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 잡자는 대책인데, 강남에서 더 반기더라."
요즘 직장인 서넛이 모이면 부동산이 '화두'다. 누군가는 최근 1년새 집값이 몇 억원 올라 소위 '대박'이 났다는 소문도 심심찮게 들린다. 재미있는 현상은 강남 집주인들이 강남 집값 잡겠다는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겉으로는 불만을 토로하지만 속으로는 반긴다는 점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강남 집주인들 상당수는 정부의 고강도 대책이 집값을 오히려 끌어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이후 강남권 재건축은 물론 신축 아파트들이 일제히 수억원 가량 치솟은 것을 보면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강남 아파트는 대한민국 주택시장에서 소위 '삼성전자'와 비슷한 우량주 취급을 받는다. 환금성이 높고 시장 가격을 주도하는 데다 급락할 가능성도 낮아 일종의 '안전자산'으로 인식된다. 정부가 규제를 본격화할 시점까지 오를 만큼 올랐고, 규제 이후에도 희소성이 더해지며 상승폭은 더 커졌다.
반면 강남이 저만치 오른 후에야 격차를 메우기 위해 상승하기 시작했던 비강남권 주요 단지들은 규제의 영향을 비교적 크게 받았다. 강남이 한참 오른 뒤에야 대책이 나오고, 추격 상승을 시작한 단지들은 규제에 발목 잡히는 양상은 항상 되풀이돼 왔다.
정부의 이번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도 마찬가지다. 강남권 주요 단지들은 이미 상당수가 재건축이 진척돼 직격탄을 피했다. 반면 목동, 상계 등 재건축을 이제 막 추진하려는 단지들은 사업 지연이 불보듯 뻔해졌다. 뒤늦은 규제로 강남도 아닌데 규제의 피해를 떠안게 됐다며 집단행동에 나선 단지들도 속출하고 있다.
강남 집주인들은 "정부가 '핀셋규제'를 한다더니 '레드카펫'을 깔아줬다"며 "정부·여당을 지지하지 않았는데 표를 줘야 하나 싶다"는 우스개소리를 할 정도다. 재건축을 통한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면 강남권 신축과 재건축 단지가 또 다시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특정 지역의 집값 과열 현상을 잡는 것은 정부가 마땅히 할 일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실제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고 애먼 지역의 중산층과 서민이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정부가 자칫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시장의 지지를 잃고 정책 효과마저 희석될까 우려된다.
독자들의 PI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