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살충제 계란, 서두를 일 아니다

[기자수첩]살충제 계란, 서두를 일 아니다

김소연 기자
2017.08.28 04:47

"진짜 계란을 먹어도 되나요? 정부는 괜찮다고 하는데 어떻게 사흘만에 조사를 끝낸건지…기한도 너무 짧고 조사방법도 못 미덥네요."

정부가 살충제 계란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난 18일 지인들에게 공통적으로 받은 질문이다. 확실히 정부의 대처는 유례없이 민첩했다. 경기 남양주 마리농장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이 검출된 지 사흘 만에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모든 사태를 마무리짓는 듯 했다.

그러나 기한을 정해둔 '몰아치기'식 조사는 곧 한계를 드러냈다. 첫 전수조사 결과 발표 당시 정부는 전체 산란계 농가 1239개 중 49개 농장(약 4%)을 뺀 나머지 계란은 안전하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이내 검사항목을 빠뜨린 부실검사 농장 420곳이 드러났고 이중 3개 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이 추가 검출됐다.

정부의 '기민한' 대응은 독성 결과 발표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1일 성인의 경우 살충제 계란을 평생 하루 2.6개씩 먹어도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곧 '만성독성 영향을 간과했다'는 학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계란은 매일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1회 섭취나, 급성 노출에 의한 독성 영향을 볼 게 아니라 만성독성 가능성을 고려해 조사해야 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수습 책임자인 류영진 식약처장은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정부 입장도 이해는 간다. 전 정부가 미흡한 초동 대처로 AI(조류 인플루엔자) 사태를 역대 최악으로 몰고 가는 것을 지켜본 탓에 '신속성'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겼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살충제 계란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다. 살충제 계란으로 인한 위험성 역시 조속히 단정할 일은 아니다.

전 국민에게 '케비포비아(chemi-phobia)'를 일으킨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옥시 사태 직후 쏟아져나온 피해자 증언 중 공통적인 대목은 유해한지 '모르고' 썼다는 것이었다. 인체에 무해하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화학제품은 15년이 흘러서야 그 위험한 민낯을 드러냈다.

살충제 계란의 위험성에 대해 사태 근원지인 외국에서 조차 안전성을 완전히 검증하지 못한 상태다. 사태를 서둘러 무마하기보다는 정확한 조사와 침착한 자세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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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기자

증권부 김소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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