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총 8,390 건
'31대 1'.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의 건강보험 적용 정지를 둘러싼 논란은 '31개의 복제약(제네릭)과 1개의 오리지널간 기싸움'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보건복지부는 오리지널인 '글리벡'의 손을 들어줬다. 복지부는 최근 불법 리베이트 혐의를 받은 한국노바티스가 제조한 '글리벡'을 건강보험 적용 품목에서 제외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리베이트에 연루된 품목은 제네릭 같은 대체의약품이 있으면 건보 적용이 제외된다. 하지만 좀 더 징계수준이 낮은 과징금 부과 수준에서 사태가 마무리됐다. 복지부의 '글리벡' 건보 적용 유지 결정으로 제네릭 신뢰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기적의 치료제'라 불리는 '글리벡'은 2001년 스위스 제약사인 노바티스가 개발했다. 탁월한 항암치료 효과로 시장을 독점해오다 2013년 특허가 만료되면서 제약사들이 제네릭을 쏟아낸다. 현재 국내 시장엔 '글리벡' 제네릭이 31개나 나와 있다. 숫자만 보면 '글리벡' 대체의약품은 넘치는 수준이다. 리베이트
"민감한 정보가 많지 않아 인증제도가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대학들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지 않겠다며 내세우는 핑계에 대해 보안 당국 관계자가 이렇게 전했다. ISMS는 정부가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률)에 따라 체계적인 정보보호 관리체계가 운영되고 있는 주요 기업과 기관에 부여하는 인증제도다. 연간 매출액이나 세입 등이 1500억원 이상이거나 정보통신서비스 매출액 100억원 또는 이용자 수 100만명 이상 사업자는 의무 대상이다. 종합병원과 대학교도 여기에 포함된다. 민감한 개인 의료정보 등을 보유한 병원은 물론 대학도 학사 정보, 연구개발 등 활용가치가 높은 데이터를 다량 보관하고 있어 체계적인 정보보호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예산과 인력, 준비 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ISMS 인증을 기피하는 대학들이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든다. 하지만 연간 수입이 3000억~8000억원에 달하는 사립대학들이 인증에 필요한 2억~3억원을 융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최근 눈에 띄는 사건이 잇따라 벌어졌다. 시장 2위인 BBQ가 뜨거운 논란 끝에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여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맹점 수익성을 위해서라며 강행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 3위인 BHC가 '형님'인 BBQ보다 지난해 더 많은 매출을 올린 점도 화제가 됐다. BHC는 BBQ와 인연이 깊다. BBQ를 보유한 제너시스가 BHC를 2013년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BHC를 인수한 사모펀드는 제너시스를 상대로 계약상 문제로 소송을 걸었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동생에서 적이 된 BHC에 역전당하며 BBQ는 체면을 구겼다. 꼭 그 영향은 아니겠지만 BBQ는 가격인상 카드를 꺼냈다. BBQ가 앞장서면서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는 가격 인상 압박에서 자유로워졌다. 지금 당장 가격 인상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뒤따라가는 건 시간문제다. 지금 상황에서 수혜자로 2013년 BHC를 인수한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로하튼을 빼놓을 수 없다. 로하튼 인수후 BHC는 급속
남성수제화업체에 투자하는 P2P금융업체 A사의 스페셜투자상품의 연투자수익률은 26일 기준 -0.71%로 추락했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연체가 지속되면서 원금손실로 이어진 것이다. 다른 P2P업체 B사의 경우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투자상품에서 분양미달로 3주가량 연체가 발생해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1년전 10%대였던 이 회사의 투자수익률은 현재 3.78%로 급락했다. 저금리시대에 고수익률로 각광 받고 있는 P2P금융에 연체 우려가 번지고 있다. 투자자보호를 위해 금융당국은 'P2P대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다음달 29일부터 본격 시행한다.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선대출 금지, 개인 투자한도 제한(업체당 1000만원), 예치금 제3자 관리다. 특히 은행·상호저축은행·신탁업자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 투자금을 예치·신탁하는 예치금 제3자 관리는 홈페이지만 내건 소규모업체들을 정리하는 자정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운영 중인 P2P업체는 140여개에 달
“차기 정권을 누가 잡더라도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상과 권한이 높아질 것이다.” 공정위 안팎에서 마주치는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각 후보들이 실행 방법은 다르더라도 공정한 시장경제를 만들어 서민과 중소기업들이 잘사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어서다. 이처럼 권한과 위상을 강화시켜 주겠다는 데 마다할 조직은 없다. 그만큼 조직과 인력, 예산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도 발 빠르게 이러한 대선정국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처럼 보인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확대, 대기업 내부거래 전수조사 추진,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규정 강화 검토 등이 그 예다. 문제는 ‘어떤 칼을 쥐어 주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휘두르냐’다. 공정위는 1994년 경제기획원에서 국무총리 산하의 중앙행정기관으로 독립했다. 위상과 권한은 부침은 있었지만 대체로 강화돼 왔다. 특히 경제민주화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대기업은 물론 서민의 일상적 경제생활에 이르기까지 공정위의 영향력이 미
“매년 공적임대주택 17만가구 공급, 임기 내 역세권 청년주택 20만가구 공급.”(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매년 공공임대주택 15만가구, 청년희망임대주택 5만가구 공급.”(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이번 대선에서 유력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내놓은 임대주택 공약이다. 부르는 이름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두 후보 모두 5년 임기 동안 약 100만가구에 달하는 임대주택 공급에 목표를 둔 것은 비슷하다. 청년 등 주거취약계층의 주거불안이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에서 두 후보 모두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겠다고 나선 것은 분명 고무적으로 보인다. 복수의 전문가가 지적하는 것처럼 전월세난을 진정시키고 주거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저렴한 공공임대를 늘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100만가구 공급이라는 원대한 목표도 좋지만 중요한 것은 내실 있는 공약 실천이다. 공공임대 공급을 갑자기 늘리는 일은 쉽지 않다. 당장 재원 마련도 문제지만 지역주민의 반발여론도 고려
대선후보 TV토론이 회를 거듭할수록 냉정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수준 미달" "네거티브 매몰"…. 틀린 말은 아니다. 23일 밤 방송된 중앙선거관리위 주최 합동토론회에선 '저걸 TV 토론에서 꼭 말해야 하나' 싶은 민망한 주제도 정색하고 말하는 후보, 여기에 반쯤 화내듯 대꾸하는 상대 후보, 이들을 싸잡아 "초등학생같다"고 비난하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그렇다고 TV토론이 백해무익일까. 혹평에도 불구하고 대선 TV 토론 횟수는 줄지 않는다. 도리어 조기대선 짧은 일정 중 이틀에 하루꼴로 TV토론을 치를 정도다. 이 정도면 TV 토론의 존재이유가 분명히 있다. TV토론의 첫 효용은 지지층을 겨냥한 메시지다. 토론 한 번 잘 한다고 지지층이 갑자기 넓어지진 않지만 지지층의 불안을 달래거나 진정시켜 이탈을 막는 효과가 있다. 토론회의 존재이유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대선후보 토론회 시청률은 지난 13일 11.6%에서 21일 26.4%, 23일은 38.5%로 껑충 뛰었다. 그만큼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법정에서 가끔 ‘헛웃음’을 짓는다. 증인들이 김 전 실장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진술하면 어이가 없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는 식이다. 그의 발언을 곱씹어보면 어이가 없을 만도 하다. 김 전 실장은 자신이 성실한 공무원이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난 20일 5회 공판에서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반대 등 북한의 선전·선동에 동조하거나 온정적인 것에 대해서는 애국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기준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은 ‘애국 안 하는 사람들’ 몫(지원 자금)을 덜어 ‘애국자’들에게 줬을 뿐인데 뭐가 문제냐는 논리로 발전했다. 실제 김 전 실장 쪽 변호인들도 그렇게 변론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정부 비판적인 작품을 만드는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에게 지원금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미국 정부를 처벌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문제는 무어 감독은 정부 지원금 없이 작품을 만들 여건이 되지만, 문제
“건강기능식품 전반에 대한 불신이 생길까 걱정입니다.” 국내 바이오 중소기업 임원인 A씨(49)는 최근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뒤 고민에 빠졌다. A씨는 한국인 가이드의 안내로 ‘노니’가 주원료라는 식품매장에 들어섰다. 해당 직원은 “아이 아토피에 효능이 있다”며 특정 질병에 효과적이라는 취지로 홍보했다.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자 제품을 담는 한국인 손님들도 바빠졌다. 노니 원액을 즐겨 마신다는 일부 중견 연예인의 영상과 함께 면역력 증진과 노화예방 등 각종 효능의 홍보도 이어졌다. 해당 직원에게 “의약품인가, 건강기능식품인가, 아니면 일반식품인가”라고 묻자 “사장님께 여쭤보라”며 둘러댔다. ‘묻지마 건기식(건강기능식품) 관광’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사업 전체에 대한 이미지 훼손 우려 때문이다. 유명 대기업들을 제외하고 일부 중소기업의 건강기능식품사업은 ‘약장사’로 오해받기 일쑤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제품들도 ‘가짜 백수오 논란’ 등 성분 시비나 과대광고
"가격 할인 같은 걸 한다고 현실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잖아요." 지난 20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의 한 현대자동차 매장.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매출이 반토막난 매장의 중국인 판매직원에게 '일선 현장에서 생각하는 묘수가 없나'라고 묻자 한숨과 함께 돌아온 대답이다. 임시변통으로 깜짝 행사를 펼쳐봤자 거시적인 정치·외교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에서 쉽사리 중국인들의 마음을 되돌리긴 힘들 것이란 진단이었다. 직원의 견해이자 현지 생활인의 체화된 직감으로 읽혔다. 그는 오히려 "현장 영업맨들도 힘들지만, 본사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일 것"이라 두둔하기도 했다. 2017 상하이 모터쇼 취재를 겸해 현지 한국차 판매 현장을 돌아봤다. 우울한 얘기들이 주로 들려왔다. '글로벌 경제도시' 상하이에서조차 반한 감정이 고조돼 한국차 단골 고객들도 발길을 끊었다. 일부 경쟁 업체들은 이런 여론을 부추기기도 했다. 웬만해선 낙관적으로 포장했을 법한 현지 법인의 고위 관계
"야 너 그 얘기 들었어? 학교 후문 옆에 큰 집 있지? 거기 귀신이 산대." 운동장 철봉에 매달려 한참을 놀다 등나무 그늘에 앉아 쉬던 중이었다. 소문에 빠삭한 친구 하나가 굉장한 비밀을 알려준다는 듯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우리 오빠가 그러는데 거기 엄청 무서운 사람 집이래. 근데 사실 사람이 아닐 수도 있대. 오빠가 축구하다가 공이 넘어갔는데 바로 공이 다시 돌아왔대. 누가 공을 던져준 거지. 근데 아무도 사람을 못봤대." "꺄아아" 공이 되돌아왔는데 사람은 없었다는 얘기에 열 살쯤 된 여자아이들은 소리를 질러댔다. 소문은 무성했다. 나만 빼고 모든 아이들이 '귀신의 집'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화장실에는 홍콩할매 귀신이 살고, 해가 지면 빨간 마스크를 한 여자가 아이들을 잡아간다던 1990년대 초, 국딩(국민학생)들에게 귀신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집으로 뛰어들어와 엄마에게 소식을 전했다. "엄마 엄마! 학교 옆에 귀신이 사는 집이 있대!" 엄마는 얘가 무슨 소리를 하나 고
서울 마포구 한국우진학교는 두 가지 이상의 장애를 가진 중도·중복장애 학생을 위해 만들어진 특수국립학교다. 입구부터 학생을 위한 배려가 눈에 띄었다. 학교로 들어가기 위한 길은 경사로로 만들어져있고 엘레베이터는 여러 대의 휠체어가 들어갈만큼 넓었다. 박은주 교사의 안내로 고교 1학년2반 교실로 들어갔다. 책·걸상은 없었고 여러 학습보조기구가 놓인 교탁이 교실 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학생들 대부분 휠체어에 앉아 수업을 받기 때문에 책상이 필요 없었다. 점심시간도 특별했다. 보조교사와 공익근무요원, 자원봉사자부터 담임교사까지 학생들의 식사를 돕는다. 이날 박 교사가 식사 보조를 맡은 학생은 학교에서도 장애정도가 심한 축인 한 여학생이었다. 휴지를 잔뜩 쥔 왼손을 학생의 턱 밑에 고정하고 오른손으로 밥을 떠먹였다. 밥을 삼키지 못하고 뱉을 때마다 박 교사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턱주변의 음식물을 닦아냈다. 모든 장애학생들이 이처럼 ‘특별한’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