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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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또 사법부의 입만 봐야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지난 28일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다. 실제 고용노동소위원회가 파행으로 끝난 뒤 일부 의원들은 관련 대법원 판결이 나와야 다시 논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땅한 보완책도 없는데 정부가 관련 행정해석을 폐기하는 방식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밀어 붙이면 더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휴일근로 중복할증 문제 때문이다. 재계는 통상임금의 50%, 노동계는 100% 할증을 요구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다.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는 근로시간 중복할증과 관련된 ‘성남시 미화원 사건’이 계류 중이다. 대법원은 내년 1월 18일 공개변론을 시작으로 판결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그간 노사는 판례, 행정해석에 따라 휴일근로 시 50%의 가산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대부분 합의했다. 하지만 최근 하급심에서 휴일근로 시 100%의 가산임금을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중국이 보인 강압적 태도와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한 한국 외교를 보면서, 1000년 전 동북아 외교역사의 한 획을 그은 고려의 외교가 서희가 떠올랐다. 서희는 성종 12년(993년) 거란이 수십만 병력을 이끌고 침공하자, 직접 적장 소손녕과 담판을 벌여 군사를 물리고 강동 6주도 얻어냈다. '말'로써 나라를 구한 영웅이었다. 하지만 서희의 뛰어난 언변만으로 거란과의 협상에서 이길 수 있었을까. 그보다는 거란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서희는 그럴싸한 명분을 줬을 뿐이다. 서희의 뒤에는 비록 대국에는 미치지 못할지언정 무시할 수 없는 고려의 국력이 있었다. 거란은 고려와 싸워 이길 수 없거나, 이기더라도 큰 희생을 치러야 한다는 걸 알았음이 분명하다. 서희와 소손녕의 담판 25년 후 강감찬 장군이 귀주(현재의 평안북도 구성군 일대)에서 거란군 10만명을 몰살한 것으로 이를 증명했다. 우
"이번에 면접을 보면서 과연 20년 전 나라면 서류심사에나 붙었을까 싶었습니다." 한 증권사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최근 진행한 신입 RA(리서치 어시스턴트) 면접에 한국·미국·중국 유수의 명문대 졸업생이 몰리자 이 같이 털어놨다. 한자릿수 인원을 채용할 예정인 이번 면접에 수십 여 명의 고급 인력이 몰렸다. 최근 증권사 애널리스트 채용은 특정 섹터에 이직이나 퇴사로 빈자리가 생겨야 채용하기 때문에 경쟁률이 수십 대 일을 넘기는 게 예사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면 애널리스트들의 위상은 과거와는 격세지감이라 할 만큼 차이가 크다. RA에서 애널리스트 타이틀을 달면 수년 내에 억대 연봉을 바라볼 수 있던 과거와는 달리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스타' 애널리스트가 줄었다. 증시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증권사들이 수익성과 거리가 먼 리서치센터 인원부터 줄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원은 줄었지만 상장사는 매년 늘어 여러 섹터를 겹쳐서 맡는 애널리스트들도 생겼다. 한정된 인원으로 많은 업무량을
금융행정혁신위원회(혁신위)가 다음달 발표할 최종 혁신 권고안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포함할 예정이다. 혁신위의 노동이사제 권고 대상은 금융공기관이지만 민간 금융회사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20일 열린 KB금융지주 임시 주주총회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안건으로 올라와 국민연금의 지지까지 확보한 상황에서 혁신위 권고는 노동이사제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다. 혁신위 한 관계자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지금은 경영진이 선호하는 사람들이 사외이사로 선임돼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노동이사제에 대해 “다양한 계층이 (사외이사로) 참여하자는 취지 자체는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을 비롯한 재계는 최 위원장 말대로 사외이사로 다양한 계층이 참여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게 반드시 노조여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노조 입장을 대변하면서 주주이익과 상충할 수 있어서다.
"한국 정부가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대해 보복(retaliate)할 합법적인 근거가 없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세탁기 세이프가드를 청원한 당사자인 월풀(Whirlpool) 측은 "한국 정부는 이번 무역분쟁을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할 것"이라고 기자가 언급하자 이를 '보복'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월풀은 2011년 4월 ITC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냉장고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를 요청하고, 12월에는 양사를 세탁기 덤핑 판매 혐의로 제소했다가 모두 기각되는 등 완패한 전례가 있다. 그런 탓인지 세탁기 세이프가드를 취재하는 동안 월풀 측은 비논리적이고 일방적인 주장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이프가드가 발효될 경우 미국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는 불가피하다고 문제를 삼자 "그렇다면 월풀은 R&D(연구·개발)에 더 많이 투자할 것이고 이는 월풀의 세탁기 라인업 강화로 이어지는 만큼 오히려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다양하게 만드는 강력한 해결책
"과거 의원 시절 두 전직 비서들의 일탈에 대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롯데홈쇼핑에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20일 검찰에 출석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모든 책임을 전직 비서관들에게 돌리면서 자신은 불법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24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는 "이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에도 또 '몸통'이 아닌 '깃털'들만 처벌을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방증하듯 전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인이든 기업인이든 그 아래 실무자들이 총대를 메는 풍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회의원 주변에서 비리가 터졌을 때 보좌진이 모든 책임을 떠안는 관행이 있다는 건 이미 정치권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전 전 수석이 정말 결백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은 그의 혐의가 중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자신이 몸담았던 한국e스포츠협회에 롯데홈쇼핑이 3억여
1637년 1월 30일 삼전나루. 평민이 입는 쪽빛 두루마기를 걸치고 맨발로 20리(7.9㎞)를 걸어온 인조는 9단으로 쌓은 수항단에 앉은 청 태종에게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삼배구고두례’를 행했다. 우리 역사 최악의 치욕으로 꼽히는 ‘삼전도의 굴욕’이다. 당시 조선은 한반도를 침략한 청에 불과 47일 만에 무릎을 꿇었다. 역사학자들은 무능하고 이기적인 권력자들에 화살을 돌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꼭 봐야 할 또 다른 본질이 있다. 바로 ‘기술’이다. 근세시대(1500~1800년) 동서양을 막론하고 국가의 명운을 가른 기술은 화약 등 무기기술이다. 청 태조 누르하치는 막강한 군사력으로 불패신화를 썼지만 허베이성 동북부의 영원성(寧遠城)을 넘지 못하고 좌절했다. 명군이 가진 ‘홍이포’(네덜란드 화포기술로 만든 대포)의 뛰어난 위력 때문이었다. 명군은 2만의 군사로 청군 13만을 격퇴했다. 역설적으로 청이 명을 몰아내고 중국을 통일한 원동력도 홍이포다. 영원성
국회는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법안심사를 위해 상임위원회제도를 운영한다. 각 상임위 안에서도 분업이 이뤄지는데 바로 소위원회다. 법안이나 예산안을 예비심사하는 소위 위원들은 권한이 막강하다. 소위가 얼마나 활발히 운영되느냐에 따라 국회의 법안 처리 성과가 좌우된다. 이번 정기국회는 소위 활동의 부진으로 법안 처리 속도가 매우 더디다. 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이행법안, 내년도 예산안, 각종 민생법안 등이 소위 테이블에 묶여 있다. 이에 따라 현재 20대 국회 접수 의안 중 처리 비율은 21.7%에 불과하다. 법안 처리 부진은 여야의 정치적 대립 탓이 크지만 그 폐해를 넘어서자는 것이 소위의 취지다. 그러나 효율적인 의사진행이 어려운 소위 구성 형태가 문제로 지적된다. 소위 위원이 너무 많아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돌아가면서 한마디씩만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쟁점·논란 사안을 다룰 때는 입이 많아 싸움이 길어진다. 일례로 기획재정위 조세소위는 무려 13명이다. 상임위 전체
"연구개발(R&D) 투자를 매출 대비 3% 이상으로 올릴 겁니다" 9월께 만난 주영걸 현대일렉트릭 사장은 이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그대로 믿진 않았다. 유상증자 성공을 위한 '프로파간다'라 여겼다. 수십년간 R&D 비중이 2%를 넘지 못했는데 무슨 투자를 갑자기 늘리냐는 게 기자의 의구심의 근원이었다.. 이 그룹이 그동안의 관성을 극복하지 못할 것으로도 의심했다. 사업 분할의 실제 목적이 오너 지배력 강화일 거라 기자로서 비판적 관점을 유지했다. 두 달이 지났다. 현대일렉트릭을 들여다보니 3분기까지 R&D 비중이 2.5%였다. 분할 전 중전기 사업부에 불과하던 이 계열사가 40년간 넘지 못했던 2% 벽을 넘어섰다. 연말까지 3% 비중은 허언이 아닌 것이다. 주 사장이 했던 다른 말도 떠오른다. "2021년 R&D 비중은 5% 이상입니다" 전기·배전 기기업계의 글로벌 상위사인 지멘스와 ABB가 매출 대비 5%대 R&D 비용을 퍼붓는다. 이들을 목표로 한 것이다. 이렇게 투자하면 기존
“지난 50년간 영세상인들이 피땀 흘려 일궈놓은 상권을 대기업이 자본력을 앞세워 빼앗으려 한다.” 최근 산업용재 관련 소상공인단체가 개최한 기자회견 현장에서 나온 말이다. 레미콘 전문기업 유진기업이 산업용재·건축자재 사업에 새롭게 진출한다는 소식에 이들은 저마다 목청을 높이며 성토했다. 대기업인 유진기업이 영세상인들의 밥줄인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생계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들 단체의 주장대로 유진기업은 현재 서울 독산동에 약 1653㎡(500평) 규모의 건자재 및 공구마트를 짓고 있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공사가 마무리되고 본격적으로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국내 인테리어시장의 성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관련사업을 회사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장기계획의 일환에서다. 이를 위해 유진기업은 지난해 9월 토털 인테리어 솔루션 브랜드 ‘홈데이’를 론칭했으며 동명의 직영매장을 오픈해 순차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짚어볼 점은 유진기업의 산업용재·건자재 도소매시장 진
“최근 원화 절상 속도가 가파르다. 쏠림 현상을 면밀히 보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들어 수차례 이런 말을 했다. 지난달 1130~40원대에서 움직였던 원/달러 환율이 연일 급락한 까닭이다. 그러나 원화 강세 추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7일 1년2개월 만에 1100원대가 깨진 뒤 하락 압력이 여전하다. 다음달 미국 금리인상도 예고된 마당에 의외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외환당국 개입이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과연 우리가 경상흑자가 많다는 이유로 일년에 두 번씩 환율조작국 ‘공포’를 달고 살아야 하는지 의문도 든다. 올 들어 원화 만큼 국제금융시장 흐름에 따라 환율이 움직인 나라도 없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인덱스 지수는 연초 102.8에서 최근 93~94로 약 9% 떨어졌다. 연간 원화 절상폭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정작 환율조작국으로 의심 받아야 할 나라는 일본이다. 엔화는 올해
지금은 국가대표 감독이지만 선수 시절 그를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경기를 볼 때마다 90%는 즐거웠다. 시속 150km 넘나드는 패스트 볼과 동시대 웬만한 투수들의 직구 구속이 나왔던 각도 큰 슬라이더. 그가 등판하면 거의 승리는 떼 놓은 당상이었다. 팬들은 기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제 그는 국가대표 감독이 됐다. 바로 선동열(54) 이야기다. 선수 시절,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 리그에서 뛰며 양국 모두에서 정상에 섰던 선동열 감독. 그에겐 빼어난 실력이 바탕이 된 본인의 야구에 대한 강한 소신도 있었다. 최고 선수이면서도 자신의 단점을 언제나 수정하려 하는 의지까지도, 그의 부드럽지 강했던 야구에 대한 소신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번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이하 APBC)에서는 선동열의 강력한 소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국 대만 일본 등 세 나라 국가대표 야구팀이 참여, 단 나흘간 치러진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준우승을 기록했다. '영원한 선의의 라이벌'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