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쪽으로 정부정책이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물가불안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식을 두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물가인상을 어느 정도 용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고용주의 비용상승 부담을 원사업자나 가맹본부, 유통업체 등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분담할 수 있는데 그것만으로 흡수가 안 되면 가격인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들도 어느 정도는 비용을 감내하라는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다른 정부부처 수장들이 낙관적인 전망을 강조한 것과 비교하면 솔직한 진단이다. 다만 그가 내놓은 해법은 막연하고 추상적이다. 김 위원장의 해법은 “소비자들의 공동체 의식이 발현돼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를 포함한 여러 이해당사자가 자발적으로 비용을 분담하자는 주장이다. 세밀한 정책설계를 통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임에도 그저 이해당사자들의 선의에 기대겠다는 건 안이하다.
김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공정위는 물가기관이 아니다”란 인식을 누차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공정위를 앞세워 물가단속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 11일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생활밀접 분야의 불법적인 가격인상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말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 때문에 이미 시장에선 공정위의 위력을 앞세운 ‘실력행사’를 떠올린다. 만약 이러한 방식이 물가억제 효과를 가져온다고 해도 이해당사자들의 ‘자발적 선의’와는 거리가 멀다. “공동체 의식의 발현”을 운운하기보다 최저임금정책의 부작용을 인정하고 보완할 방법을 먼저 찾는 게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과 소득주도 성장에 기대를 갖는 국민들의 선의를 배반하지 않는 길임을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