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외국인 투자자라고 생각해보세요. 잘 모르는 나라인데 주요 매체들이 '전쟁 시나리오'까지 내놓고 있어요. 그 나라 주식을 살 수 있겠습니까."
최근 북한 리스크로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는 외국인의 심리에 대해 한 증권사 전략가가 한 말이다.
8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던 코스피가 8월 들어 뚜렷한 조정을 겪고 있다. 그동안 지수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외국인이 IT(정보기술)주 차익실현에 나선 탓이 크지만 북한 리스크는 울고 싶은데 뺨을 때린 격이었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 자금에 따라 시장은 울고 웃는다. 외국인의 막대한 자금력을 방어할 만한 수급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2차 시험 발사에 성공한 이후 지난 18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2조3600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국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차익실현은 이해하지만 북한 리스크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동안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게 한 두번 있었던 일인가? 이 정도면 결국 증시가 회복될 것이란 학습효과를 알 때가 되지 않았나?'
과거에도 북한 위험이 무력 도발 형태로 수차례 반복됐다.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짧으면 일주일, 길어도 한달 이내 북한 리스크는 소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북한 리스크는 더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우선 북한이 추가 도발할 여지가 있는 이벤트들이 남아 있다. 이달 21~31일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내달 9일 북한 건국기념일, 10월10일 북한 노동당 창건일 등이 이어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위험을 중국 무역 압박용 도구로 활용하는 점도 부담이다.
다행히 원/달러 환율, 금리, 주가 등은 제자리를 찾는 모습이다. 그러나 북한 리스크는 단순히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수급뿐 아니라 훨씬 다방면에 걸쳐 한국 경제를 위협한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여파 역시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등이 주한 미국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중장기적 측면에서도 북한 위험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한다. 새 정부 들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등으로 한국 증시 저평가 요인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무색해질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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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효과로 북한 리스크에 대한 한국 금융시장의 반응이 둔감해지더라도 실질적인 경제적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외국인 수급이 돌아온다 하더라도 경계감을 늦추지 말아야 할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