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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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지방법원 판사와의 저녁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대화가 한바퀴 돌자 그는 음주운전 처분 얘기를 꺼냈다. "요새 단속에 걸려 즉결심판에 넘어온 이들 중에 처벌을 높여 징역형을 원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얘기였다. 모두 황당한 표정을 짓는 동안 설명이 이어졌다. 트럭 행상처럼 차량운행이 목숨줄인 하루벌이 자영업자들은 면허취소와 벌금 대신 징역형과 집행유예 처분을 내달라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들을 대할 때면 오죽 다급하면 저럴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고 했다. 다들 표정이 어두워졌다. 올 들어 경기지표상 수출과 생산이 늘면서 불황 탈출 기대감이 부풀고 있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냉골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소상공인 10명 중 7명이 창업 후 5년 안에 가게를 접는다. 가게 수입으로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게 문을 연 지 몇 달 안에 폐업하는 이들도 10명 중 4명에 달한다. 실업률은 구직을 포기한 20·30대가 이상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됐다. OECD(
“중소기업청이 숙원이던 부(部) 승격을 이뤘으면 그것으로 감사해야지 뭘 더 바라는 거죠?” 한 고위공무원의 발언으로 중소기업인들의 마음이 뒤숭숭하다. 그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할 일을 다했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중소기업 통합업무’를 기대하는 중소기업계의 희망사항과 온도 차가 있는 발언이었다. 중기청의 부 승격 결정으로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업무 일부가 넘어오지만 중소기업계는 핵심 업무가 빠졌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수출·신용보증업무 등이 이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늬만 승격’의 또 다른 신호도 있다. 중기부의 살림과 정책을 담당하는 차관이나 실장이 모두 외부에서 온다는 소문이다. 하마평에 기획재정부, 산업부, 미래부 고위공무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중기부가 전통적으로 힘 있는 정부조직의 ‘인사 파티장’으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얘기마저 흘러나온다. 반면 일선 공무원들과 중소기업계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 업무를 지휘해야 한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 폐지를 둘러싼 찬반 양론은 기자를 '황희 정승'으로 만든다. 양측이 각각의 논리를 갖추고 있다보니 '네 말도 옳다'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찬성 측에서는 '자사고, 외고의 선발 시스템이 공교육을 망가뜨린다'고 주장한다. 이 말은 전국 여느 일반고 교실에 가봐도 확인할 수 있다. 자사고가 없던 시절에도 일반고 수업시간에 교사가 눈을 마주치고 교감하며 뭔가를 '가르치는 행위'를 할 학생은 한자릿 수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자사고나 외고에서 선점하며 일반고 교사들은 마음 둘 곳을 잃었다. 자사고, 외고가 사교육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하다. 자사고는 성적으로 학생을 뽑지 않으며 외고는 영어 내신성적만 잘 받으면 된다고 하지만 이러한 입시 전형과 상관없이 학생들은 중학생부터 학원을 찾는다. 최근 몇 년 간의 입시결과로 '명문고 입학=명문대 합격' 공식이 증명되면서 학생들은 일찌감치 입시 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반대 측은 '교육은 백년지대계
19일 오전 10시,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 비공개 회의장 앞에 다과들이 준비됐다. 그러나 회의장에 들어서는 100명의 판사들 가운데 누구도 다과에 손을 대지 않았다. 잔뜩 굳은 이들의 표정에선 비장함이 묻어났다. 일선 판사들의 절박함을 짐작케 했다. 이날 회의에서 채택된 결의안에는 ‘사법행정권 남용’ 및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 요구와 판사회의 상설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결의안은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전달됐다. 9일 뒤 양 대법원장이 입을 열었다. 판사회의 상설화 요구를 적극 수용했다. 일선 판사들의 절박함을 받아안은 결과다. 양 대법원장은 최근의 사법부 내홍 사태에 대해 “참담한 마음”이라고 했다. 사태의 발단은 대법원장 직속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의 인사시스템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판사들의 학술행사를 축소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사건이었다. 이를 계기로 사법부는 둘로 쪼개졌다.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의 익명게시판은 서로를 비난하는 판사들의 글로
“대통령 공약이 이렇게 빨리 시행된 적이 있었던가요. 2025년은 고사하고 당장 올해부터 어떻게 먹고 살지 걱정입니다.” 얼마 전 만난 한 카드사 임원에게 기술 발달로 2025년에 카드사가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묻자 돌아온 답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4일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데 대한 반응이다. 개정안에 따라 오는 8월부터 카드 수수료를 우대받는 영세가맹점은 연매출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중소가맹점은 3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각각 확대된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내놓은 대선 공약으로 대통령 취임 35일만에 일사천리로 실행됐다. 역대 대통령들의 공약 이행률이 약 30%밖에 되지 않는 점을 고려할 때 빠른 이행력도 놀랍지만 단 한 번의 공청회나 간담회 과정도 없이 밀어붙였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더 큰 문제는 아직 새 금융위원장이 선임되지 않아 사실상 공석인 상태에서 금융위 소관의 중요 사안이 결정돼 집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 수수료는
"살고 있던 아파트 시세가 1년새 억대 이상 올라 큰 돈을 번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건 투기일까요, 아니면 투자일까요." 서울 강남 지역의 한 자치구 세무 담당자가 최근 기자에게 한 얘기다. 투자와 투기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게 가능하냐는 취지로 한 말이다. 그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집값 급등의 배경은 공급 부족이 아닌 투기 때문"이라고 하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투자와 투기는 선뜻 구분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통상 시세차익만 바라보고 주택을 매입해 단기간에 되팔면 투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부동산, 특히 주택시장에서 큰돈을 벌면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김 장관은 부동산시장 과열의 원인은 공급 과잉이 아닌 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주택 소유자와 함께 강남 4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에선 29세 미만 주택 거래가 두드러지게 늘어난 점을 지적했다. 지난 5월 강남 4구에선 29세 미만 연
"공정거래위원회에 백날 호소해봐야 바뀌는 게 하나도 없어요. 진작에 검찰이 나섰어야 했어요." 지난 26일 피자 브랜드 '미스터피자'의 가맹본부 MP그룹 오너 정우현 회장이 검찰수사를 받게 되자 사임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한 한 프랜차이즈업체 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의 얘기다. 그는 공정위를 불신했다. 불공정행위를 당했다고 아무리 신고해봐야 꼼짝을 안 한다고 했다. 옆에서 지켜본 미스터피자의 사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은 이미 수 년 전부터 본사와 갈등을 빚었다. 2015년 공정위 중재로 상생협약을 맺었지만 본사는 협약을 이행하지 않았다. 가맹점주들은 공정위에 신고도 하고 본사 사옥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가맹점주들은 정 회장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업체가 피자의 주재료인 '치즈' 납품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치즈납품 과정에 친인척 업체를 끼워넣으면서 가격이 비싸졌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금지하고 있는 사익편취 행위 수법인 일명 '통행세'
"저희 4년 동안 참 열심히 하긴 했는데 많이 안타깝죠."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기획국 관계자와의 대화 중 그가 내뱉은 푸념이다. 창조경제기획국은 앞으로 부로 승격되는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알 수 없는 본인의 향후 거취만큼, '창조경제'라는 타이틀과 함께 그동안 쌓아온 창업 및 스타트업 육성 지원 노하우마저 모두 폐기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전 정권이 남긴 산물인 '창조경제' 지우기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문 대통령 당선 다음날 미래부가 홈페이지 메인화면에서 창조경제 항목을 삭제한 걸 시작으로 창조경제 전담기구였던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도 이달 말 폐지한다.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과 함께 창조경제 민관 협력과제 발굴의 양대 축이던 미래부 산하 창조경제민관협의회도 지난해 6월 마지막으로 열리고 1년 넘게 개점휴업 상태다.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현 정부에서 '창조경제'라는 타이틀이 붙은 채로는 정상
"청년 일자리가 달린 문제입니다. 심의라도 시작하게 도와주세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의 책임자인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26일 국회를 찾았다. 김 부총리는 각 당 정책위의장들을 찾아 손을 맞잡으며 호소했다. "심의 과정에서 제 생각이 짧았던 것이 있으면 수정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호소, 읍소, 절규를 거듭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마음이 바쁘다. 문 대통령이 추경안 국회 시정연설을 한 지 2주가 지났는데도 추경안의 상임위원회 상정조차 못한 상태다. 6월 국회 처리는 물건너갔다. 7월 국회마저 지나가면 하나마나한 추경이 된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얘기다. 청년 체감실업률은 24%, 청년 4명 중 1명이 실업 상태다. 정부 재정을 하반기 풀려면 7월에 추경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게 정부 여당의 주장이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일자리 대책이 대부분이 8~9월로 예정돼 있어 추경이 무산되면 사업 축소나 무산이 불가피하다. 추경이 통과되더라
언제부턴가 유통산업에선 정부가 제시하는 발전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어떤 업종은 때마다 '진흥', '성장' 정책이 발표되지만 유통업에선 들어본 적 오래다. 관련 법령인 유통산업발전법은 '발전'을 칭하고도 규제투성이다. 국회에선 정당과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이 법을 바꿔 규제를 늘리려 한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난 16일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달 24일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대규모점포 개설 규제 등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앞선 두 정부는 규제 해소를 공약하며 집권했지만 유통산업만큼은 규제 일색이었다. 유통산업의 구조적인 발전 정책이나 경쟁력 강화 방안이 제시된 적이 없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규제가 강화됐지만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해 그들의 매출과 이익이 늘었다고 명확히 입증된 적도 없다. 규제 효과로 이익이 늘었더라도 결국 대형 유통업체의 그것을 떼어준 것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플러스 알파 효과가 없는 제로섬 게임을 조장하는 정책에 가
"89억원 추가 지원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우린 걸릴 게 없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섰다. 현장에 나온 SK 관계자들의 모습은 그리 걱정돼 보이지 않았다. 여느 기업 홍보팀이 총수가 법정에 출두할 때마다 불안한 표정을 지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는 최 회장이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이후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통해 전달된 89억원 추가 지원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뇌물죄에 걸릴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자신감이었을 것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8시간여동안 증인석에 앉은 최 회장 역시 자신 있는 대답을 이어갔다. 최 회장은 지난해 2월16일 삼청동의 양옥집에서 박 전 대통령과 독대를 했으며, 역대 대통령 중 이런식의 독대를 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독대에 앞서 안종범 전 수석은 건의사항 준비를 요구했고, 독대 자리서 최 회장이 꺼낸 세가지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에 임기는 불필요하다. 본인 임기 동안 수익률 높이려고 단기 투자에만 급급하면 결국 회사와 투자자들에게는 손해로 돌아온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대표 A씨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대표이사들의 임기만료 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들썩거리는 국내 금융투자업계 풍토가 이해가 안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유독 금융투자업계 CEO들의 임기 만료 시점이 한꺼번에 돌아왔다. 지난 3월 김원규 NH투자증권 대표,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연임에 성공했고 강대석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는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운용업계에선 최장수 CEO 중 한 명인 동일권 대표가 라자드자산운용을 떠났다. 이밖에 전병조·윤경은 KB증권 각자대표의 거취도 연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꼭 올해가 아니더라도 으레 해가 바뀌면 CEO들의 거취를 두고 다양한 전망과 해설이 오간다. CEO들이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카드이자 명분은 실적 개선이다. 결산기 투자수익률을 올리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