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는 '사실상 없는' 선박과 회사에 대해 금융 제재를 한 적이 있다. 기자는 2022년 10월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한국의 독자 대북 제재 대상 명단에 포함된 북한 연루 선박의 IMO(국제해사기구) 선박 식별번호가 기획재정부 고시와 달리 조회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었다. 또 다른 대북 제재 대상이었던 홍콩 법인은 기재부 제재 고시 3년 전 홍콩에서 해산 등기된 상태였다.
현행법상 제재 대상과 금융거래를 할 경우 자산이 동결되고 징역형까지 처해질 수 있다. 대형 은행이 제재 대상과 거래를 텄다간 자본시장이 뒤흔들릴 수도 있다. 문제는 존재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는 선박이나 법인을 어떻게 특정하고 거래를 회피하느냐다. 외교부에 제재 명단 신뢰도를 물었더니 "미국 정보를 기반으로 한 조치"라 했고, 기재부는 "정보가 업데이트되고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물론 제재 대상이 피합병이나 명의 변경을 통해 법인을 변형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대외 선언적 행보에 너무 속도를 내고 있거나 거래상의 리스크를 시장에 전가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그 사이 또 다른 위험은 방치돼 왔다. 지금도 본사가 리투아니아라고 표기된 가상자산 거래 사이트는 한국어로 선물거래를 광고하고 있다. 국내에서 선물 중개가 금지돼 있음에도 레버리지 250배 선물 투자가 가능하다고 소개하면서 금융위원장 동정 사진까지 활용해 신뢰를 유도한다. 1심에서 징역 25년형이 선고된 라덕연씨의 7377억원 규모 주가 조작 혐의 사건은 수년에 걸쳐 일어나 한국거래소의 주가 급등락 감시 기준점인 100일을 무력화시켰다. 과거 정부가 대외 선언적 행보와 실질적 규제 사이의 균형을 제대로 잡아 온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에 따라 새로운 국정 우선순위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높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실체가 있는 규율에서 나온다. 그리고 정부 신뢰도가 바로 시장에 대한 대외 신인도로 이어진다. 제재 효과성을 검증해 자본시장을 옥죄는 무용한 조치는 과감히 정리하고 정확한 대상을 효과적으로 제재하는 '스마트 제재'로 전환할 때다. 유령선처럼 행적이 묘연한 배를 추적하는 것 못잖게 눈 앞의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신속하고 현실적인 규제 행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