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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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수가 부족합니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게 너무나도 미미하네요." 정부부처 한 장관이 정책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정책 방향에 대한 설명, 이면에 담긴 고충 등을 기대했던 기자들은 적잖이 놀랐다. 현실적 장벽에 대한 토로나 솔직한 고백보다 정책 의지 부족의 자백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한가한 넋두리로 다가왔다. 생산·소비·투자는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자영업자들의 연체율은 올라가만 간다. 고용 상황도 좋지 않다. 통계청의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 중 '쉬었음' 인구는 전년 대비 6만1000명 증가한 50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2003년 통계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건설업·제조업 등의 일자리는 1년 가까이 마이너스다. 이같은 상황에서 부처 수장의 입에서 나온 말은 누군가에는 '포기'의 의미로 들린다. '노력하고 있지만 방
"22대 국회 들어 지난 9개월 동안 정치의 민낯을 봤어요." 국민의힘 한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하며 대표적인 예시로 '간첩법 개정안'을 들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해 11월3일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열고 간첩법(형법 98조)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이 법안은 '적국'인 북한뿐 아니라 '외국 및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한 간첩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간첩죄 조항은 외국으로부터 국가 기밀 유출 시도가 빈번해지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입법이 추진됐다. 여당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박지원, 박선원, 장경태 의원 등이 앞다퉈 법안을 발의했다. 소위에선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일부 이견을 냈으나 전반적으론 큰 진통 없이 통과됐다. 그러나 12월 초 간첩법 개정 작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공청회 개최를 주장하면서다. 소위까지 통과한 법안, 그것도 제정안이나 전부개정안이 아닌 일부개정안에 공청회를 여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서 외상외과 의사 백강혁(주지훈 분)은 죽음이 임박한 중증외상 환자를 살리는 '신의 손'으로 그려진다. 그와 갈등을 빚던 한 의사도 갑작스레 큰 사고를 당한 자신의 딸이 백강혁에 의해 극적으로 살아나자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지난달 중증외상센터'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방송 프로그램 1위로 선정됐다. 첨예한 의정갈등에도 '환자를 살리는 의사'는 대중의 마음을 빼앗았다. 백강혁은 환자만을 생각한다. 적자에 허덕이는 중증외상센터는 병원 경영진에게 눈엣가시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민·형사 소송도 안중에 없는 듯, 하고 싶은 '사람 살리는 일'을 마음껏 해낸다. 누군가는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은 다르다"고도 한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에도 병원을 지키며 환자를 돌보고, 살려내는 의사는 분명히 있다. 꼭 외상외과나 응급의학과만이 아니다. 갓 전공의를 뗀 전임의부터 은퇴를 미루는 고령의 노(老)교수까지, 자신을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필수의료'를 제공하며 병원
설립 3년 이하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VC)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초기투자 규모는 427억원으로 전년동기(883억원)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전체 벤처투자에서 초기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24.6%에서 2024년 18.6%로 줄었는데 올해 1월엔 10.4%로 더 줄어들었다. 초기투자의 감소는 경기침체나 고금리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지나쳐선 안 될 문제다. 초기 스타트업들은 미래 스타트업 생태계의 체질을 결정하는 일종의 '성장 잠재력'이어서다. 이에 정부도 올해 모태펀드 출자 시 초기투자 가산점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분위기를 바꾸긴 쉽지 않아 보인다. 초기투자가 주력인 액셀러레이터(AC) 업계가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VC도 초기투자를 하지만, 펀드 대형화가 수익의 한 요소인 VC 특성상 초기투자에만 주력하긴 어렵다. 40% 이상을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AC업계가 활성화되지 않고선 초
"기네스북 신청을 고민했다." 지난 1월 일본 취재 당시 만난 스즈키 마사토 일본 외무성 일한교류실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가 무려 12차례 정상회담한 것을 두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같이 말했다. 두 정상은 평균 60일에 한 번씩 마주했고 8개월 사이 7번 만나기도 했다. 실제로 유럽에선 더 자주 만나는 정상들도 있지만, 그만큼 한일 정상의 만남이 잦았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일관계 개선은 지난해 양국 교류 1200만명 시대로 이어졌다. 역대 최대 기록이다. 머니투데이가 한국갤럽과 실시한 '2025년 대일 인식조사' 결과는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달라진 인식을 보여준다.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호감도는 각각 47%와 56%로 조사됐다. 2021년 같은 조사의 21%, 46%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반면 '일본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조사에선 모든 세대가 타협을 거부했다. 국민 10명 중 9명이 일본 정부가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충분히 사
"미국의 모멘텀이 돌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한 말이다. 그의 단호한 선언이 무색하게 미국 경제는 모멘텀을 잃고 있다. 증시는 곤두박질치고 경제엔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이 깜빡인다. 물가가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 가운데 경제 대들보인 소비마저 흔들릴 조짐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시장에선 미국이 세계적인 경기 둔화 흐름과는 예외적으로 호황을 누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른바 미국 예외주의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모든 길은 미국으로 통한다"는 말이 돌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와 규제 완화 같은 친시장 정책에 대한 기대가 희망을 부채질했다. 희망을 공포로 바꾼 건 트럼프다. 그는 연방 공무원 수십만명의 해고를 추진했고 중국, 캐나다, 멕시코 같은 최대 무역 상대국에 고율 관세 부과를 강행하며 무역전쟁을 촉발했다. 관세를 유예했다가 부과했다가 일부엔 면제하는 등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한 오락가락 관세 정책은 시장 혼란을 부채질한다. 관
약 3분30초.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가 5일 진행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데 사용한 총 시간이다. 오전 10시13분에 열린 과방위는 부정선거 음모론 등 정치 관련 이슈가 중심이 되면서 백준호 대표에게 질문하는 의원이 없었다. 회의 시작 1시간45분 지나서야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첫 질의를 받았고 답변에 37초 정도 썼다. 이후 오전회의에서 백 대표에게 추가 질문하는 의원은 없었다. 오후 2시41분 속개한 회의에선 정동영·황정아 민주당 의원이 백 대표에게 질문을 했고 백 대표는 각각 1분8초, 1분50초 정도 답변했다. 퓨리오사AI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인 '메타'가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크게 주목받은 스타트업이다.엔비디아 칩에 비해 가격이 싸면서 성능은 준수한 '가성비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대만 TSMC가 퓨리오사AI에 투자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오면서 더욱 주목도가 높아졌
3월이 됐는데도 수련할 전공의들과 수강할 의대생들이 제자리에서 이탈한 상태다. 심지어 의대 증원 후 입학한 올해 신입생 다수도 의대 증원 등을 이유로 수업을 거부 중이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의대 2025학번은 증원을 알고 입학했기 때문에 증원을 이유로 한 수업 거부 명분이 없다"며 "수업을 거부하는 신입생에겐 대학들이 반드시 학칙을 엄격히 적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상당수 국민들은 교육부의 이 같은 방침이 옳다고 본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신입생의 첫 학기 휴학을 불허한다. 이에 대학을 옮기고 싶어 하는 반수생들은 기존 대학에서 1학년 1학기에 수강한 후 2학기에 휴학한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의대생들엔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의대생들에만 '특혜'를 준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를 더 부추긴 꼴이 됐다. 의대 1학년 교육도 더 어려워졌다. 올해 신입생 4567명에 지난해 입학생 3058명까지 합해져 7625명으로 늘어난 탓이다. 여기에 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동연 경기지사가 만났다. 기자들이 물러가기 전 김 지사가 이 대표에게 "한 두마디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이 대표가 동의하자 김 지사는 재킷 안쪽 주머니에서 노란 메모지를 꺼냈다. 김 지사는 미진한 개헌 논의, 당의 감세 정책 등을 거론하며 이 대표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해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준비한 원고를 꺼내 들며 작심 발언을 한 일이 오버랩됐다. 이 대표가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과 회동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작 '통합'보다는 '갈등'이 부각되고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이 대표는 김 지사에 앞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박용진 전 의원 등과 만났다. 회동 분위기는 대체로 화기애애했지만 뼈 있는 말들이 오갔다. 특히 다섯 사람 모두 개헌을 거론하면서 마치 이 대표를 협공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그럼에도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가 자
"절취에 더 집중하겠지요. 공격 징후가 어떨지 지켜볼 것입니다." 정보당국 고위 관계자가 지난해 북한발 코인 해킹 위협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미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를 승인해 코인시장이 활성화하면 코인 탈취 욕구가 더 강해질지 기자가 질문하자 나온 답변이었다. 예측은 현실이 됐다. 미국 가상자산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북한 연계 해커들은 지난해 전세계에서 13억4000만달러 규모 가상자산을 탈취했다. 전년 대비 102.8% 급증했다. 최근엔 세계 2위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비트(Bybit)가 북한 해킹으로 15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고객 자산을 탈취당했다. 단일 가상자산 해킹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역사상 피해액이 가장 큰 강도 사건'으로 불리게 됐다. 이번 해킹 사태는 비트코인 시세가 10만달러대에서 순식간에 8만달러대로 급락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한국도 해킹 위협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북한의 유명 해킹 그룹 라자루스가 KYC(고객확인제도
국내 1호 성장성 특례상장(現 사업모델 특례상장)사인 셀리버리가 내달 7일 상장폐지된다. 지난 2023년 기업 존손능력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며 상폐 사유가 발생했고, 회사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최근 기각되면서 증시 퇴출이 확정됐다. 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TSDT)을 기반으로 한 유망 신약 개발사로 주목받으며 2018년 11월 코스닥에 입성한지 약 6년 만이다. 회사 대표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되는 등 여러모로 불명예스러운 퇴장을 앞두고 있다. 2017년 도입된 성장성 특례상장제도는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이 증시에 입성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당장 실적은 부족하지만 신약 후보물질 상업화에 따른 폭발적 성장이 가능한 바이오 산업과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셀리버리를 제외한 20개 기업이 성장성 특례로 상장했는데, 이 중 13곳이 바이오 기업이다. 다만 선바이오 1곳을 제외하면 모두 수년째 적자에 시달리고
"솔직히 요새 같아선 무서워서 재판 못 하겠어요." 20년 가까이 재판만 해 온 판사가 한 말이다.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이후 생각이 많아졌단다. 그는 평생 법관으로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는 꿈은 못 지킬 수 있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여러 사람이 법원을 때려 부수다니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만약 법원 안에 판사들이 있었다면 큰 변을 당했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온라인에서 특정 판단을 내린 판사를 공격하기 시작하더니 양상이 점차 과격해져 난동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법조계 분석이다. 문제는 언제 또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열리는 날마다 헌법재판소 앞은 아수라장이다. 탄핵에 반대하는 이들이 근처로 몰려들어서다. 언제고 난동이 다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찰이 헌재 일대를 봉쇄, 통제하고 있다. 헌재 쪽으로 걸으려면 신분증을 보여주고 목적을 설명해야 한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될 때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