다. 버그바운티는 제품 사용자들이 사이버 공격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취약점을 가급적 사전에 발견해 이를 막겠다는 취지다. 대표적인 능동적 보안 정책이다. 정작 국내 기업들은 버그바운티에 소극적이다. 취약점이 다른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는 것 자체를 간섭이자 공격행위로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버그바운티로 찾은 버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에 비해 국내 기업의 참여율이 크게 개
문재인 대통령의 강점은 ‘소통’이다. 그 힘은 ‘경청’에서 나온다. 지난해 2월 대선 후보 시절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진행된 소상공인과 간담회. 캠프측 인사들이 상인들의 빗발치는 질문을 끊으려 하자 문 대통령은 이를 막고 끝까지 상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들어라도 줘야 한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문 대통령이다. 이 '경청'의 리더십이 최근 흔들렸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구성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문제였다. 청와대는 청년층의 저항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민감한 반응이 새롭다", "단일팀 문제인데, 이견이 없을 것으로 봤다"는 말이 청와대에서 나왔다. 젊은층과 정치 사이 괴리가 청와대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청와대가 단일팀을 통한 '국가적 이익'을 바라볼 때, 청년들은 '정당한 노력이 보상받지 못하는' 측면에 주목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년층들이 이성적이기 때문에, '이득'이 된다고 판단하면 우리의 입장을 이해할 것"이라고 언급했지
지난해 제약사들의 성적표를 볼 수 있는 시기가 다가왔다. 어떤 제약사가 '1조 클럽'에 가입할지, 낙마할지를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온다. 매출액을 늘리기 위해 도매상 등에 의약품을 밀어넣고 매출로 집계하는 제약사도 있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국내 제약사들이 외국에서 소위 '잘 팔리는 약'을 도입, 볼륨 키우기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매출 1조원 달성이 예상되는 A제약사는 전문의약품 매출 중 자체 개발한 의약품 비중이 20%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약 매출의 대부분이 외국에서 수입한 것이다. 또 다른 상위 제약회사인 B사와 C사는 전문의약품 매출의 65% 이상이 외국산 의약품을 수입해 판매한 액수다. 한국 제약회사가 '제약기업'이 아닌 외국 제약기업의 '도매상'이란 비판을 받는 이유다. 외형성장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외형성장도 중요한 부분이다. 또 몇년째 정체된 의약품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도 외형 성장은 필요하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